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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원 선입금, 약사 "돌려달라"vs임대인 "안돼" 이유는?

임대차계약 사실상 성립 주장했지만 법원, 월세 등 합의됐다 보기 어려워 '반환' 판결

2020-09-26 05:50:59 한상인 기자 한상인 기자 hsicam@kpanews.co.kr


약국 개설을 위해 점포 임차를 희망한 약사가 점포를 구경하고 임대차계약 체결 전 임대인에게 선 지급한 3000만원을 임대인이 돌려주지 않는 사건이 발생했다.

약사는 점포에서의 조제건수, 월세 등을 고려해 계약 체결을 포기한다고 밝힌 만큼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임대인측은 임대차계약이 구두계약으로 이미 성립된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해약금 성격으로 돌려 줄 수 없다고 맞선 것.

결국 소송으로 번진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약사에게 300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000만원 반환과 관련해 진행된 항소심에서 점포 임차를 하려한 A약사의 주장이 옳다고 보고 임대인 B씨에게 300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기초사실에 따르면 A약사는 약국을 운영하기 위한 장소를 찾던 중 2018년 11월 26일 경 컨설팅업자 C씨를 통해 임대인인 B씨가 자신의 점포를 약국으로 임대할 뜻이 있음을 알고 같은 날 건물을 둘러보고 보증금이나 월세 등은 얼마인지 문의했다.

A약사는 다음날인 27일 C씨와 법률자문이 가능한 이 사건 담당 변호사 등과 함께 이 점포에서 약국을 개설할 경우 가능한 조제건수와 조제료를 따져보고 임대인측에 월세를 줄여줄 것을 요청할 방법을 고민했다.

이어 오후에 임대인측 대리인을 다시 만나 가족관계증명서를 보여 달라고 한 후 임대인인 B씨 계좌로 3000만원을 송금하고 대리인으로부터 영수증을 수령했다. 

단 임대차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같은날 저녁 임대인의 아들인 D씨로부터 이메일로 건물 도면을 받았고 이어 다음날인 28일 D씨와 만나 월세를 조절할 수 있는지, 점포 일부만을 임차할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이때 A약사는 D씨로부터 건물 전체를 임대하고 월세는 1200만원 정도를 원한다고 듣고, 29일 컨설팅업자 C씨와 통화하며 계속 해당 점포에서 약국을 운영할 경우 발생할 수익성과 월세의 감액 여부 등에 대해 고민했다.

결국 A약사는 다음날인 30일 C씨에게 전화해 건물을 임차하지 않겠다고 먼저 말했다.

통화내용에 따르면 A약사는 앞서 지급했던 3000만원과 관련해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한 것’이라며 믿고 있었다.

이어 A약사는 D씨에게 전화해 임차 계획이 없음을 통보하고 12월 1일 문자로 3000만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임대인인 B씨는 A약사가 계약을 진행할 뜻이 없음을 밝혔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통보한다고 답하며 3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법정에서 A약사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므로 3000만원은 이유 없이 지급된 것으로 B씨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임대차계약이 성립됐다고 해도 A약사는 약국 개원 계획을 실행하지 않으면 돈을 돌려주기로 B씨의 대리인과 합의했다며 약국 개설 계획을 실행하지 않겠다고 알림으로써 계약은 해지된만큼 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임대인인 B씨측은 대리인이 임차할 점포, 월세, 임대차기간 등 계약의 주요 사항에 구두로 합의했다며 임대차계약이 성립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3000만원은 임대차 계약의 계약금에 해당되며 계약의 해약금으로 추정되는 만큼 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만약 임대차계약이 성립되지 않아 가계약금에 해당한다 해도 A약사가 임대차계약 체결을 포기한 만큼 가계약금의 반환청구 권리를 포기했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먼저 양측의 이견이 있는 임대차계약이 성립되었는지를 따졌다.

법원은 임대차계약의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해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임대차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임대인측은 A약사와 11월 26일 임대차계약이 체결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날은 A약사가 임대인측 대리인을 처음 만나 점포 내부를 둘러보았으며 이 자리에는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는 없었던 상황으로 소유자나 임대인의 얼굴도 모른 채 공인중개사도 없이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았다.

이어 3000만원을 받은 대리인이 A약사에게 발급한 영수증에는 ‘임대보증금 중 일금 3000만원을 수령함’이라고만 기재됐을 뿐 임대보증금의 총 액수, 계약금으로 수령하다는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후 진행된 컨설팅업자와의 전화통화 및 임대인 아들과의 대화 등을 보면 월세를 조정하는 법, 점포의 일부만을 임차하는 방법 등을 논의했는데 대화 시기를 보면 임대차 점포와 월세에 대해 확정적으로 합의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법원은 임대차계약이 성립되지 않은 만큼 3000만원은 ‘가계약금’으로 보고 계약 체결 교섭이 종료된 만큼 임대인은 A약사에게 3000만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임대인측의 주장이 이유 없다며 항소를 기각 판결했다.

A약사측 입장을 변호한 법무법인 규원 우종식 변호사는 "임대인이나 브로커들이 다른 사람에게 뺏길수 있다며 선입금을 요구해서 구두로 협상을 하다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는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 경우 어디까지 합의가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면적 기간 금액 등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계약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지금된 금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이번 사건과 유사한 경우에는 그때까지 상황을 복기하고 입증할 녹취나 문자 등을 잘 보전하는 것이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을 높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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