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2017.07.24 (월)

처방전의 핵심은 환자 알권리, 약사 역할에 한계

[탐사③] 약사법에 부여된 의무들…성분명처방 도입 목소리 커

[기획탐사] 처방전 이야기③
약사에게 처방전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처방전은 환자에게는 ‘알권리를 담보하는 문서’이며, 의사와 약사에게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 환자의 질병을 치료한 기록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약사들은 처방전에 울고 웃게 됐다. 처방전은 환자의 치료약제에 관한 정보를 담은 문서가 아니라 ‘생계’가 된 것이다. 처방전에 얽힌 약사사회의 면면을 살펴봤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처방전과 약국경영
② 처방전과 사건사고
③ 처방전과 약사의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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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의원에서 발행한 처방전. 질병분류기호는 물론 전화번호, 팩스번호 등이 모두 기재돼 있다.

의약분업 이후 처방전은 그야말로 보건의료의 핵심이 됐다. 환자의 알권리를 위해 의사는 처방전을 환자에게 공개하게 됐고, 약사는 조제내역과 투약방법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하게 된 것이다.

처방전에 기재돼야 하는 것들, 그리고 벌칙?

처방전 기재사항과 관련해서는 의료법 제18조(처방전 작성과 교부), 의료법 시행규칙 제12조(처방전의 기재사항 등)에 규정돼 있다.

처방전에 반드시 기재돼야 하는 것은 환자의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 의료기관의 명칭, 전화번호 및 팩스번호, 질병분류기호, 의료인의 성명과 면허종류 및 번호, 처방의약품의 명칭, 분량, 용법 및 용량, 처방전 발급 연월일 및 사용기간, 의약품 조제시 참고사항 등이다. 의료기관은 이 내용을 기재한 뒤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외조항은 질병분류기호다. 환자가 요구한 경우 적지 않도록 했다.

앞서 기획탐사②에서 대구지부의 설문조사결과에서 보듯 환자의 주민번호 뒷자리가 기재돼 있지 않은 처방전을 받아본 경험을 가진 경우는 응답자의 66%에 달했다. 팩스번호 등 연락처가 기재돼 있지 않은 처방전을 받아본 경우는 32%에 이르렀다.

의료법에 처방전 기재사항이 분명히 명시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의사들이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선 보건소에서는 처방전 기재사항과 관련 명확한 처벌규정이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복지부는 “현재 처벌규정은 없다”면서 “다만 처방전 기재사항을 계속 적으라고 의료계에 안내하고 있고 올해초에도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다만 대체조제 사후통보와 관련해서는 의료기관의 연락처가 기재돼 있지 않은 경우 면책될 수 있도록 약사법이 개정된 상태다.

처방전 2매 발행 규정도 ‘무용지물’, 환자·약사만 골탕

처방전은 의사와 약사를 잇는 문서이자 환자의 진료 및 투약 정보를 담은 문서다. 환자의 알권리 보호를 위해 2매씩 발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 외에 의원급에서는 대부분 처방전 1매만을 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약국 보관용이 아닌 환자 보관용 처방전을 발급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은 약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지역약사회장은 “의원에서 처방전 2장을 발행받지 못한 환자가 약국에서 처방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고, 약국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복사해주는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아 및 노인환자가 응급실 방문시 복용하고 있는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응급실 담당 의사에게 제공해 적정한 지료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도 환자 보관용 처방전이 발행되고 있지 않아 적정진료와 치료를 받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의약분업이 시행된지 17년이 된 시점에서도 처방전 2매가 발행되지 않는 것은 벌칙규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이다.

특히 환자 보관용 처방전이 발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진료수가에 처방전 2매 발행비용 10.52원을 계속 포함시키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이 비용은 처방전 2매를 발행하는 의료기관에만 진료수가로 지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약사회는 지난해 환자 보관용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는 의사에 대해 의료법상 과태료 처분 대상에 포함시키고, 진료수가에서 10.52원을 환수하거나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복지부에 제시한 바 있다.

