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2017.07.21 (금)

가족헌신·사회봉사로 살아왔지만 고달픈 '여약사'

[탐사①]배려-이해-친화성 높아 주민과 유대

여약사로 산다는 것
우리 사회의 많은 여성들이 그러하듯이 여약사들도 대부분 가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헌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사회에 대해 따뜻한 봉사를 미덕으로 여겨왔다. 이는 사회가 자기 가치 실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속에서도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방향에 대한 고민은 높아지고 있어 여약사들의 삶과 미래를 살펴보려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한국사회 여약사의 특성
②여약사의 전문성과 장점
③한국사회 여약사가 갈 길
 

대한약사회 조덕원 부회장
시민들이 보통 여약사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는 하루 종일 약국에서 조제하고 상담하는 모습이다. 보통 자영업을 하는 경우 가족들이 많은 일을 함께하게 되지만 약국에서는 비약사 가족의 경우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제한적이다.
 
게다가 가정에 대한 주부로서의 일과 어머니로서의 일, 며느리로서의 일이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이는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많이 겪는 일이기도 하지만 장시간 근무와 적은 휴일로 더 어려운 조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육아를 걱정하는 여약사들은 일을 접고 가정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 평생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렵사리 오랜 시간 버텨온 여약사들은 주민과 가족의 지지와 애정, 존경을 보람과 위안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사회가 변하듯이 여약사들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가정을 이루고 약국에 충실한 관행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으려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을 미루고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만 일하고 세계여행 등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약국을 개설하는 것보다 근무약사를 하며 시간을 만들어 육아나 자기 계발에 시간을 할애하는 이들도 있다.


업무와 가사·육아 병행 어려워

약사직능이 처음 탄생했을 때와 달리 꾸준히 비중이 늘어난 여약사는 이제 약사사회의 보편성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사회 여약사의 특성을 보통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모성애적 관심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조덕원 부회장은 "한국사회 여약사들이 본인이 환자 입장이 되어서 배려와 이해가 깊다"고 평가하면서도 "업무과다로 사회성이 적고 비활동적이다"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서울지부 김정란 부지부장
서울지부 김정란 부지부장은 "우리나라 여약사는 전체약사 중에서 50% 이상이며 병원에서는 90% 이상이다. 또한 3만여 개국 약국 중 1만5000여 약국이 여약사이며 이들 약국들은 주민들과 함께 있고 주민 개개인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 건강 상담자 역할과 사랑방 역할로 친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지부 장은숙 여약사위원장은 "한국 사회 여약사는 그 위치가 중요하다. 친화력이 좋고 모성이 강해 상담 능력이 높으며 세심한 배려와 책임감이 강하다. 대부분 약국 업무와 함께 가사와 일, 교육 등에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또 "여약사는 화려하지 않고 고달프다. 여의사는 목소리가 높지만 여약사는 희생이 많고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다. 장시간 업무로 인한 자녀 교육의 어려움이 가장 큰 문제다"고 말했다.


주변의 희생, 도움 필요
 
서울지부 중구분회 김인혜 부분회장은 "여약사의 삶은 힘들다. 주변의 희생과 도움이 필요하다. 자녀 교육과 일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해 아이들을 중학교 때 유학 보내기도 했다. 약국에 갇혀 있는 삶이지만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도 한다"고 복잡한 심경을 설명했다.
 
서울지부 용산분회 노민정 약사도 "여약사는 병원과 약국에서 가장 친근하고 직능을 잘 발휘하고 있다"면서도 "육아와 가정을 업무와 병행하기 힘들다. 특히 나홀로약국의 여약사들은 정말 힘들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마포분회 김소연 약사는 "자녀 교육도 문제였지만 스스로 충전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 장시간 근무를 하다보면 5년을 넘기기 힘들다. 이제는 6명의 약사들이 시간과 요일을 분담해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무약사 중에는 장시간 나홀로약국을 하다 지쳐 접은 경우도 있다는 것.
 
김 약사는 이렇게 마련한 시간을 자녀 교육과 가족 여행, 집안일 등에 주로 사용한다. 여러 분야의 활동과 운동을 즐겼던 그였지만 지금은 가족을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
 
한국사회에 정착한 일본인 여약사 중에서 여성이 많은 병원 약제부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주말 근무 말고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지역약국에서 일하는 경우는 한국 약사와 마찬가지로 일과 가사의 병행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여약사, 사회 참여로 역할 높여야

여약사의 삶이 고단하지만 특성을 살린 사회참여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사회 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조덕원 부회장은 "여약사는 직업의 특성상 다수의 여성들과 접근성이 용이하고 인정받는 직업으로 약사회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등 각 분야에 여성의 사회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출산 장려를 계도하고 홍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란 부지부장은 "1960년대 약사회 내에 만들어진 여약사들의 작은 모임이 1970년 중반 부터는 전국여약사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확대되고 그 역할과 책임이 커졌다. 1980년 이후 미디어 발달로 소외계층과 가출 청소녀들의 실태를 알 수 있고 심장병 어린이돕기 등 인보사업을 더 많이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지금은 더욱 세분화되고 구체적으로 노인과 소외계층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파지수거 노인돌봄사업과 가출위기 청소녀 돌봄, 독거노인과 일촌 맺기, 소아암 어린이 돕기, 장학사업 등의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욱 폭넓은 활동을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장은숙 위원장은 "이전에는 다른 이공계에 비해 여성으로서 한계가 적었다. 요즘에는 직능과 성별로 차이가 적어지면서 고수익 자영업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의약분업 실시 이전에는 성취감이 높았지만 분업 이후 조제 위주로 약사 업무를 이해하고 있어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약사회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위원장은 "약사회 활동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약사회를 통해 국민에게 다가가고 함께해야 살아남는다. 그러나 약국만 생각하면 수입 위주로 생각하게 된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사회 공헌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인혜 부분회장은 "약사는 한약과 대중요법, 섭생 등 생활보건전문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 여약사는 가정 경제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자녀가 성장한 뒤에 회무에도 참여해 다른 약사들과 교감을 가질 수 있었다. 남편이 가사분담을 하는 등 회무 참여를 지지해 회무에 집중할 있었다. 회무는 가족의 지지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부분회장은 가족의 이해와 지지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일 년 내내 약국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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