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광동심포지엄

2019.04.26 (금)

우황청심원

"겨울 제주 그리고 나의 사십 년 지기"

[기고] 건강한약국 이미선 약사


아직도 살짝 당기는 뒷다리는 행복했던 이틀간의 제주 여행의 흔적이다.

숙명여대 약학과 80학번으로 만났던 세 명의 벗들과 겨울제주를 온 몸으로 만났고 그리고 가득했다.

혼란이 가득했던 1980년 대학 1학년을 보내면서 약학도로서 나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다. 문과적 기질이 강했던 내게 수많은 화학기호와 분자식 그리고 끝도 없는 생약 학명들은 온 몸이 눌릴 만큼 무거웠다.

참으로 험난했던 나의 대학시절을 함께 넘어 주었던 귀한 벗들이다.

친구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수업에 빠진 나를 위해 대리출석을 해주었고, 시험기간이면 보물 같은 정리노트를 빌려주곤 했다.

그땐 그리 큰 고마움을 느끼지도 못했고 전하지도 못했다.

스무 살 어린 시절의 객쩍은 치기였다.

그렇게 이십여 년의 세월이 흘러 사십 중반이 훌쩍 넘어서 귀한 인연의 고리가 다시 이어지게 됐다.

결혼해 두 남매의 엄마가 되고 약사회 활동만큼 테니스를 좋아했던 친구는 수년전 목 디스크 수술을 하고 건강을 살피고 지키는 참 좋은 약사가 되었다.

‘공주마마’라는 별호의 친구는 청파동 시절과 변함없이 우아한 중년의 공주로 잘 나이 들어가고 있다.

‘영성상담가’라는 독특한 직업의 친구는 화장기 없는 얼굴과 맑은 목소리로 우리의 영혼을 평화롭게 만들어 준다.

불교 포교에 마음을 두어 많은 활동으로 공덕을 쌓는 친구도 있고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발랄 소녀도 있다.

변하지 않은 개성과 우정으로 이어가는 귀한 벗들과의 모임이 내겐 산소동굴이다.

대한민국에서 여성, 엄마, 그리고 약사로서 살아감이 그리 쉽지 않음에 모두 공감하게 되는 나이여서 만나면 늘 시간 초과이다.

서울, 인천, 분당 사는 곳도 다양하고, 다들 일인 몇 역을 하면서 사는 삶 들 이어서 늘 그립긴 해도 만남을 쉽게 만들지는 못한다.

작년 가을에 만났을 때 약국이 좀 한가한 겨울철 1박2일로 제주나들이 ‘한라산 그리고 온천과 박물관’으로 주제를 잡았다. 모든 예약을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기다렸다.

멋지게 운전하는 친구의 뒷모습도 좋았고, 다양한 간식으로 준비해 우리를 미소 짓게 한 친구도 있었다.

수영복을 챙겨왔지만 온천시간에 밀려, 하지 못한 아쉬움을 호텔방에서 수영복 패션쇼로 달래면서 배꼽잡고 웃었다.

입산시간이 늦어 한라산을 오를 수는 없었지만 어승생악 탐방로를 오르면서 옆으로 펼쳐지는 한라의 모습을 감탄하였고, 눈 쌓인 계단을 온 몸으로 오르락 내리락 하였고, 뒷다리는 열심히 일했다.

제주의 물, 바람, 돌의 주제로 만든 수풍석박물관과 본태 박물관은 우리의 정서와 소통하였고 탄산칼슘이 많았던 온천에도 반하여 다음에 꼭 다시 오자고 손가락을 걸었다.

늦은 밤까지 약사회 이야기, 다양한 약이야기 등등 같은 직업을 가진 벗이 있음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어렵고 힘든 이들의 삶에 마음이 가다보니 이런 저런 일을 대책 없이 벌일 때가 종종 있다.

홀몸어르신 겨울침구셋트 후원작업. 미혼모 돕기 후원사업, 바하밥집 후원사업, 장봉도 혜림재활원 사무용복합기 후원사업 등등 내가 하는 모든 활동에 늘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주는 벗들이다.

그들을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청파동언덕을 올라가던 스무 살 시절로 돌아가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지역주민들과 소통하고, 아픈 환자에게 편한 약사가 되어 건강생활에 도움을 주고, 귀한 나의 벗들이 지칠 때 어깨를 내어주고 맛있는 밥 한 끼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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