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케라네일

2017.02.26 ()

수의사 처방제, 非인체용 항생제 사용 감소 대책 아니다

대한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9월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1차 유엔총회 항생제 내성 고위급 회의’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국제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에 가입해 국제 공조체계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항생제 내성균 유행이 신종 감염병의 파급력과 비슷한 것으로 보고 글로벌 행동계획 마련 및 국제 공조를 강력히 촉구한 바 있고, 또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의 주요 행동계획 중에도 항생제 내성이 포함되는 등 선진국들은 국가 안보의 측면에서 접근하며 국가별 대책을 수립·시행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8월11일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을 확정 발표했다. 2015년 대비 2020년 목표를 항생제 사용량 20% 감소,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 50% 감소, 호흡기계 질환 항생제 처방률 20% 감소, MRSA 내성률 20% 감소, 수의사 처방용 항생제 품목 수 2배 증가, 닭 대장균 플로르퀴놀론계 내성률 10% 감소 등으로 정했다.이를 위해 항생제 적정사용, 내성균 확산방지, 감시체계 강화, 인식개선, 인프라 및 R&D 확충, 국제협력 활성화 등 6가지를 중점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의사들 스스로 과다 처방을 할 뿐 아니라 병이 잘 낫는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처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OECD Health Statistics(2016)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31.7 DDD(Defined Daily Dose·의약품 규정 1일 사용량)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3.7DDD)보다 35%가량 높다.

2016년 5월19일 영국 정부가 발간한 짐 오닐 보고서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050년 연간 10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암으로 인한 사망자 820만명을 넘어서는 충격적인 수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우리 정부는 부랴부랴 지난 5월 보건의료전문가, 시민단체, 언론계를 망라한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협의체’를 발족하여 세 차례의 회의를 갖고 이를 토대로 이 번 5개년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촉박하게 만들어진 대책이라 완벽하지 않고 앞으로 실천방안이 담보되어야 하겠기에 인체용 항생제 부분에 대한 관리대책은 차치하고라도, 수의사 처방제 확대라는 非 인체용 항생제에 대한 관리대책은 문제점이 많다.

수의사 처방 대상 항생제를 현재 20종에서 2020년에는 40종 이상으로 늘리고 이후에는 전 품목으로 확대하자는 것인데, 이는 필자가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 협의체 회의석상에서도 강력하게 반론을 제기한 부분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현실을 도외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축수산업에 사용하는 항생제의 용도는 두 가지로 하나는 질병치료, 다른 하나는 가축을 살찌우기 위해서이다. 1975년 EU에서 반코마이신 계열 ‘아보파신’을 가축용으로 승인해 닭, 돼지를 살찌울 목적으로 사료에 섞기 시작했는데. 인체용으로 사용된 반코마이신 보다 천 배나 넘는 축산용 반코마이신이 사용되었고 이는 슈퍼박테리아가 탄생된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뒤늦게 한국은 사료에 항생제를 섞는 행위를 2011년 전면 금지함)

정부가 수의사 처방제 확대를 하려는 명분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농림축산 검역본부의 ‘2013년도 국가 항생제 사용 및 내성 모니터링’ 결과가 수의사 처방제 실시 이후 항생제의 사용이 전년대비 10% 감소하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수의사 처방 없이 자가 치료 예방용으로 판매되고 있는 항생제는 2015년 기준 전체 항생제 판매량의 90.2%를 차지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수의사 처방제 실시로 인한 정책의 긍정적 효과가 발생한 것이 아닌 2010년 ~ 2011년에 일어난 돼지 구제역 파동으로 인해 살 처분 돼지두수가 전체의 33%(332만 마리)에 육박하여 이후 가축 사육두수의 전체 규모가 감소하여 일시적으로 항생제 사용량이 감소한 것이다.

아울러 비처방 항생제 판매량이 90.2%라고 정부의 생각처럼 수의사 처방제가 확대되면 처방 대상 항생제 사용량이 감소할까? 수의사 처방대상의약품인 ‘세프티오퍼’는 2005년에 비해 수의사 처방제가 실시된 2013년에 오히려 22배 이상 사용량이 급증했다. 퀴놀론계인 ‘옥소린산’도 2배 이상 사용량 증가했다. 반면 수의사 처방제 실시로 오남용이 우려되었던 비처방항생제인 ‘아미노글리코사이드’는 수의사 처방제 실시 이후 오히려 40%이상 사용량이 감소하였다.

현행 수의사 처방제를 악용하여 일부 동물용의약품 도매상에서는 처방전만 전문으로 발급하는 수의사와의 고용계약을 통해 직접진료 없이 처방전만 발행하고 있고, 이는 축산농가가 수의사 처방제 시행 이전과 같이 기존에 동물용 의약품 도매상에서 구매하던 의약품을 여전히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유통체계 상의 문제점을 그대로 내포하고 있다.

아울러 수의사 처방제는 동물용 의약품에 대한 처방대상 의약품의 관리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수의사의 동물치료를 위한 인체용 의약품 사용은 어떠한 제한도 받지않는다는 점이 문제이다. 동물병원에서는 동물 치료목적으로 동물용 의약품 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되고 있는 인체용 의약품으로 대체해 투약하는 현상이 만연화 되어있다. 이는 국내 동물용 의약품 시장(수입제품 포함)이 2013년 기준 5459억으로 전년(5,837억)대비 6.5% 감소한 것으로도 익히 알 수 있다.

수의사는 이미 수의사법에 의거 처방전 발행을 거부할 수 없으며,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의 처방전 발행이 적은 것은 약사법 85조 예외조항 때문이라고 수의사들은 말한다. '약사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에, “동물약국에서는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을 마음껏 판매할 수 있다. 소비자는 처방전 없이 약을 살 수 있는데 처방전 발행을 요구하는 보호자가 어디에 있나?'라고 반문한다. "수의사가 처방전을 발행하는 경우는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에 대해 보호자가 처방전 발행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변명과 함께.

과연 그럴까? 수의사 처방제 실시이후 그해 서울지역 동물병원(약 700개소)에서 발행한 광견병 및 렙토스피라 전자처방전(약사예외조항이 아닌 주사용 생물학적 제제임)은 단 4건에 불과한 것에서 알 수 있듯, 동물병원에서는 수의사 처방전의 동물약국 발급을 꺼려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의사 처방제를 확대하려는 것은 수의사들의 변명이며 핑계일 뿐 수의사들이 동물약품을 독점하려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수의사 처방제를 확대한다고 非인체용 항생제 사용량이 줄어들지는 미지수이다. 항생제 내성 대책을 위해서는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수의사 처방제를 확대할 것이 아니라 수의사 처방전 발행 의무화나 동물의약품 의약분업이 실시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물론 의약분업 예외지역을 두어 약국이나 동물병원이 없는 농가 축주들의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

정부는 실효성 있는 National Action Plan을 통해 이번 기회에 `항생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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