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예스킨부산

2018.10.17 (수)

예스킨

스노우볼 효과와 전략적 로드맵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조헌제 이사

최근 지방소재 모 바이오분야 연구기관이 연구개발 목적으로 설치된 25억원짜리 초임계 추출기로 참기름을 짜서 명절선물로 돌리고 참깨 구매를 위해 과학기자재 구입비까지 유용해 사정당국에 적발되는 실로 어이없는 일이 발생하여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연구개발하라고 지급한 자금을 로비를 위해 사용한 것이다.

수년전에도 국내 굴지의 모 대학 건물 통로에 국책사업비로 구입된 수억원짜리 첨단연구용장비가 수년째 개봉도 되지 않은채 방치됐다가 당국의 실태조사에서 적발된 사례도 있다.

구입된 고가의 연구장비들은 애초부터 연구계획에서만 존재하고 실제 활용계획이 없었거나 활용계획이 있었어도 사용빈도가 매우 낮아 타기관 시설을 활용하거나 구입을 포기했을 사안인데 구입했다는 점을 미뤄 볼 때 사업계획단계에서 이를 통제할 수 있은 기전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각종 중장기사업에서 고가의 연구장비나 시설의 중복투자 사례와 연구개발자금의 용도외 사용 사례 등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이미 그동안의 수많은 보도를 통해서라도 공공연한 사실로 다가온다.

날로 척박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환경을 고려하면 넉넉지 않은 국가재원과 민간투자재원의 활용가치를 높이고 생산성을 극대화시켜도 모자라는 판국에 이와같은 어의없는 사례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배경에는 연구현장의 도덕적 헤이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제약, 바이오분야에서 국가적인 연구개발사업의 로드맵과 마스터플랜이 부실하거나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연구기관들의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게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목표의식 결여에 따른 기강해이 등으로 빚어진 결과로 풀이될 수도 있어 하루빨리 보완책이 강구돼야 할 것 같다.

OECD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보고에 따르면 한국은 GDP대비 국가전체 연구개발비 지출이 일본(3.35%), 미국(2.79%)보다 높은 4.15%를 기록하면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R&D인력 역시 근로자 1000명당 12.4명으로서 세계 1위(2위는 일본 9.9명)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경쟁력평가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144개국중 26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연구재단이 발표한 2000년부터 2009년동안 5년주기별 SCI논문 1편당 피인용횟수는 세계 30위에 머물고 있고, 기술경쟁력은 14위, 기초연구개발성과의 산업적 활용수준은 2011년 기준 16.4%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산업적 활용수준이 우리보다 50%가량 높은 미국(24%)의 경우 지난 2012년 대통령과학기술자문회의는 보고서를 통해 바이오분야 기초연구성과들이 신약개발로 연계되지 않아 제약산업 생산성을 저하시켰다고 지적하고 기초연구성과의 상용화 연계 활성화를 위한 산학연네트워크구축, 제약산업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 제공 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구개발투자와 보유 연구인력측면에서는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각종 지표들은 우리나라도 심각한 생산성 위기에 직면해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기획단계부터 목표지향형 산학연 연계 및 투자전략 수립과 투자생산성 제고를 위한 접근이 부족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하여 연구력, 경험, 보유역량 및 자원, 인프라 등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열세상황인 한국제약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획단계에서 기업의 수요에 기반한 전략적 기술개발 및 민관 투자로드맵 수립과 이에 기반한 목표지향형 산학연역할분담 및 투자재원의 최적화된 배분을 통한 투자생산성과 혁신생산성 제고 전략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그래야만 소중한 국민혈세의 스노우볼 효과(Snowball Effect)제고로 제약산업의 신약개발생산성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 1위 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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