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케라네일

2017.02.26 ()

리베이트 처벌 강화법 형평성 위반, 정의는 있는가?

대한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

대부분 인간들은 자신들의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가 되길 바란다. 선을 권하고 악을 배척한다. 약자를 응원하고 성실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을 권장한다.

올바르지 못한 것이 일시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것 같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하고 마침내 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는 事必歸正을 철썩 같이 믿고 있다. 하지만 역사에 정의는 없다. 모든 역사는 승자의 관점에서 기록되어진 기록물일 뿐이지 정의와는 무관하다.

역사는 카오스적이기에 결정론으로 설명될 수도 예측될 수도 없다. 역사는 스스로에 대한 예측에 반응하는 2단계 카오스계다. 예상 가능한 혁명이 결코 일어날 수 없듯이 정치도 2단계 카오스계다. 역사에 정의가 없듯이 역사의 선택은 인류를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정치의 선택도 정의를 위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 최순실 사태로 ‘순실증(국정 농단 사태로 우울감·무기력감을 느끼는 증상을 일컫는 신조어)’을 호소하며 분노와 허탈감에 빠져 있는 국민이 많다.

국민적 분노의 밑바닥에는 ‘상식의 붕괴’에 따른 충격이 널브러져 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정관계 문화체육계 사회 보건의료계 교육계 경제계 연예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비상식을 넘어 몰상식한 일들이 버젓이 자행된 사실에 분노와 허탈감에 빠져 있는 것이다. 이런 상식의 붕괴가 불신시대를 만들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당연히 지켜야 할 상식적 가치들을 철저히 유린하고 파괴했다.

인지혁명 이후 사피엔스는 개관적 실재와 가상의 실재라는 이중의 실재 속에서 살게 되었다. 국가라는 가상의 실재가 현실 세계에서 힘을 발휘하려면 국민의 공통된 믿음이 굳건하게 존재하여야 한다. 無信不立은 국가에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 순실이 지나간 자리에는 상실만 남아 있다. 박대통령이 입만 열면 부르짖던 창조경제는 찬조경제로, 청와대가 비아그라를 구입한 것에 대해서는 박대통령이 항상 서면 보고만 하라고 해서 안 서면 보고할 수가 없어 샀다는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11월 26일 5차 촛불집회에는 '고산병 예방약으로 샀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의식한 듯 '한국 고산지 발기부전 연구회'라는 단체 이름의 '하야하그라'라고 쓴 깃발도 등장했다.

이러한 비아냥거림과 절대불신을 초래한 최순실 사태의 알파와 오메가는, 전적으로 공사구분 못하고 일단의 비선실세 집단에 의해 국정농단이 일어나게 한 박대통령의 부적절한 처신에 기인한다.

박대통령과 순득, 순실 자매 관계에 대해 관포지교를 입에 담는 것조차 민망한 일이지만, ‘관포지교(管鮑之交)’는 관중과 포숙 두 사람의 공·사 구분에 대한 이야기로서 관중이 40여 년간 재상 자리에 있었지만 친구 포숙을 공직에 추천하지 않았다. 권세가 친구를 두고도 40여 년간 초야에 묻혀 사는 포숙을 보고 일부 백성들은 관중의 냉혈적인 인간됨됨이를 탓했지만 포숙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을 물리쳤다.

각설하고, 상식의 붕괴에 따른 전 국민적 충격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번엔 국회 법사위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동일 사안인 리베이트 처벌 강화(2년 이하를 3년 이하로)를 위한 의료법과 약사법 개정안이 나란히 보건복지위 법안소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상정되었는데, 약사법 개정안만 통과시키고 의료법 개정안은 법사위 소위로 돌려보내는 비상식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약사와 제약사, 의료기기회사의 처벌만 강화되었고 리베이트의 주 대상인 의사의 처벌을 규정한 의료법개정안만 법사위가 처리하지 않은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며 특정 직역에게만 특혜를 주는 횡포이다.

그야말로 최순실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국회 법사위에서 비상식적이고 형평성에 어긋난 주객이 전도된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진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약사법은 통과시키고 동일 사안인 의료법은 돌려보내라고 주장한 국회의원은 어떠한 생각으로 그렇게 행동했을까? 의구심이 분분하다.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LED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재심의를 위해 법사위 제2소위원회(위원장 김진태)로 되돌려져 29일 개최 예정되어 있는 의료법 개정안이 어떻게 처리되어지는지 국민들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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