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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조제가 자동화되면 약사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할까

병약, '약제업무 자동화 실태조사 및 가이드라인' 분석

2022-11-28 05:50:54 감성균 기자 감성균 기자 sgkam@kpanews.co.kr

지난 2015년 삼성서울병원이 자동조제로봇을 도입한 이후 국내 병원급 요양기관의 약제업무 자동화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약제업무의 자동화는 흔히 이야기하는 것처럼 약사의 역할을 축소시켜 미래 약사직능의 소멸을 가져오는 원인 중 하나가 될까.

결론적으로 약제업무의 자동화는 오히려 약사를 보다 가치높은 업무를 담당하는 역할로 전환시켜 환자 안전을 위한 필수 직능으로 자리매김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약제팀 나양숙차장이 약제업무 자동화 실태조사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 한국병원약사회가 처음으로 진행한 ‘약제업무 자동화 실태조사 및 가이드라인(나양숙, 윤정이, 정경주)’의 분석에서 이같은 전망이 이뤄졌다.

이번 연구는 국내 의료기관의 약제업무 자동화 정도를 파악, 자동화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관의 경험을 공유하고, 국내 병원 약제부서의 자동화 추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진행됐다. 모집단 병원수는 834개소, 표본 병원수는 103개소였다. 

조사대상 자동화 장비는 ATC(정제 자동조제 시스템), 산제자동분포기, ADCs(약품자동불출캐비닛) ,ADS(주사제 자동조제 시스템), Compounding Robot, TPN compounder 등이었다.  

조사 결과, 표본 병원(101곳)을 기준으로 각 장비별 보유병원 비율은 ATC(정제 자동조제 시스템) 100%, 산제자동분포기 74.3%, ADCs(약품자동불출캐비닛) 37.6% ,ADS(주사제 자동조제 시스템) 5.9%, Compounding Robot 8.9%, TPN compounder 17.8% 였다.

또 응답병원에서 보유한 평균 장비 수를 100병상 평균으로 산출한 결과, ATC(정제 자동조제 시스템) 0.6대, 산제자동분포기 0.3대, ADCs(약품자동불출캐비닛) 0.3대, ADS(주사제 자동조제 시스템) 0.3대, Compounding Robot 0.3대, TPN compounder 0.5대 였다.

아울러 연구는 각 장비별로 권고안 및 모범사례 지침을 제시했다. ATC의 경우에는 의료기관의 처방시스템데이터와 유기적 연동, 바코드를 이용한 정확한 의약품 충진 및 유효기간-재고 관리, 안전한 의약품 관리지침 마련 등을 강조했다.

아울러 ADCs(약품자동불출캐비닛)는 중환자실 수술실 응급실 등에 우선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과 약제자동화에 따른 약사의 임상업무로의 전환을 위해 약품 충진을 사용부서와 협의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특히 ADS(주사제 자동조제 시스템)구축시 자동화되는 업무시산이 약 11시간으로 자동화 장비 중 인력대체율이 1대당 2.8명으로 가장 높았는데, 기계 내에 약품 오류 확인기능을 탑재해 조무원이 충진 약품 준비 및 충진이 가능해 약사는 처방검토 및 조제 감사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약제업무 자동화는 어떤 방향에서 추진됐을까. 

기본적으로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 노동집약적인 반복적 업무 △많은 품목, 다량의 의약품 오류 발생 가능성 △근접 오류, 사건사고, 적신호 사건 발생 고위험 등의 업무를 대상으로 자동화가 진행됐다.

이는 직접 조제 인력의 비중이 높아 조제 과정의 핵심 절차인 처방검토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부족했고, 임상업무에 대한 비중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동화를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적 오류 발생 가능성이 감소하고 조제 업무의 질이 향상됐다. 또 약사의 직접 조제 업무의 비중이 변화하면서 보다 높은 가치의 업무로 인력이 재할당되기 시작했다. 

특히 약사의 업무는 △처방 적절성 검토 강화 △환자 교육 상담 △다학제 팀 활동 △의약품 효과/부작용 모니터링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됐다.


실제 조제로봇을 통한 항암제 조제 모습


결국 이번 연구는 병원 내 약제업무 자동화의 현황을 조사해 병원간 경험을 벤치마킹하고, 장비 사용의 효율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약사 업무의 고도화를 도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나양숙 한국병원약사회 표준이사(서울 아산병원 약제팀 차장)는 “우리는 아직 약사업무가 직접 조제에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약제업무가 자동화가 됐을 때 약사의 처방검토 업무의 비중이 20%에서 50%로 늘어난 사례도 있다. 이를 통해 약사의 업무가 더욱 고도화되고 그 역할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궁극적으로 병원에서 약사는 병동으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 결과가 약사 인력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해석되는 부분은 경계했다.

나 이사는 “장비를 통한 자동화가 약사 인력을 몇 명이나 대체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시선도 있다”며 “하지만 약제업무의 자동화는 조제업무의 효율화와 안전성 확보에 도움을 주고 이는 약사 업무를 전문화시켜 결국 환자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이는 병원 경영에도 큰 효율성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지역약국의 조제업무 자동화에 대해서는 신중하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일한 입장을 보였다.

“지역약국의 조제 자동화 방향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조제에 대한 법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도 있고, 현실적인 비용 문제도 있다. 다만 지역약국에서도 단순 조제 업무가 자동화되면 약사가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단골약국 활성화를 가져오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약사회는 이번 첫 실태조사에 이어 추가적이고 지속적인 조사를 진행해 자동화 장비별로 최선의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한편 약사의 업무 전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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