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지상파 방송에서 마약류 의약품의 유통과정의 허점과 오남용 실태를 추적했다.
KBS1 시사직격은 3일 '마약을 처방해드립니다' 편을 통해 '펜타닐'의 부작용 사례와 단약의 고통과 싸우고 있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공개했다.
지난 5월 창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펜타닐' 패치에 중독된 10대 청소년 40여명이 적발되면서 마약류 오남용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들은 만 17세 6명, 18세 12명, 19세 24명 등 모두 10대로 주로 공원이나 상가 화장실 등에서 펜타닐 패치를 투약하거나, 심지어 학교에서 투약해 충격을 안겼다.
펜타닐은 말기암 환자 등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를 위해 만든 마약성 진통제지만, 중독성은 모르핀의 수십 배 이상으로 강력해 '합성 마약의 끝판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 펜타닐 중독 청소년은 “그냥 벌레예요. 왜 벌레라고 표현을 하냐면 펜타닐 쪼가리 찾으려고 바닥 기어 다니면서 쓰레기통 뒤지고 청소기 거기에 빨려 들어간 거 없나 청소기 통 먼지 다 꺼내서 그러고 있고 그게 현실”이라고 말해 중독의 심각성을 짐작게 했다.
문제는 치료 목적이 아닌, 신종 마약처럼 변질된 펜타닐의 처방이 마치 '쇼핑'하듯 느슨하기 이를 데 없었다는 점이다.
실제 방송에는 ‘허리가 아프다’는 단 한 마디에 펜타닐을 쉽게 처방해줬고, 심지어 진료조차 하지 않고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해주는 의사도 있었다.
또한 중증의 통증 환자에게만 처방되고 대학병원에서도 드물다는 펜타닐 처방이 계속되자 인근 약국들이 먼저 수상함을 느끼기도 했다.
강상구 약사는 "어느 순간부터 펜타닐 패치 100마이크로그램짜리가 열 장씩 타는 손님들이 되게 많이 왔다. 왜 타냐고 물어보면 ‘어릴 때 교통사고 당했다’ 등 다 레퍼토리가 비슷하다. 특정 의원에서 계속 처방이 나왔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병원이 마약상이 돼버린 거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환자가 와서 그런 것들을 요구했을 때는 과연 그 약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최소한의 검사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방송은 펜타닐이 모두 비급여로 처방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전문가들은 의료용 마약류를 '비급여'로 처방할 경우 처방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어 과잉 처방위험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오인석 보험이사는 “비급여는 통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만약에 급여, 보험이 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이었다면 과잉처방이 된다거나 잘못 처방이 됐을 경우에 처방 의사에게 제재가 있다. 하지만 비급여 향정신성의약품은 심평원에서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공단으로 청구가 되는 게 아니라서 제제가 주어지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