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제13회 팜엑스포 및 KPA학술세미나

2017.05.28 ()

뫼비우스의 띠와 편의점 상비약

대한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

2007년 1월,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는,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면서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었다.

그녀는 또한 최순실 딸 정유라와 관련해 대한승마협회 감사를 ‘마음에 들지 않게’ 한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역정을 내며 인사조치 하라고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지시하기도 했었다. 이후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2013년 7월 경질됐다.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그녀의 말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인생이 뫼비우스의 띠 같다지만, 수많은 정치인과 국민들의 그녀를 향한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비난은 정확히 두 바퀴(노무현-이명박-박근혜)를 돌아 그녀에게 돌아왔다.

반면 ‘나쁜 사람’이란 주홍글씨를 가슴에 담고 살았을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은 ‘소신 있는 공무원’으로 명예 회복되었다.

필자가 서두에 ‘나쁜 사람’, ‘나쁜 대통령’, ‘소신 있는 공무원’ 얘기를 꺼낸 것은 요즘처럼 혼란한 정세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달성을 위한 공무원들의 자세를 말하고자 함이다.

대체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 현 정부가 추진하던 대부분의 정책들이 추진 동력을 잃어 표류하게 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최순실과 직접 관련된 정책들은 타당한 관측이다)

하지만 최순실과 직접 관련 없는 정부 정책은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최순실 정국의 여파로, 윗선이나 정치권 눈치 안보고 앞으로 더욱 소신껏(?) 일하겠다는 공무원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소신껏(?) 일한다는 명분으로 공무원들이 원격의료를 밀어붙이고, 편의점 판매약 품목 확대 도입을 강행하려 한다면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나마 원격의료는 의료법 개정 사안이기에 국회라는 거름막이 있지만, 편의점 판매약 확대는 고시 개정 사안이라 정부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오만에 빠지기 쉽다.

자신이 굳게 믿고 있는 바, 즉 자신의 소신대로 하는 일처리가 정당성을 가지려면, 그 소신이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공직에 있는 사람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편향된 관점으로 생성된 소신이라면, 이는 단지 아집에 불과할 뿐이다.

선도미 후지미(先掉尾 後知味)라고, 개가 음식을 먹고자 할 때는 먼저 꼬리를 흔들고 난 뒤에 먹는 것처럼,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편의점 판매약 제도가 도입된 지 만4년이 지난 시점에서, 품목 조정을 하려면, 무엇을 먼저 논의할 것인가에 대해 타당성 있는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

제도 도입 후 국민들의 건강권에 대한 위해는 없는지를 먼저 살펴보고 위해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그 다음에 판매업소의 사후관리는 잘되고 있는지, 문제점이 무엇이고 개선책은 없는지를 살펴보고 난 후에, 국민들이 판매제도 정착을 위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 가장 많이 원하는 것부터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편의점 판매약 매출1위인 타이레놀의 경우, 미국에서는 연간 458명, 일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연간 150~200명이 타이레놀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고 있다. 2009년 타이레놀 약국외 판매를 허용했던 스웨덴 MPA(Medical Product Agency)는 타이레놀 부작용 보고건수가 매년 급증하자 6년만인 2015년 약국외 판매를 금지시키고 약국에서만 판매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73.1%의 편의점 판매업소가 위법행위를 저지르고 있고, 71.7%의 편의점 알바들이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 한 마디로 부작용 문제가 심각한대도 사후관리가 거의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2013 보사연 조사결과, 안전상비약 판매제도 정착을 위해 보완할 점으로 판매자에 대한 안전조치 강화가 39.9%로 1위, 대상 품목수 확대는 7.7%로 최하위인 5위를 나타냈다.

아울러 리서치앤리서치 조사결과, 심야환자 발생 시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74.4%가 야간/휴일 의원과 약국 연계 심야공공약국 도입에 찬성한 반면, 편의점 판매 의약품 확대는 19.8%에 머물렀다.

또한 현행 안전상비약 품목 수에 대한 질문에, 현행 13품목이 적정하거나 많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리서치앤리서치 83.5%, 보건사회연구원 69%, 고대산학협력단 52.8%로 압도적 다수로 나타났다.( 보사연과 고대산학협력단은 2011년 일반의약품 48개 품목이 의약외품으로 전환되어 슈퍼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조사함)

현행 13품목이 적어 늘려야 한다는 의견은, 리서치앤리서치 16.5%, 보사연 31%, 고대산학협력단 43.4%로 나타나 과반수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제반 사항을 고려하여, 기존 13품목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먼저 한 뒤, 위해성 논란이 있는 약품은 품목에서 퇴출시키고, 편의점 판매업소에 대한 사후관리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한 일일 것이다.

이러한 점을 깡그리 무시하고, 설문조사 대상자 1389명중 단 1명이(0.07%) 희망한 장염약, 진경제, 위장약, 변비약, 지혈제, 소염제, 수면유도제 까지 포함된 40개 품목을 19개 효능군으로 분류하여 , 안전성 평가만 한 뒤, 품목을 추가하겠다는 발상은 논리적 타당성을 논할 가치는 차치하고라도 상식 밖이다.

최근 국방부의, 지뢰제거작전에 해당 부모의 동의서를 받고 진행한 파동이나, 빚더미에 앉아있는 공기업이 과다한 상여금 잔치를 벌이는 것과 같은 몰상식이다.

소신 있는 일처리는 타당성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편의성 대 안전성 논란으로 도입된 편의점 상비약 제도가 도입된 지 만 4년,, 편의성 대 안전성에 공공성이 가미된 지금, 편의점 상비약 뫼비우스의 띠는 어디를 지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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