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제5회 이가탄 한국약사문학상 공모전

2017.12.12 (화)

'내일 또 오냐'는 말 한마디...약손사랑, 지진 공포도 이겨냈다

포항 3곳에 봉사약국 문 열어...지진 현장서 피어난 공동체 의식

흥해실내체육관에 봉사약국이 설치됐다.

포항지역 지진 발생으로 약국도 피해를 입었지만 이재민들을 향한 약손사랑이 실천 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5일 포항에서 첫 지진이 발생한 이후 이재민이 속출하자 오후 10시경 이들을 수용할 대피소가 급히 마련됐다.

대피소는 총 15곳, 이 중 가장 큰 대피소는 흥해실내체육관으로 900여명 가까이 수용중인 이 곳에 지진
발생 첫 날부터 약손사랑이 실천됐다.

이문형 포항시 분회장은 자신의 약국도 지진 진원지 근처인 흥해읍에 위치해 있지만 약국을 정리한 후 즉각 이재민들의 거주지로 달려간 것.

이재민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느낀 이 분회장은 즉각 봉사약국의 필요성을 느끼고 함께 할 약사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첫 날 이후 봉사약국에 동참하려는 포항시분회 약사들의 행렬은 줄을 이어 일부 약사들을 다음 일정으로 조정해야 할 정도였다.

분회는 이재민 100명 이상이 거주하는 대피소 흥해실내체육관, 대도 중학교, 항도 초등학교에 봉사약국을 설치하고 첫 지진 발생 다음날인 16일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봉사약국은 첫 날과 둘째 날 지역 병원과 약국이 문 닫는 시간인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 운영하다 상황이 진정된 이후로 10시까지로 운영시간을 조정했다.

봉사약국을 찾은 환자를 복약상담하고 있다.

봉사약국에 참여한 약사들에 따르면 이재민들은 대부분 통증을 호소하며 소염진통제를 많이 찾았고 지진으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한 청심환을 찾았다.

또한 소화불량으로 인한 소화제와 멀미약,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로 종합감기약도 많이 찾는 약 중 하나다.

날이 추운만큼 난방이 가동되며 실내가 건조해지자 인공눈물 또한 많이 찾았다. 아울러 사람들이 한 곳에 많다보니 먼지도 발생해 일회용 마스크를 찾는 환자들도 있었다.

봉사약국을 찾는 환자들이 약을 많이 찾지만 과다 복용으로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분회는 1~2회 복용 정도 분량만 나눠주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봉사약국을 운영하며 사용되는 의약품은 봉사에 동참하는 약사가 각자 자신의 약국에 보관중이던 약을 갖고 와 기부하는 형태로 시작했다.

이어 분회는 곧 봉사약국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고 약을 구입하는데 분회가 운영하던 봉사약국 예비비 등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분회는 평소 포항지역에서 매년 개최되는 불꽃축제, 통일기원 마라톤 등 행사에서 봉사약국을 운영해 왔던 만큼 따로 예산이 책정돼 있고 사무국에 보관중인 약이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지진 같은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하자 이마저도 부족하다. 17일 저녁 동아제약이 베나치오와 판피린을 공급하고 광동제약이 쌍화탕 등을 공급할 예정이지만 아직 부족한 약이 많은 만큼 제약사의 기부도 필요한 상황이다.


봉사약국이 운영되자 이재민들의 반응도 뜨겁다.

봉사에 참여한 한 약사는 “약을 건네주며 손도 잡아드리고 편하게 안부를 묻고 하니 고령의 환자분들이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며 “심리적으로 다독여 주는게 약 보다도 더 큰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어 “내일 또 오냐고 물어봐서 ‘예 또 와요 걱정마세요’라고 답했다”며 “흥해읍이 농사가 주업이다 보니 연로한 분들이 많아 더 맘이 안 좋다”고 말했다.

17일 봉사약국을 찾은 환자들은 흥해실내체육관 100여명, 대도중학교 80여명, 항도초등학교 70여명으로 60세 이상 환자가 70% 이상이었다.

환자의 아픈 부위를 약사들이 살펴보고 있다.

봉사에 참여한 대다수의 약사들은 흥해지역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피해를 가장 크게 입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고통도 이해가 더 되는 만큼 많은 약사가 참여한 것이다.

한 약사는 “이재민들이 다 단골 환자들로 평소 안부를 묻고 지내던 이웃이었다”며 “모른 척 하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약사는 “자식이 다치면 당연히 부모가 치료해 줘야하는데 봉사약국 해야하는 이유가 있어야 하느냐”며 “내가 저렇게 될 수도 있을 텐데 같이 공존하는 공동체의 입장에서 함께 하는 건 당연하다”고 전했다.

이문형 포항시분회장은 “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약사회가 되도록 시민에게 다가가는 약사회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며 “약국도 힘든 상황에 봉사약국에 참여해 주는 우리 회원들이 가장 고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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