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

2019.04.26 (금)

우황청심원

편의점 상비약 품목지정심의위원회는 즉시 해체돼야 한다

대한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

복지부가 전문가자문단회의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를 지난 1월 모두 완료하고 최종 정리 작업이 끝나는 대로 안전상비약 7차 지정심의위원회(이하 지심위)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얼핏 지난해 8월 6차 회의에서 개별 품목 선정과 관련해서는 안전상비의약품 안전성 기준의 적합 여부에 위반되지 않아야 한다는 약계 측 의견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과는 동 떨어진 꼼수일 뿐이다.

안전상비약 지심위는 태생부터 불법으로 만들어진 기구이다. 안전상비약 판매자의 등록에 관한 약사법 44조의2가 만들어진 것이 2012년 5월14일이다. ‘안전상비약 지심위’ 설치 근거인 ‘안전상비의약품의 지정 시 의견청취’는 당시 약사법 시행규칙 제52조의2(현행 19조)에 나와 있는데, 이 조항이 신설된 것이 2012년 10월 18일이다.

그런데 2012년 7월5일자 복지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명박정부에서 안전상비약 제도를 만들 때, 그 당시 법적근거가 없는 불법 ‘안전상비약 지심위’를 만들어 2012년 1차 회의(6.1), 2차 회의(6.13), 3차 회의(7.5)를 개최해 13품목을 편의점 상비약으로 먼저 통과시키고, 나중에(보건복지부령 제162호, 2012.10.18일) 약사법 시행규칙에 이에 대한 규정을 신설한 웃기지도 않은 엉터리 행정을 펼친 전력이 있다. 이는 명백한 불법으로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말로 웃긴 점은, 보도자료에 “ 총 3차에 걸친 회의에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기준’과 함께 <중략> ’안전상비의약품 지정기준’을 충족하면서”, 라고 안전상비약 지정 시 안전성 기준을 충족해야만 지정할 수 있다고 안전성 기준을 만들어 놓고는, 지정한 13품목 대부분이 ‘안전상비의약품 지정기준’을 위반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엉터리로 점철돼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약사법 시행규칙 제19조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을 정하여 고시하는 경우에는...<중략>...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명시 되어 있는 것은, <안전상비의약품을 정하여 고시하는 경우>란, ‘ 중앙약심을 통해 품목을 논의한 후에 그 결과를 고시할 경우’로서, 지심위는 중앙약심에서 결정한 의견을 복지부장관이 고시할 때, 이에 대한 사항에 대해서만 자문의견을 제시 할 수 있는 것으로 조문을 해석하는 것이 지극히 타당할 것이다.

왜냐하면 안전상비약 지심위는 한시적인 비법정위원회로 의약품 비전문가가 절반이나 차지하는 단순 자문기구에 불과할 뿐, 의결구조 조차 규정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중앙약심 약사제도분과 의약품분류소위원회는 의약품 전문가가 2/3 이상을 차지하는 법정기구이고 소관업무에 ‘일반-전문의약품, 의약외품의 분류,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에 관한 사항’이라고 명확하게 규정돼 있다. 아울러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2/3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의결구조도 명문화 돼 있다. 이렇게 엄격하게 규정돼 있는 것은, 의약품은 단순한 공산품이 아닌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생명품으로 무엇보다 전문가들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법정위원회인 중앙약심 의약품분류소위원회를 배제하고, 비법정위원회이자 단순 자문기구인 안전상비약 지심위를 고집했던 것은, 이명박근혜정부의 친재벌정책에 기인한 비상식적 공권력 남용이다. 국민건강은 도외시하고 오직 재벌 유통의 입맛에 맞는 품목을 수월하게 지정하려고 이명박정부에서 꼼수를 써 지심위를 만들어 안전상비약 제도를 만들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자 박근혜정부에서 품목확대를 위해 다시 지심위를 이용하려는 꼼수인 것이다. 이러한 위원회를 다른 정부도 아닌 문재인정부에서 계속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안전상비약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안전성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2011년 안전상비약 13품목을 지정할 때 다름 아닌 정부가 만들었던 기준이다. 안전성기준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안전상비약으로 지정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인 것이고, 커트라인이다.

필자가 지난 지심위 회의 기간 내내 이 부분을 강조했었고, 마침내 6차 회의에서 복지부에서 이 부분을 수용하기로 했던 것이다. 2018년 국회 복지위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국회의원들이 이 부분을 지적했고, 복지부장관은 답변에서 식약처에 안전성 자문을 받기로 했고, 식약처장은 작년 9월16일 복지부에 안전성 기준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공문을 보냈고 , 복지부는 9월30일 종합국감에서 모 국회의원 질의에 식약처의 ‘현행대로’ 답변을 공개했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금년 1월28일 오전9시에 갑자기 중앙약심 의약품분류소위를 열었다. 품목지정에 대한 심의가 아니라 식약처의 '안전성 기준' 답변에 대한 재검토를 위한 것이었다. 아니 국정감사에서 법정위원회인 중앙약심 의약품분류소위를 통해 편의점상비약 지정 심의를 하라고 한 것이지, 비법정위원회인 지정심의위원회를 보조하라고 한 것이 아닌 줄 뻔히 알면서도, 게다가 국회에 정식 답변한 내용을 재검토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는 명백히 공식적인 식약처 답변을 무시하고 국회를 농락하는 만행인 것이다. 게다가 의약품분류소위마저 믿지 못해 1월28일 오후3시에 따로 의학회 2인과 약학회 2인으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개최하였다. 이것도 개별적 밀실자문을 하려다 대약의 규탄 성명서로 급히 오프라인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복지부의 비논리적이고 전혀 타당하지 않은 만행을 도대체 왜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인지, 박근혜정부에서 구성된 위원회가 만2년이 다 되도록 왜 아직까지 기세등등하게 활개를 치고 있는 지 불가사의할 뿐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편의점 상비약 지정 심의는 중앙약심 약사제도분과위원회 의약품분류소위원회에서 하도록 법적으로 엄연히 규정돼 있다. 의약품분류소위에서 심의 지정하고 의결하면 이를 복지부장관이 고시하면 된다. 중앙약심에서 의결된 사안을 복지부장관이 고시하려고 할 때, 그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지심위의 자문의견을 단지 참고할 수 있을 뿐이다. 이와 관련된 대약의 공식 질의에 대해 복지부는 4개월이 넘도록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만약 복지부가 끝까지 억지와 꼼수를 써, 중앙약심이 아닌 지심위를 통해 상비약 품목을 확대하려고 한다면 대약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추가하려는 품목을 포함해 현재 편의점 상비약 13품목 중 대부분이 정부 스스로 정한 '안전성 기준'에 위반된 엉터리 선정이었음을 법적 고발하고, 태생부터 불법인 지심위에서 탄생한 편의점 상비약 제도 철폐를 위해 강력한 투쟁을 펼쳐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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