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제13회 팜엑스포 및 KPA학술세미나

2017.05.28 ()

'약사 출신 보건소장 늘어나나'…인권위 결정에 약사들 기대감

결정문 보니 "특별히 의사 면허 가진 자, 우선 임용할 필요성 적어"

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소장을 선발하는 데 있어 의사면허 소지자를 우선 임용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법 개정을 권고한 데 대해 약사사회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복지부가 인권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일 경우 약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치위생사, 영양사, 의무기록사, 간호조무사, 위생사 출신의 보건소장 등 다양한 직능군이 보건소장에 임명될 수 있는 물꼬가 트이게 되기 때문이다.

2015년 기준 전국 252명의 보건소장 임용 현황을 살펴보면 의사 출신은 103명, 간호사(조산사포함) 18명, 약사 2명, 의료기사 등(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치과위생사, 영양사, 의무기록사, 간호조무사, 위생사 등) 81명, 기타 48명이었다.

의사 보건소장 임용비율은 40.9%에 달하는데 반해 약사는 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은 보건소에 보건소장 1명을 두되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보건소장을 임용하고, 다만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보건·식품위생·의료기술·의무·약무·간호·보건진료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인권위가 공개한 '차별시정위원회 결정문'을 살펴봤다.

진정인은 대한○○협회, 대한△△협회 소속 등 1848명에 달한다.

이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보건소장 임용 차별과 관련한 진정을 제기했고, 차별시정위원회에서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을 의사가 아닌 보건 관련 전문인력에 비해 우선적으로 보건소장에 임용하도록 한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을 개정하도록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진정인들은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은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보건소장에 임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의사 면허가 없는 의료인(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과 보건의료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보건의료기본법'이나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등에서는 면허를 가진 의료인 간에 차별을 두지 않으며,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만을 원장으로 임명하도록 하지 않고 있지만 지역보건법 시행령 제13조 제1항이 독소조항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보건소의 주요기능은 지역주민의 건강향상을 위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 모성·영유아·노인·장애인의 건강증진, 만성질환 등의 질병관리, 의료기관 관리 등의 보건 및 행정업무이며 진료기능은 감기 등 경증질환 진료와 예방접종 등으로 미미하다는 것.

복지부 "현행 법령 유지 필요"

인권위는 이미 2006년에도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기준에 대한 진정사건에서 '보건소장의 직위가 그 직무 수행에 있어서 의사 자격이 필수불가결한 자격요건을 필요로 하거나 공익 보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 내지 특별히 우대해야 할 이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건소장 자격을 '의사의 면허를 가진 자 또는 보건 관련 전문지식을 가진 인력 등'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복지부 장관이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었다.

현행 법령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복지부의 논리는 무엇일까.

복지부는 "보건소는 지역사회에 진료를 포함한 건강증진·질병예방 등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으며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유행 시에는 보건소가 수행하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 업무의 중요성이 크다"며 "따라서 보건소 업무를 총괄하는 보건소장은 보건소가 수행하고 있는 보건의료 업무 전반에 대한 종합적 이해도를 갖춘 사람이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정 업무 수행에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하거나 효율적인 정책 수립과 이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업무 수행자의 자격을 특정 자격을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한 점을 고려할 때, 보건소장에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을 우선 임용하도록 하는 현행 법령의 유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권위 "보건소에는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등 다양한 인력 배치"

인권위는 보건소에 의사와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치과위생사 등 전문분야별로 자격을 갖춘 인력들이 배치된다며 이 점에 비춰 보더라도 특별히 의사 면허를 가진 자를 보건소장으로 우선 임용해야 할 필요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건소의 업무가 국민건강증진·보건교육·구강건강 및 영양개선사업, 전염병의 예방·관리 및 진료, 공중위생 및 식품위생, 응급의료에 관한 사항 등 의학 뿐만 아니라 보건학 등 다른 분야와 관련된 사항도 있어 건강증진 등과 관련된 보건학적 지식이나 지역보건 사업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차별행위라고 판단한 주된 이유로 꼽았다.

아울러 보건소장은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 관할보건소 및 보건진료소의 직원 및 업무에 대한 지도·감독을 해야 하는 등 조직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끌고 대외관계적 역할을 수행하고 지역보건사업을 기획할 수 있는 능력을 실천하는 등의 리더쉽 역량도 필요한 직위인 점, '지역보건법 시행규칙'의 전문인력의 최소 배치 기준에 따라 각 보건소에는 보건소장을 제외한 의사를 1~6명 두도록 해 의료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별도의 전문인력을 두고 있는 점,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의료원장은 지방의료원의 운영에 관한 전문적인 식견과 능력이 있는 자 중에 임명하고 있어 비의사의 임명도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는 점 등을 판단 사유로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헌법 제11조 제1항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과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고용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는 부분을 인용했다.

이어 "복지부의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 유행 시 일선 보건소가 수행하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 업무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하나, 이는 예방의학 등의 관련분야 전문의 또는 비의사로서 보건학을 전공하거나 보건사업 종사경력이 있는 자를 보건소장에 우선 임용할 수 있는 이유가 될 것이며, 단순히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이 보건소장 업무를 수행해야만 하는 근거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약사들 역시 인권위의 권고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한 약사는 "보건소장 임명은 사실상 바늘구멍이라고 할 정도로 쉽지 않은 부분"이라며 "복지부의 판단을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약사도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뀐 만큼 보다 많은 직능에서 보건소장이 임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약사사회에서도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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