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제13회 팜엑스포 및 KPA학술세미나

2017.05.29 (월)

비급여 향정약 처방, 주민번호 없어 약사들 '불안'

[탐사②]다이어트약 무더기 처방에 속수무책…대구지부 설문조사도 주목

[기획탐사] 처방전 이야기②
약사에게 처방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처방전은 환자에게는 ‘알권리를 담보하는 문서’이며, 의사와 약사에게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 환자의 질병을 치료한 기록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약사들은 처방전에 울고 웃게 됐다. 처방전은 환자의 치료약제에 관한 정보를 담은 문서가 아니라 ‘생계’가 된 것이다. 처방전에 얽힌 약사사회의 면면을 살펴봤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처방전과 약국경영
②처방전과 사건사고
③처방전과 약사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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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을 둘러싼 사건사고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가짜 처방전. 의존성이 높은 마약류 의약품을 다량 조제받기 위해 처방전을 다량 복사하거나 위조해 여러 약국에서 약물을 받아가는 형태다.

지난 3월 서울 한 지역에서도 가짜처방전으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해 현재 경찰이 수사중이다. 중국인은 A성형외과의원에서 비급여처방을 받았다. 품목은 향정약인 살 빼는 약(식욕억제제)과 지방흡수 관련 약물, 위장약 등 총 5개.

문제는 보통 다이어트약물의 경우 4주나 8주 처방이 대부분인데, 90일이나 100여일 등 장기처방이었다는 점이다. 중국인 한 사람이 여러 장의 처방을 갖고 있으며 중국 현지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려는 목적으로 다량 처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약국에서는 이 처방전이 가짜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들 약물을 조제해준 약국은 정상적인 처방전이라고 판단했다. 의료기관 직인도 있었다. 약물 역시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약물이었다.

이 제보가 접수된 관할보건소에 따르면 처방전에 명기된 A성형외과의원은 “우리 처방전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는 것. 결국 보건소도 판단이 어려워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보건소 관계자는 “사실 약국에서는 진짜 처방전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곤란하다”며 “환자를 앞에 두고 의료기관에 ‘이거 진짜 처방이냐’고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어떻게 보면 약국에서는 모르는 체로 꼼짝없이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비급여처방전에는 환자 주민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중국인이거나 외국인의 경우 주민번호가 없어 더욱 그렇다.

급여의약품은 환자의 주민번호가 반드시 확인돼야 청구가 가능하고 DUR을 통한 중복약물 체크가 가능하다. 이와는 달리 비급여의약품은 환자에게 100% 약값을 다 받으면 되는 만큼 환자의 주민번호가 없어도 처방조제가 가능한 것이다.

약국에서도 향정약은 관리대장에 수량만 기재하면 된다. 의료용 마약은 환자의 주민번호와 이름까지 모두 기재해야 한다. 이번 경우는 향정관리 등에 있어 약국은 책임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지역약사회 관계자는 “중국인들에게서 조제해간 약국 봉투가 발견되면서 약국에 조사를 나왔는데, 문제는 성형외과의원에서 처방을 낸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본문내용과 무관.
그는 “일부 성형외과의원의 처방은 의료기관 실장들이 중국인과 짜고 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번 건은 마약류관리법에 해당돼 경찰에 이어 검찰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약국은 처방전에 따라 조제해줬을 뿐인데 선의의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약사회의 다른 관계자는 “조제해준 약국이 괜히 중국인과 짜고 다이어트약을 대량으로 조제해줬다는 오해를 받는 등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처방전에 늘 적혀 있는 ‘자낙스정’

다른 지역약사회장에 따르면 요즘에는 가짜 처방전이 거의 없다고 했다. DUR이 구축되기 이전에는 서울 강북이나 강남지역에서 심심찮게 나왔던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불면증치료제 스틸녹스정을 여기저기서 조제받은 사례가 있었다.

요즘에는 졸피뎀 성분은 보통 4주 이상 처방을 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의사들도 모니터링이 될 수 있어 진료수가 청구과정에서 삭감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의사의 경우 무조건 처방전에 ‘자낙스’를 함께 내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감기이든 몸살이든 위장장애이든 자낙스를 반드시 끼워서 처방해주는 것이다.

그는 “동네의 한 고령 의사는 무조건 자낙스를 ‘잠을 잘 자라’고 처방을 낸다”면서 “하지만 이같은 처방행태는 지양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민번호 뒷자리 없는 처방전’ 약사 66% 경험
대구지부, 회원 126명 조사결과


대구지부 설문조사 결과

서울의 사례처럼 지방의 일선 약국에서도 약국 제출용 처방전에 주민번호 뒷자리가 게재돼 있지 않아 조제시 어려움을 겪는다는 목소리가 있다.

대구지부(지부장 이한길)는 지난 2월중 관내 회원 1167명에 대해 처방전과 관련 SNS를 활용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는 126명으로, 참여율은 10.8%에 불과했다. 하지만 조사된 내용을 살펴보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먼저 ‘지난 1년간 주민번호 뒷자리가 기재되지 않은 약국제출용 처방전을 받아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 126명중 66%에 해당하는 83명이 ‘있다’고 답변했다.

반대로 ‘없다’는 답변은 43명으로 34%에 그쳤다.

주민번호 뒷자리가 기재돼 있지 않은 약국제출용 처방전을 받아본 83명중 ‘10회 이상 받아본 적 있다’는 응답은 37명으로 44%를 차지했다. 5회 미만은 33명으로 40%로 조사됐으며, 6∼10회 미만은 16%인 13명이었다.

이한길 지부장은 “주로 쌍거풀수술 등을 진행한 뒤 처방하는 항생제, 소염제, 위장약 등 비급여의약품은 주민번호가 없어도 무방하지만 일반처방의 경우 주민번호가 없으면 처방입력이 되지 않아 일선 약국에서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이 지부장은 “주민번호가 없는 처방전을 내는 관내 병원에 대해서는 이미 시정이 완료된 상태”라면서도 “일부 성형외과의원에서는 아직도 시정이 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대구지부는 또 ‘지난 1년간 병․의원 연락처가 기재되지 않은 약국제출용 처방전을 받아본 적이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 질문에는 응답자의 32%인 40명이 ‘있다’고 답변해 아직도 처방전에 팩스번호나 연락처 등이 기재되지 않은 처방전이 나오고 있는 현실을 보여줬다.

경험횟수를 살펴보면 5회 미만은 26명으로 65%를, 10회 이상은 13명으로 33%를, 6회-10회 미만은 1명으로 3%의 수치를 나타냈다.

처방전에 팩스번호나 연락처가 기재돼 있지 않으면 대체조제 사후통보시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현재는 법이 개정된 상태이다. 처방전에 기재한 전화·팩스번호가 사실과 다른 경우 사후통보를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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