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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약 자판기 둘러싼 '카더라' 사실은?

"협의? 말도 안된다" … 부작위 소송 영향 위원회 빨라져, 정부 의지도 영향

2022-06-21 12:00:53 임채규 기자 임채규 기자 kpa3415@kpanews.co.kr


약 자판기 관련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실증특례'가 부여되자 약사사회가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혁신성이 없는 자판기에 불과한 것을 규제혁파라는 이름을 씌워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반발은 더 커졌다.

약사사회에서는 지금처럼 실증특례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실제 약 자판기를 통한 사업이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약국개설자인 약사가 약 자판기를 도입하려는 의지가 없는한 궤도에 올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약사사회의 약 자판기 거부에 대한 일관된 입장과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힘을 하나로 집약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일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식의 얘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협의? 말도 안된다'

협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 약사회 관계자들은 '말도 안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럴만한 일정도 아니었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약 자판기 관련 논의는 과거 집행부 때부터 이어져 온 사안이다. 가장 최근 2021년 12월 개최된 제21차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차기 회의에서 재논의를 전제로 공식 안건 상정이 보류돼 왔다. 이번 약사회 집행부가 새로 들어서는 과정에서 사전검토회의가 몇차례 진행됐고 약사회는 대면원칙 훼손과 오투약 부작용 증가, 지역약국 붕괴 유발 등 여러 문제점을 거론하며 공공심야약국 등을 합리적 대안으로 제시해 왔다.

지난달 대통령 취임 무렵만 해도 약 자판기 관련 안건은 당장 심의가 어렵다는 전망이 많았다. 3차례 사전검토회의를 진행했지만 대통령 취임과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심의위원회 개최가 쉽지 않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당장 위원회 주관은 장관이 하도록 하고 있는 상황이라 일정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심의위원회 일정이 처음 약사사회에 알려진 것은 대략 열흘 전. 약사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약사회가 강도높은 대응을 위해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궐기대회 일정이 잡히고 물밑활동이 바쁘게 진행됐지만 20일 회의에서 약 자판기는 '실증특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 안건상정 배경된 '부작위'

예상보다 빨리 안건 상정 회의가 잡혔다. 약 자판기 안건이 6월 20일 심의위원회에 서둘러 상정된 것은 부작위 소송의 영향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부작위(不作爲)'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행정청을 상대로 제기할 수 있는 소송이다. 심의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 자판기와 관련해 업체로부터 행정소송이 제기됐고, 다음달 8일 2차 변론일이 잡혔다.

안건을 다루는 회의를 서둘러 진행하는데 이번 소송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은 그래서 나왔다. 당국으로서는 부작위 소송과 변론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 부담이 20일 회의 일정으로 반영됐다는 얘기다. 해당 위원회에서 약 자판기 안건을 다룰 경우 부작위 소송은 의미가 없어진다.

이미 정부 관계자를 통해 "행정소송이 걸린 상황이기 때문에 심의위원회가 열리면 안건 상정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언급과 정부측 변론인을 통해 "소송과 관련해 변론일 이전에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 '규제혁파' 정부의 의지?

새 정부의 규제와 관련한 의지도 실증특례 부여 결정이 나오는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대통령 취임 후 새 정부가 규제를 혁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분위기가 회의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얘기다.

시계를 잠시 어제로 되돌려 보자. 심의위원회에서 장관의 발언은 새 정부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20일 오후 4시 제22차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회의는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하는 회의"라며 "새 정부는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하는 등 규제 혁파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는 민간과 시장의 역할을 더 강화하고 국민 편익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위원회가 다루는 규제샌드박스는 매우 중대한 의미"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이날 심의위원회 회의 직후 배포된 공식자료에서는 11건의 안건 가운데 5건의 안건은 '임시허가'로, 약 자판기를 포함한 6건의 안건은 '실증특례'로 규제특례 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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