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2018.12.19 (수)

예스킨

'글로벌 혁신신약' 개정안은 과연 복지부의 '패착'일까?

다국적사도 수혜 어려워…건보재정 등 감안 고민 역력



정부가 제약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 개정안 초안을 발표했지만 안팎의 논란은 여전하다.

국내 제약업계는 물론 다국적 제약사들 역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국내사들은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했다고 하고, 외자사들은 ‘사실상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이로 인해 오랫동안 공들인 이 제도 자체가 사문화 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며 복지부가 잘못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복지부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될 ‘패착’을 저지르는 것일까.

△국내 제약 푸념은 이해...다국적사는 엄살 아닐까

국내 제약사들이 바뀐 개정안으로 인해 제대로 된 혜택을 받기 힘들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듯 하다.

정부가 제시한 5가지 우대조건을 국내사가 채우기는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제약협회의 푸념도 공감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그도 그럴것이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는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 의지를 북돋기 위해 앞서 2년여 동안 공들인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FTA로 인해 그 ‘열매’는 냄새도 맡아보지 못한 채 제도가 바뀌어버리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국적사들은 어떨까.

‘역차별’, ‘통상압력에 굴복했다’는 국내사들의 주장을 감안했을 때, 상식적으로 그 대칭점에 있는 다국적사들은 ‘어떤 혜택’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다국적사들은 자신들 역시도 혜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말일까? 괜한 ‘엄살’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다국적사도 5가지 기준 총족 어려워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은 국내사는 물론 다국적사 역시 그 혜택을 받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혁신신약의 가치를 입증받기 위해서는 다섯가지의 조항을 모두 충족해야만 한다.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대체 가능한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 △임상적 유용성 개선이 입증된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 획기적 의약품 지정 또는 유럽의약품청(EMA) 신속심사 적용 대상 △희귀질환 치료제 또는 항암제 등의 조건이다.

이 중 한가지 조건인 미 FDA의 ‘획기적 의약품 지정(Breakthrough Therapy Approvals, BTD)’ 제도를 우선 살펴봤다.

미국에서 이 제도가 도입된 2012년 이후 여기에 지정된 제품은 중복 의약품을 제외하면 약 65개 남짓.

이 65개 남짓한 제품 가운데 우리나라에 출시된 제품은 33개에 불과하다. 현재 출시를 준비중이거나 급여 이후 출시를 위해 협상중인 제품을 합쳐도 37개이다.

최근 6년간 33개만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이들 33개 중 상당수가 혁신신약 우대의 조건인 희귀질환 및 항암제 요건을 갖추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 33개 제품이 충족해야 할 우대조건은 아직 4가지가 더 남아있다.

C형간염, 류마티스 등 대체 가능성이 있는 제품은 빼야한다. 타 약제 대비 뛰어나기는 하지만 임상적 유용성의 수준이 낮은 제품, 유사한 기전의 약제 출시로 새 기전을 입증받지 못하는 제품이 될 경우의 우대조건까지 확대 적용하면 혁신신약으로 인정받을 확률은 크게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대체가능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의 약제'를 찾기는 쉽지 않다.

2012년 이후 BTD로 지정돼 국내에 들어온 33개 품목 조차도 이 5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제품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국적사들의 '엄살'이 괜한 소리가 아닌 것이다.

2012년 이후 미국 FDA의 획기적 의약품으로 지정돼 국내 출시된 제품 현황.


한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해당 조항으로만 봤을 때 실제 다국적사 의약품 중 혁신신약의 문턱을 통과하는 것이 하나라도 있을지 의문이 제기될 정도"라며 "세부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지만 다국적사도 혁신신약의 혜택을 받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RPIA 역시 공식 입장을 통해 “결국 국내외 해당되는 신약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문화된 우대제도가 될 것“이라며 ”특히 대상을 희귀질환치료제나 항암제로 한정하고 여기에 대체 가능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신약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내·외자 양쪽 모두에 ‘타이트한’ 제도…정부의 복심은?

결국 이번 개정안은 국내사와 다국적사 어느 한 쪽에 유‧불리한 제도가 아닌 말 그대로 모두에게 ‘타이트한’ 조항을 적용한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로서는 ‘최선’ 또는 ‘차선’도 아니지만 행여나 발생할 ‘최악’을 피해갈 수 있는 고민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실제 국내외 기업이 동일한 우대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이 될 경우 기본적으로 미국 제약사 도입 신약의 약가가 올라가게 될테고 당연히 여타 다국적사 약가에도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건보재정을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늘어난다면 정부는 또 다른 부담과 비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다국적사와 국내사에게 동일한 신약 약가우대 조항을 적용하면 그 혜택이 다국적사에 집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왔던 것이 사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가 국내사들을 위한 것인데 사실상 우대조치가 없어진 만큼 이번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면서도 “다만 문재인케어 등으로 인한 건보재정 전망을 고려할 때 무작정 제도를 완화시켜 약가를 높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 편에 유리한 제도를 만들수도 없는 정부의 고민이 반영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원론적인 수준의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향후 업계의 의견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한미 FTA취지에 맞도록 '일방적인 강화나 완화'가 아닌 양측이 모두 공평하다고 이해하는 제도 개정은 물론 국내 건보재정 등도 여러 가지로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일단 개정 초안이 발표된 만큼 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검토해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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