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약사 공고를 올렸더니 200통 가까이 이력서가 들어왔어요. 직원에게 물어보니 일자리를 구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공고 뜨면 보내고 연락하기를 반복한다고 하더라고요.”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약국가에 최근 채용 공고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던 구인·구직 시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
약국가에 따르면 특히 최근 대형병원 외래환자 수가 늘어나며 문전약국가 역시 경영 수지가 일부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이같은 변화의 조짐이 뚜렷하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여파로 약국경영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근무약사 구인·구직 시장은 찬바람이 쌩쌩했다.
당장 일자리가 뚝 끊긴 근무약사들은 코로나19 감염병의 사회적 분위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유례없는 구인·구직 혹한기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최근 대형병원 앞 문전약국가를 시작으로 근무약사 채용이 진행되면서 구직난에 시달렸던 젊은 근무약사들에도 채용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구직난을 겪는 근무약사들의 수가 많다 보니 채용 공고가 뜨면 이력서가 대거 몰리면서 경쟁률이 치열한 상황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문전약국을 운영하는 A약사는 얼마 전 근무약사 공고를 냈다가 깜짝 놀랐다. 1명을 뽑는데 30분 만에 200명 이상이 몰렸기 때문이다.
A약사는 “문전약국은 힘들어서 안 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근무약사 공고를 올렸더니 30분도 안 돼서 200통이 왔다. 어느 약국은 10명씩 세워놓고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다더라”고 말했다.
A약사는 “약국을 운영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2주일 동안 이력서가 안 들어오는 경우 등 늘 약사를 못 구해서 난리였는데 당황스럽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채용의 높은 경쟁률은 문전약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서울 B약사는 “올해는 역대 최대 새내기 약사가 배출되면서 그동안 근무약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던 약국이 근무약사 채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최근 공고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B약사는 “처방전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개인적인 일로 근무약사가 필요한 상황이라 공고를 올렸는데 평소라면 생각도 못할 정도의 50장 정도의 이력서가 몰렸다”면서 “젊은 친구들이 구직난을 겪고 있다고 하던데 코로나19의 영향을 새삼 느꼈다”고 전했다.
근무약사들은 채용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이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경기 C근무약사는 “근무약사들의 구직난이 심각하다. 코로나19가 3월부터 본격화되면서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약국장과 상의해서 근무 일수와 시간을 조정하고 심지어 그만두는 근무약사들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C약사는 “예전에는 조건들을 많이 따졌다면, 현재는 채용 공고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공고가 올라오면 무조건 넣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자리가 없는 상태에서 하루종일 공고 뜨기만을 기다리는 게 일상이라는 친구도 있다.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