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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식체' 생명도 위협한다

식적(食積) 이란?

2022-05-16 05:50:13 주혜성 기자 주혜성 기자 hsjoo@kpanews.co.kr

약사들이 체계적으로 한 번 배우고 싶지만 선뜻 시작하기 힘든 분야가 바로 한방이다. 기초도, 개론도 없고 모든 것을 두루두루 섭렵해 조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 마치 재즈 음악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약분업으로 인해 약국 한방에 대한 관심 또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동의한방체인 임교환 대표가 약국 한방의 활성화를 위해 처음부터 차근차근 약사들의 이해를 높여나갈 수 있는 '비급'을 공개한다. [편집자 주]

식적이란 음식을 먹고 체한 뒤에 식체(食滯)를 일으킨 음식이 지속적으로 몸속에 머물러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당연히 식사를 전혀 못하거나 식사량이 평소보다 현저히 줄거나 하면서 체중이 감소된 상태가 오래 지속됩니다.


급체(急滯)를 경험한 사람은 음식을 먹고 체하게 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음식을 먹고 체하게 되면 두통이 생기고 방의 천장이 이리저리로 돌아가는 듯한 매우 심한 어지러움을 느끼면서 일어나 걷지 못하게 되고 의식이 혼미해집니다.

진땀이 나고 미식거리면서 가슴이 몹시 뛰면서 매우 불안해지고 스스로 이러다가 죽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의식이 가물거리면서 이러다가 정신을 잃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그러다가 기절(氣絶)을 하고 손과 발이 뒤틀리고 뻣뻣해지는 경련과 강직을 교대로 하다가 사망에 이르는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식궐(食厥)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일들은 옛날부터 각자의 가정에서 이웃집에서 동네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 또한 식체(食滯)의 무서움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민간에서는 음식을 먹고 체하는 것은 대단히 무서운 일이다. 죽을 수도 있다. 특히 물을 마시고 체하는 일은 더욱 무서운 일이고 거기에는 약도 없다는 말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소화 기능이 대단히 뛰어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녁을 충분히 먹고도 야식(夜食)으로 고구마, 찐 계란, 곶감, 떡, 김밥 등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을 자기 직전에 또 먹고 즉시 잠자리에 들어도 체하지도 않고 아침에 소화가 다 되어 버려서 아침 식사도 많이 먹는 뛰어난 위(胃) 기능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수(長壽)의 기본 조건을 타고 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체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체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를 수도 있습니다. 식체로 죽을 수도 있다는 말들을 전혀 납득하지 못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서양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체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그리고 치명적이기도 한 증상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므로 식체로 인한 심각한 어지럼증과 두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아가면 병원에서는 먼저 고혈압으로 인한 뇌졸중(중풍)의 전조증상일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환자의 혈압을 측정하고 CT나 MRI로 영상학적 검사를 한 후에 혈압이 조금 높아졌다고 말하면서 고혈압에 사용하는 약물을 처방해 주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여러 가지 검사 후에 메니에르병(Meniere disease)이라고 진단하기도 합니다.

식체는 사람의 생명도 순식간에 앗아갈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옛 사람들은 이러한 무서운 질환인 식체를 예방하는 다양한 방법과 치료하기 위한 수많은 처방들을 준비해 놓고 있었습니다.

우선 식체를 급체(急滯)와 구체(久滯)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급체에 사용하는 처방은 현재 체해 심각한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미식 거리면서 진땀이 나는 단계 즉 아직 의식을 잃지 않은 상태에 사용하는 처방, 의식을 잃고 사지(四肢)의 경련과 강직의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에 사용하는 처방 이렇게 두 종류로 나누어집니다.

이 급체 상황을 다행히 벗어나서 한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식사량이 줄면서 체중도 감소된 상태가 바로 식적의 상황이고 구체 상태라고도 말합니다. 즉 체한 지 오래됐다는 뜻입니다.

구체 즉 식적에 사용하는 약재나 처방들은 먼저 무엇을 먹고 체하였나에 따라서 크게 달라집니다. 물이나 젖, 우유, 음료수, 술 등 액상 형태의 즉 마시는 것들을 마시고 체한 경우에 사용하는 처방과 밥이나 고기, 채소 등을 먹고 체했을 때 사용하는 처방이 달라집니다.

체하였을 때 사용하는 처방들은 내소산, 안중조기환, 소체환, 사향소합원, 곽향정기산, 평위산, 평위오령산, 향사평위산, 삼황지출환, 삼출건비탕 등입니다. 우유나 젖, 음료수, 물 등을 많이 먹고 체한 사람을 제외하고 식체에는 신곡, 맥아, 산사, 계내금, 진피, 지실, 삼릉, 봉출 등의 약재가 꼭 들어있어야 합니다.

오적산에는 진피를 제외하고 그러한 약재들이 거의 들어있지 않으므로 당연히 식적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식적(食積) 환자에게 강력하게 발한(發汗)시키는 오적산을 사용하여 만약 사람의 기운이 크게 떨어지게 되면 오히려 식체가 더욱 심하여지거나 오래 지속됩니다.

식사하기 전과 식사 후에 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어도 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물부터 좀 먹고 밥 먹어라 체하겠다"는 이야기도 들어 보셨을 것이며 또한 모든 식당에 가면 우선 물부터 주는 것은 바로 음식이 내려가는 길이 건조(乾燥)해져도 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오적산으로 식적 환자를 강력하게 발한시키면 음식이 내려가는 길이 건조해져 식체가 더욱 악화될 수 있으므로 식적 환자에게는 절대로 강력하게 발한시키는 처방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적산은 물이나 음식을 많이 먹어서 체한 경우, 물이나 음식을 급하게 먹어서 체한 경우,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체한 경우, 물이나 음식을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들어서 체한 경우, 스트레스로 체한 경우, 위와 같은 이유로 체한 환자에게 사용하는 처방이 아닙니다.

추위에 감기에 걸려서 땀이 나지 않아 혈액이 묽어지고 그 결과 묽은 위산이 많이 분비되어서 즉 위내정수(胃內停水), 즉 비위(脾胃)의 수습(水濕)이 많이 생겨서 즉 물을 먹지 않았지만 강제로 물을 많이 마신 것과 똑같은 상태가 되어 발생한 오심(惡心 메슥거림), 식욕부진, 소화불량과 약한 구토, 설사의 증상이 있을 때 오적산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적(五積)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결론은 오적산은 처방 이름에 오적(五積)이라는 단어가 사용됐지만 사실은 오적에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한 처방이라는 것입니다.

임교환 박사. 동의한방체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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