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제5회 이가탄 한국약사문학상 공모전

2017.12.12 (화)

실용주의에 입각한 고유 성장모델이 필요하다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조헌제 이사

지난해 8조 7천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글로벌 기술라이센싱으로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기술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여과없이 보여준 바 있는 한미약품이 최근 9월 29일 미국 제넨텍과 또다시 1조원 규모의 표적항암제(HM95573) 기술이전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신약개발 역량에 대한 국내외 이목이 집중되는 또 다른 계기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다음날 9월 30일 글로벌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으로부터 지난해 기술이전받은 항암신약(HM61717)개발을 포기했다고 공시함으로써 자본시장내에서 기대감과 실망감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 안타깝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지난해 한미약품의 대규모 성과를 계기로 회복된 제약산업에 대한 긍정적시각이 혹시나 이번 계약취소로 반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는 점이다.

이와같은 우려의 목소리와 병행하여 이제는 특정기업의 성공사례나 실폐사례에 일희일비해서는 안되며 지난해 보여주었던 역대 최대 규모 기술라이센싱 사례가 지속될 수 있도록 국내 신약개발기업들이 요구하는 고유의 성장모델이 하루속히 구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 같다.

다만 우리 고유의 성장모델 구축과 구축된 모델을 실행하기 전에 몇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들이 있는 것 같다.

우선 제약산업과 신약개발이 지닌 본질가치가 제대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신약개발은 이제 자국의 경제성장을 위한 마지막 보루이자 글로벌 시장선점을 위한 궁극의 영역으로서 인식된지 오래다.

신약개발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들 조차 유망 후보물질을 확보하고 플랫폼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국가의료재정을 효과적으로 절감하고 국가경제성장에 신약개발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제약산업의 신약개발등 혁신과정에서 도출된 성공사례나 실패사례에 대한 정부, 국민, 투자자측면에서의 냉정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신약개발실패위험요인에 대한 정부, 국민적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약효, 안전성, 안정성, 제형, 생체이용율, 체내동태 등 기술적 위험요소는 물론 시장과 정책환경변화 등에 따른 기술외적 위험요소들이 항시 존재한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가 필요하다.

특히 기술이전이나 라이센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의 항암신약기술 계약을 포기한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쟁 약물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약 '타그리소'의 시판으로 시장 선점이 어려워져 경제적 매력이 떨어졌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부작용 데이터 발표에 따른 안전성 측면에서의 매력도 떨어졌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외에도 라이센싱계약파기에는 일반적으로 상호간 인식과 조직문화, 커뮤니케이션 차이, 계약불이행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세 번째로 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 의지가 실용화와 시장가치로 연계될 수 있는 생태계 조성과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거대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기업들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으로 글로벌 기업들을 인수합병하고 유망신약후보물질들을 저인망식으로 인수하고 있다.

대만은 최근 3조원규모로 글로벌 아웃소싱 펀드를 조성하고 미국, 이스라엘등의 유망파이프라인을 흡수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다국적 제약사들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유망파이프라인 선점은 물론 파이프라인 인큐베이팅을 진행중이다.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와이즈만연구소, 텔아비브대학, 히브리대학, 테크니온공대 등은 이들 다국적기업은 물론 중국, 대만, 필리핀, 일본 등을 대상으로 1000여건의 유망 신약파이프라인 공급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이들 국가들의 선점경쟁이 날로 치열해 지고 있다.

이 즈음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특정기업의 성공실패사례에 일희일비할 시간에 미래성장을 위해 신약개발 생산성을 어떻게 높여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전세계 유망파이프라인의 상당수가 존재하는 이스라엘, 덴마크, 스웨덴 등이 중국, 일본, 미국 등으로부터 선점되면 그 이후 우리는 자체기술로 이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 대학, 연구기관, 스타트업기업들이 신약개발기업의 오픈이노베이션과정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파이프라인과 기술을 공급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점검해야한다. 만일 준비되지 않았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냉정하게 살펴보고 필요시 파괴적인 수준의 개혁도 필요하겠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벤처규제완화, 규제프리존정책, 첨단재생의료육성, 바이오벤처육성, 클러스터조성정책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이들 정책들이 실용주의 관점에서 신약개발기업들이 요구하고 있는 사항을 제대로 담고 있는지도 냉정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겠다.


※ 본 시론은 약사공론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서울 서초구 효령로 194 대한약사회관 3층   Tel : (02)581-1301   Fax : (02)583-7035    kpanews1@naver.com
Copyright (c) 2004 kpanews.com All rights reserved.

대한약사회 약학정보원 의약품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