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2017.04.30 ()

환자에 식습관 개선 당부하는 약사, 자신은 `엉망'

[탐사①] 건강 챙기지 않는 약사, 식사도 안 챙겨

약사와 끼니

약사가 환자와 하는 복약상담의 기본적인 내용 중 하나가 식습관이다.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약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대부분의 약사는 불규칙한 식사 시간과 식사량, 자극적인 음식, 안정적이지 못한 식사 환경에 처해 있다. 고객 응대에 대한 불안감과 업무 시간의 특수성 등으로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약사 식습관도 엉터리
②이렇게 먹으면 괜찮나?
③약사의 건강먹거리는 메디푸드


경기도 부천 윤선희 약사가 챙기는 도시락. 유기농 어묵, 무농약 취나물 무침, 유기농 쌀밥, 생협 멸치 볶음, 전라도에 사시는 친정어머니가 보내준 갓김치.(사진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

식습관이 중요하다는 것은 약사뿐만 아니라 대중적인 상식이다. 그럼에도 지역약국에서 일하면서 제대로 식사를 한다는 약사는 거의 없다. 주민의 건강관리자가 되겠다는 약사가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주민들에게 진정성 없는 상담을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경북의 한 약사는 "대부분 약사들이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다. 허겁지겁 먹기 바쁘다. 안타까운 일이다"고 말했다. 제주도의 한 약사는 "주변의 식당에서 매출을 배려해 돌아가며 먹는다"고 설명했다.

일부 큰 약국은 직접 식사를 해먹기도 하지만 드문 경우다. 이처럼 약사는 식사를 여유 있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바쁘게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자극적이고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피하지 못하고 심지어 공개적으로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지역약국의 경영환경이 약사의 식습관을 절대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는 입장도 있다. 유기농 재료로 도시락을 싸오거나 적당한 양으로 조절할 수 있는 메뉴를 고르는 등의 노력을 하면 된다는 약사들이 있다.


약국장은 건강검진 의무 없어 소홀하기 쉬워

서울의 한 약사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나오는 것으로 보완하지만 그 것도 챙겨주시는 어머니가 계신 덕이다. 점심을 계속 사 먹는 다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건강하게 살려는 것이 약사인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또 "10년 동안 도시락을 싸 왔지만 요즘에는 도시락을 사먹거나 다른 것을 시켜 먹는다. 건강에 심각한 줄 알지만 별 대책이 없다. 자체적으로 밥을 해 먹는 대형약국이 아니고서야 제대로 점심을 챙겨 먹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숙연 삼육약대 명예교수는 "대체로 약사들은 복약상담과 맞지 않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 건강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약국에서 약사 스스로 건강하게 식사를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약사도 먹고 고객도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개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명예교수는 교직 은퇴 후 `약이 되는 음식-메디푸드'에 대해 연구하고 저술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의 윤선희 약사(부부약국, 오른쪽 사진)는 유기농 재료로 도시락을 준비해오고 있다. 윤 약사는 "외식과 조미료에 질렸다. 때에 따라 저녁도 약국에서 먹어야 되는 상황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 약사는 "5년 전부터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아기 엄마가 된 뒤 먹거리에 관심과 고민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대다수 약사들은 특히 남약사들은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먹으면서 자극적이고 조미료가 많이 든 음식에 길들여지는 경향이 있으며 심지어 어떤 남약사는 "MSG가 없으면 맛이 없어 못 먹는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
 
이처럼 일반적인 복약상담과 반대되는 약사들의 식습관은 약국에서의 분진이나 환자들로부터 나오는 오염물질 등과 더불어 약사의 건강을 헤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윤 약사는 "조미료가 별로 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사람도 있지만 강한 자극으로 미각을 잃어버려 건강식으로 만든 음식을 맛이 심심하다고 먹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건강을 헤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약국장, 건강검진 받아야 자극
 
윤 약사는 이어 "건강에 신경 쓰면 다소 귀찮아도 챙기게 돼 있다. 약국장들이 건강 검진을 의무적으로 받지 않아도 되는 바람에 건강에 잘 신경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약사들이 스트레스와 약국 환경 등으로 수명이 짧은데도 건강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국장부터 건강검진을 체계화하고 식생활에 대한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윤 약사는 "365일 병원에서 근무하는 약사,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도 처방받지 않고 민간요법으로 치료하려는 약사 등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약사들이 있다. 환자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식습관도 건강관리다. 약사들이 먼저 건강을 지켜야 환자들도 납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먹기는 쉽고 해먹기는 힘들지만 그런 불편함이 생산적인 결과로 돌아온다는 주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약사들도 요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
 
윤 약사가 가져오는 도시락은 생활협동조합의 유기농 재료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되도록 튀기거나 굽지 않고 삶거나 데치는 조리법으로 준비해 몸에 해로운 물질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고 있다.

생협은 분회와도 제휴하고 있다. 그래서 윤 약사는 간혹 주민들 중에 정성들여 농사지은 식재료를 가져다주는 이가 있으면 고맙게 잘 먹으려고 한다.
 
그럼에도 가장 맛있는 음식은 맛의 고장 광주에서 친정어머니가 보내주는 음식들이다. 건강하고 윤 약사의 입맛에 맞는 고향의 음식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남편이 해주는 김치찌개도 손꼽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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