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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약속처방 따른 약사 사전조제...법원 "문제 있다"

처방전 확인 없이 간호사 제공 무자격자 해당...속임수 써 급여 청구로 판단

2020-02-14 12:00:30 한상인 기자 한상인 기자 hsicam@kpanews.co.kr


서울행정법원 “‘약사에 의한 조제행위’란 진단·처방·조제·투약이라는 일련의 치료과정에서 약사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하면서 그 처방내용을 점검·확인하는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

병원 내 약속처방에 따라 약사가 사전조제한 의약품을 간호사가 전달하는 행위는 처방내용을 점검·확인하는 과정이 없어 약사에 의한 조제행위로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병원을 공동으로 개설 운영하는 의사들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들의 주장을 기각 판결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10월 원고들의 병원을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청구 현황 등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의사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 합계 1억 2천여만원을 부당청구했다는 이유로 업무정지 40일을 처분했다.

이에 의사들은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근거 없는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입원환자가 있는 병동에서는 365일 24시간 약사가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력이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없기 때문에 병원 내 업무지침서를 활용해 의사, 약사, 간호사가 인식을 함께하도록 한 상태에서 약사는 ‘약속 처방’에 따라 사전조제를 하고 의사는 ‘약속 처방’을 내면 투약이 이뤄졌다는 것.

따라서 약사가 미리 조제한 약이 비치돼 있다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그대로 환자들에게 제공했으므로 약제비 부당청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전조제 약제에 약이 추가돼 환자에게 투여된 경우는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편의점에서도 살 수 있는 두통약, 위장약 등 한 알 정도를 기계적으로 곁들여 투여토록 한 것이라며 이를 의약품을 ‘조제’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의사의 직접조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복지부의 처분은 약사의 사전조제나 간호사들의 기계적 조제에 관한 것으로 적어도 ‘위반행위의 정도’가 매우 낮게 평가돼야 한다며 복지부의 재량권 일탈 남용을 주장했다.

반면 복지부측은 현지조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약사가 조제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맞섰다. 약사가 조제를 했다고 하더라도 의사의 처방이 있기 전에 조제한 것으로 위법하다는 것. 간호사가 환자에게 사전조제 약제를 제공할 때는 약사가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무자격자에 의한 조제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아울러 환자의 상태에 따라 사전조제 약에 추가하는 처방을 할 때는 의사가 조제해야 하지만 간호사에게 약을 추가하도록 한 만큼 이 또한 무자격자에 의한 조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먼저 자주처방하는 약의 내역을 묶어서 ‘묶음 처방’으로 5가지 패턴을 지정했으며 업무설명서에 공지하고 이에 따라 약사는 2일에서 4일분 정도를 사전 조제해 놓았던 점을 인정했다.

또한 의사가 ‘묶음 처방’에 더해 약제나 주사제를 추가하는 처방을 내리면 사전조제 약봉지에 더해 간호사들은 추가 처방대로 시행했다는 점도 받아들였다.

아울러 수사기관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약사법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는데 검찰측은 의사의 처방을 확인한 간호사들이 별도의 밀봉을 해 환자에게 갖다 준 행위는 의사의 지휘 및 감독이 실질적으로 가능한 상태에서 간호사들을 기계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며 불기소를 결정한 점도 인정됐다.

법원은 먼저 병원 의사들의 이 같은 행위가 국민건강보험법상 ‘속임수나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쟁점으로 보았다.

사전조제의 경우 의약분업 제도의 취지와 관련 규정에 비추어 볼 때 사전조제 및 투약의 실행은 ‘약사의 조제’에 따라 투약이 이뤄진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복지부의 판단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의약품의 조제 행위란 조제의 전문가인 약사가 의사와 협력해 의약품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의사가 발급한 처방전에 따라 처방내용을 점검, 확인하고 의약품을 조제하는 과정으로 해석해야 함이 타당한 만큼 ‘약사에 의한 조제행위’란 진단·처방·조제·투약이라는 일련의 치료과정에서 약사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하면서 그 처방내용을 점검·확인하는 과정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

약속에 따라 약사가 미리 의약품을 조제하고 나중에 의사가 처방전을 발급했더라도 처방전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의약품이 환자에게 투여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만큼 약사법에서 규정하는 ‘약사의 조제’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없고 조제행위 중 일부가 무자격자에 의해 투약이 실행됐다고 평가했다.

법원은 추가조제의 경우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었지만 간호사의 행위가 단순히 의사가 기계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병원 내 진료실과 조제실은 다른 층에 위치하며 추가조제는 두가지 이상의 의약품을 배합하는 행위로 약사법상 ‘조제’의 개념에 포함되는데 의사들이 즉각적인 지휘, 감독을 했다거나 가능한 상황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것.

아울러 의사들이 주장한 재량권 일탈, 남용과 관련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요양급여는 엄격하게 관리되어야 하며 부당청구된 금액이 적지 않다고 보았다. 

아울러 약사 1명이 시간제로 고용된 상태로 주요 업무에 마약류 관리도 포함됐는데 그 결과 사전조제 의약품과 실제 처방전과의 확인을 직접 하지 않았고 약사가 1명만 고용된 이러한 상황은 비용을 절감하려는 데서 비롯됐을 뿐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따라서 의사들의 주장이 모두 이유 없다며 복지부의 40일 업무정지 처분이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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