‘담합금지부터 복약지도까지’ 처방전 관련 약사의 의무들

약사법에 규정된 처방전과 관련된 약사의 의무를 살펴보면 약국에서 조제에 종사하는 약사의 경우 우선 정당한 이유 없이 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어떤 환자이든지 조제를 요구하면 이에 응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조제를 거부한 약사에 대해서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약사가 특정 의료기관의 처방전을 가진 환자에게 약제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는 행위와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처방전 알선의 대가로 금전, 물품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도 금지돼 있다.

의료기관 개설자가 처방전을 가진 환자에게 특정 약국에서 조제 받도록 지시하거나 유도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이와 유사한 담합행위들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 담합행위를 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함께 복약지도 의무화 규정도 있다. 의약품을 조제하면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구두 또는 복약지도서로 해야 한다. 여기서 복약지도서는 복약지도에 관한 내용을 환자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설명한 서면 또는 전자문서를 말한다.

복약지도서에는 구체적으로 △의약품의 명칭(성상 포함) △용법․용량 △효능․효과 △부작용(상호작용 포함) △저장방법 등의 정보가 포함돼야 한다.

복약지도를 하지 않으면 1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또 약사가 조제를 한 경우에는 그 처방전에 △조제 연월일 △조제량 △조제자의 이름 △조제한 약국 또는 의료기관의 명칭과 소재지 △처방 변경·수정해 조제한 경우 그 내용 △의심처방에 관해 확인시 그 내용 △대체조제시 그 내용 등을 기재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약사는 조제한 처방전을 조제한 날로부타 2년 동안 보존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이를 위반하면 역시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의심처방 확인의무까지 부여

의심처방에 대한 확인의무도 부과돼 있다. 약사법 제26조 제2항에는 의심스러운 점을 확인한 후가 아니면 조제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약사가 이를 위반해 조제하는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의심되는 사항은 식약처장이 의약품 안전성·유효성 문제로 품목허가 또는 신고를 취소한 의약품이 기재된 경우, 의약품의 제품명 또는 성분명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병용금기나 특정연령대 금기, 임부금기 성분으로 고시한 의약품이 기재된 경우 등으로 규정돼 있다.

다만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처방전에 그 사유를 기재한 경우나 의료기관의 휴·폐업 등으로 처방사유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는 제외된다.

의사도 의심처방을 확인하는 약사의 문의에 대해 즉시 응해야 한다. 다만 응급환자를 진료중인 경우, 환자를 수술 또는 처치중인 경우, 문의에 응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이런 상황이 종료된 후 즉시 응해야 한다.

성분명처방 도입, 약사 자긍심 높이자

지난 2월 각 지부에서 개최된 정기총회에서는 성분명처방 도입에 대해 정부에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5월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한약사회도 성분명처방 실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약사정책 건의서’를 각 대선 캠프에 전달했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제12조 제1항 제5호에는 의료기관이 성분명처방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상품명처방을 고수하고 있어 매년 건강보험 재정에서 약품비 지출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약사회의 주장이다.

특히 현재의 상품명처방으로 인해 환자의 처방약 구입 불편이 발생하고 환자의 처방약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의약품 리베이트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7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진행된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에서도 약품비 절감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약사들은 환자들에게 조제 가능한 동일성분의 의약품 리스트를 보여주며, 약값이나 효능에 대해 설명하면서 환자의 의약품 선택을 도와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했다.

일선 지부에서도 “정부가 진정 국민을 생각한다면 불완전한 의약분업 제도를 성분명처방을 도입해 완전한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의약분업제도를 보완해 필요 이상으로 묶여 있는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한다면 약국이 토털헬스케어의 장으로 거듭나는 환경조성이 될 수 있고 이를 통해 건강지킴이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말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건강보험재정도 절감하고 약국은 약국대로 활성화돼 휴일지킴이 약국이 늘어나 자연 시민불편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선 약사들은 “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기계적인 조제를 하는데 신물이 난다”면서 “성분명처방 도입으로 환자의 약물투약 과정에서 약사의 역할이 커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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