약사공론

2017.07.21 (금)

뒷걸음치다 '금맥' 잡았다? 의약품 개발 숨겨진 뒷이야기

부작용이 '전화위복'…비아그라·프로페시아·니트로글리세린 등

어느 회사에 사원이 하나 있었다. 이 사원은 실수로 접착용 풀에 잘못된 원료를 섞는 사고를 저질렀다. 접착력이 떨어진 풀은 상품성이 없어 창고에 쌓였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교회에서 예배 중 성경책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읽은 곳을 표시하기 위해 그 풀을 종이에 발라 붙였다. 누군가의 실수로 만들어진 이 제품은 이젠 고유명사가 된 3M의 '포스트잇'이다.

생각보다 많은 발명품이 제조자의 실수로 인해 만들어진다. 실패한 치료제가 새로운 적응증을 받아 다시 탄생하거나 기존 적응증보다 다른 질병에 더 좋은 효과를 보여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도 있다. 개발비화를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을 꼽아봤다.

◇ 부작용 알고보니 '대박', 비아그라

화이자가 지난 1998년 출시한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실데나필)는 개발 당시 실패한 협심증 치료제로 분류됐다. 비아그라는 혈류가 약해지는 중년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협심증에 큰 치료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두통, 소화불량 등 약의 일반적인 부작용만이 강조됐었다.

그러나 개발진은 부작용 중 하나에 집중했다. 발기력 향상이 그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협심증은 심근 혈류가 약해져서 생기는 병증 중 하나인데 발기부전 역시 성기 내 혈류가 약해져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후 개발진은 성기 혈류 향상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계속했고 '블루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비아그라를 시중에 출시했다.

비아그라는 발매 이후 1년만에 전세계 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로 떠올랐다. 이후 2003년 경쟁약물인 릴리의 '시알리스'가 나오기 전까지 사실상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독점하는 약물이 됐다.

◇ 심장도 머리카락도 살린다, 프로스카와 프로페시아

MSD는 지난 1992년 남성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피나스테라이드 5mg)를 출시했다. 프로스카는 출시 당시 그렇게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중년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나온 부작용(Side Effect)은 프로스카의 새 가능성을 열어줬다. 프로스카를 복용한 환자 중 일부가 탈모 개선 효과를 보인 것이다.

사실 MSD 측에서는 프로스카의 탈모 개선 효과를 알고 있었지만 전립선 비대증이라는 목적을 위해 추가적인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당시 임상에서 보인 효과가 전립선 비대증 효과만큼이나 좋아 해당 부작용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결국 개발진은 프로스카의 탈모 방지 기전을 찾아내는 연구에 돌입했다. 이후 피나스테라이드의 농도 조절로 탈모 치료가 가능하다는 기전이 밝혀졌고,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1일 1mg 용량의 '프로페시아'가 발매됐다.

이후 프로페시아는 2015년까지 남성형 경우 탈모 치료제 중 전세계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약물이 됐다. 국내에서도 2015년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탈모제 시장의 톱을 유지하고 있다.

◇ 산재가 알려준 심장약, 니트로글리세린

신종 의약품의 등장으로 처방 빈도가 낮아지긴 했지만 오랫동안 협심증 치료제로 사랑받아오던 약은 '니트로글리세린'이다. 1800년대 발명돼 로켓 추진체부터 약깢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니트로글리세린은 산업재해가 가지고 온 의약품이라는 역설적인 별명을 가지고 있다.

화약왕으로 잘알려진 노벨의 화약공장에서 한 산업재해 환자가 발생했다.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협심증에 걸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근로자는 공장에서는 멀쩡하다가도 집에만 오면 협심증이 재발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노벨 일가는 이후 니트로글리세린이 협심증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약으로 출시한다. 급성협심증 발작이 일어나면 소량의 니트로글리세린을 혀 밑에 넣거나 기화된 니트로글리세린을 흡입해 발작을 막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점은 니트로글리세린을 연구하던 노벨은 증기를 너무 많이 흡입해 만성두통에 시달렸고 협심증으로 인해 자신이 만든 약을 복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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