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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위기 마주한 약사 '디지털 피보팅' 필요하다"

의약품 독점 권한 위협 더욱 강해져…시대에 맞는 약사 역할 재정립 필요

2022-09-30 12:00:32 배다현 기자 배다현 기자 dhbae@kpanews.co.kr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등 최근 약국과 약사의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가 산적함에 따라 각계각층 인사가 모여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참석자들은 변화하는 사회에서 발맞춰 약사의 전문성을 강화·입증해야 하며, 이를 위해 환자 중심 약국으로의 변화와 약국 데이터 활용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광주지부(지부장 박춘배)는 지난 29일 조선대학교 약학대학 대강당에서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약사의 미래는?'이라는 주제로 전체 회원 및 약대생 대상 정책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 등 새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고 약사의 역할과 올바른 보건의료정책 방향이 무엇인지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약사회원과 업계 관계자, 약대생 등 100여 명 이상의 청중이 참석했으며 토론 후 밤늦은 시간까지 질문이 이어지는 등 열띤 분위기가 연출됐다.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과 정현철 부회장, 최영미 부회장, 최두주 사무총장, 정일영 정책이사를 비롯해 서울지부 권영희 지부장과 황금석 부지부장, 광주지부 윤정미 감사, 약준모 장동석 회장 등 약사회 임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또 조선대 약대 기성환 학장, 전남대 약대 정창주 학장, 조선대 약대 이금화 학과장, 목포대 박은영 교수 등 교육계 인사들도 자리했다.

좌담회에 앞서 광주지부 박춘배 지부장은 "오늘은 정부 학계 등 각계각층 인사모셔 의견 듣고 어떤 길 걸어왔고 앞으로 어떤 길 갈 것인지 방향을 잡는 자리다. 현 정부가 의약품 배달을 내년 6월까지 입법하겠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약사는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보고 존재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영감을 얻고 통찰할 수 있는 유익한 자리 되시길 바란다"고 개최 의의를 밝혔다. 

기조 발제에서는 보건복지부 하태길 약무정책과장이 '새 정부의 약무정책 방향과 시사점', 대한약사회 정현철 부회장이 '의약분업 전후 그리고 미래의 약사 역할 변화'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하태길 약무정책과장은 "현 정부가 국정운영 원칙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점은 실용주의와 국민 이익"이라며 "약사 직역의 전문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약국 관련 향후 약무정책의 추진이 약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규제개선 도전에 합리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사의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으로 약국이 병원에 가기 이전의 환자 건강 관리에서 중심 역할을 해야하며 환자들과의 접근성을 높이고 환자 중심의 약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약국의 데이터 수집과 활용 강화, 전문약사 도입, 정책 지원조직의 전문성 강화 등도 언급했다.

정현철 부회장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임기응변을 잘 하고 있는지, 비대면 진료와 투약에서 한발 물러나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맞이해 우리에게도 발걸음의 중심을 옮기는 디지털 피보팅(Pivoting)"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대 변화에 따라 이해관계도 변할 수 밖에 없다. 이를 모두 통섭해 조율하는 과정에서 통섭하는 지능을 가지고 우리의 목적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을 이용해 우리의 어떤 정체성을 드러낼까가 관건"이라며 "약국에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의약품 구매 뿐만 아닌 건강관리의 역할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조선대학교 기성환 약학대학장, 약준모 박현진 총무위원장,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KBC광주방송 백지훈 취재부장, 전국약학대학학생협회 여인준 회장, 광주광역시약사회 김동균 부회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들은 각계의 입장에서 느끼는 약사의 위치와 역할을 이야기하고 향후 개선해야할 점을 제안했다. 

조선대 기성환 약학대학장은 "'진료는 의사, 조제는 약사'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매몰돼 우리가 약에 대한 권한을 계속 독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편의점 안전상비약이나 화상투약기 등 약사법 개정 요구 및 의약품 독점 권한에 대한 위협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안전성과 편의성은 항상 대척지점에 있는데 환자들의 접근성, 편의성 요구가 약계에서 주장하는 안전성보다 강력하다. 지금과 같은 반대 논리로는 약사 직능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 인력 양성과 객관적인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약사는 대학교육에서부터 비롯된다"며 약학대학 교육과정에 현실이 더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반 시민들이 약사와 약국이 꼭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도록 공적약사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약준모 박현진 총무위원장은 "편의성과 안전성이 대립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며 "비대면 어플들을 IT 등 신산업에 빗대 무조건 선진적이고 편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배달 어플의 재탕 수준이며 신산업이나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의 비대면 진료 업체의 사례를 보면 기본적으로 우편, 전화를 거쳐 수십년간 다양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스템과 제도가 구비됐다"며 "반면 현재 비대면 진료 어플은 사회적 약자나 의료 취약자를 대변할 수 없다. 약사 집단이 약의 전문가로서 해로운 패러다임을 공격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의 전주기를 약사가 관리하고 합당한 대가를 받아낼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며 "약국 데이터의 표준화가 시급하며, 환자와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비대면 약료가 이뤄져야 한다. 정확하게 복약지도와 조제검수가 가능한 환경에서 원격을 통해 그동안 접근하지 못한 환자들에게 편의성과 안전성을 모두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대통령의 강력한 국정과제 추진 의지가 있으면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며 "환자들도 비대면 진료 시 왜 조제를 대면으로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불만이 많다. 차라리 화상투약기를 약국에만 설치하는 게 편의점 무인판매기 설치보다 나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과거에는 아프면 제일 먼저 가던 곳이 약국이었다. 약국은 가깝고 부담 없이 들어갈 수 있고, 질문하기 쉬운 곳이다. 복약지도라는 약사의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복약지도를 기본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전문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약지도와 커뮤니케이션을 함께해 혁신을 이루지 못하면 가지고 있던 권한을 하나씩 빼앗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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