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2018.12.14 (금)

예스킨

환자중심돌봄을 위한 의료전문직 직종간교육의 필요성

차의과학대학교 약학대학 사회약학실 손현순 교수

올해 초 약사커뮤니케이션학회가 창립되었다. 이는 약사직능에서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학술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음을 말한다. 세상일은 관심의 크기만큼 보인다고, 얼마 전 단풍잎을 밟으며 대한의료커뮤니케이션학회 학술대회에 갔었다. 환자중심 의사소통과 환자경험이라는 주제 하에 다채롭게 구성된 강연들은 우리 약학계보다 한발 앞서가는 의학계의 미래지향적 방향을 보여주었고, 동시에 열린 눈과 귀, 부지런한 발걸음,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여러 가지 과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있음도 알게 해 주었다.

가장 반가웠던 강연은 직종간교육(interprofessional education)에 대한 것이었다. 특히 의과대학에서의 직종간교육 시행 경험사례는 현실적 감각을 깨워주었다. 내가 최근 풀어내고 싶은 주제 중 하나는, 현재의 의료전문직간(대표적으로 의사-약사간) 비협력적인 관계, 때때로 드러내는 직종간 갈등양상의 개선을 위해 대학교육과정에서 관련전공 학생들간 상호이해를 높일 수 있는 소통교육을 실현할 방안은 없을까 하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 약대의 직종간교육 관련 현황이나 직종간교육 관련 문헌들을 살펴본 결과 직종간교육은 관련전공 대학들이 서로 함께 계획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어서 상호 많은 준비과정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있던 터였다.

약학교육에서 직종간교육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의사든 약사든 환자중심돌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수없이 듣고 공부도 했지만 지금 실제 현장에서는 일련의 약물치료과정에 의사-약사간에 얼마나 상호협력하며 환자중심돌봄을 하고 있는지 묻는다면 주저없이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상대를 왜 그리고 어떻게 존중해야 하는지, 상대와 어떻게 의사소통해야 하는지, 상호협력해야 할 이유도 방법도 제대로 학습하지 못했고 상대를 제대로 알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입원환자 대상의 병원기반 의료는 그나마 의사-약사간 직능수행 장소의 연속성이 유지되는 환경이지만, 현재 외래환자 대상의 지역기반 의료에서는 진료와 처방약조제 직능을 수행하는 의사-약사가 물리적으로도 유기적으로도 단절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질병을 진단하고 필요한 약을 처방하고 처방약을 검토하고 조제하고 복약지도를 하고, 환자가 약을 올바로 복약하여 질병이 호전되는지를 평가하는 일련의 질병관리과정은 환자를 중심으로 의사-약사가 연속성있게 협업하는 과정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와 내 주변인의 경험에 비춰보아도, 의사진료방문시나 약사조제방문시 자신의 약물치료과정에 의사-약사가 협력하고 있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장종사자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직종간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보건의료분야의 서로 다른 직종의 학생들이 서로에 대해 학습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원활히 소통할 수 있게 되면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시 효과적인 협력이 가능하고 환자의 건강성과도 개선할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 환자돌봄의 질이 높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어 의료선진국에서는 직종간교육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고 이미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대에서도 일부 직종간교육이 시행되고 있다. 아직 약대가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협업대상 직종의 성격과 상대 학문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협업의 필요성이나 상대직종의 호감도가 상승했다고 한다.

이러한 흐름들을 고려할 때 통합6년제 약학교육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지금, 우리 약대에서도 협업대상 직종의 대학들(의대, 치대, 간호대 등)이 함께 있는 학교에서부터, 약대가 먼저 제안하든 의대가 먼저 제안하든 대학간 소통의 물꼬를 튼 다음, 직종간교육의 필요성을 상호인지하고, 구체적인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에 대한 논의를 함께 시작해 보면 좋겠다.

물론 교육과정 개발이 쉽지는 않을 게다. 의대의 경험사례에서도 관련학과들의 학제가 서로 달라서 공동수업 편성이나 실제 운영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직종간교육의 필요성과 직종간 협업의 중요성을 얼마나 절실히 공감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러한 어려움은 장애물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다양한 방식(함께 하는 강의식수업, 주제토론수업, 임상관련 문제중심학습, 역할극, 임상현장체험, 임상실습, 워크숍, 세미나, 의료봉사 등)으로 교육을 시행해서 그 결과 상호 의사소통이 원활해지고 상대 직종의 역할과 책임을 잘 알게 되고 상호존중감과 신뢰감이 형성된다면, 졸업 이후에도 해당 직종간에 상호협력적 태도가 공고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학교에서 인간적으로 자연스러운 상호교류가 이루어졌다면, 타직종에 대한 배타성이나 불필요한 오해나 편견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최근 우리 약대교육에서 강조하고 있는 성과기반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의료의 질 개선과 환자의 건강성과 향상을 위해서도, 약사직능 현장에서 서로 다른 전문성이 통합될 수 있는 팀기반 협력적 상호작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으로서, 약대에서의 직종간교육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것을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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