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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강조한 '대면 원칙' 정부 기조 바뀌자 '와르르'

[논란의 10년, 약 자판기] ③ '혁신성' 없는 자판기에 무너진 '원칙'

2022-06-25 05:50:55 임채규 기자 임채규 기자 kpa3415@kpanews.co.kr

비교적 최근 약국을 개설하거나 면허를 받은 경우라면 약 자판기가 그동안 어떻게 논란이 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과정을 알아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약 자판기가 어떻게 시작됐고 지난 10년간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살펴봤다.

- [논란의 10년, 약 자판기] 글싣는 순서 -
① 부상했다 가라앉기 반복 '해묵은 사안'
② 규제샌드박스 흐름타고 새 정부 '조건부 허용'
③ '혁신성' 없는 자판기에 무너진 '대면 원칙'


"끝난 게 아니다. 실증특례 절차를 이해한다면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규제 혁파'를 내세운 기조에 눌려 약 자판기 시범사업이 허용됐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최장 4년간 법령을 뛰어넘는 시범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부여한 '실증특례'는 법령 등 기존의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약 자판기는 약사법 50조 조항과 관련한 시범사업(실증특례)이고, 부여된 기간 동안 사업모델을 검토하고 승인받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려되는 것은 시범사업이 법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분이다. 시범사업 진행과정이나 이후 규제를 걷어내겠다며 법개정으로 연결된다면 약사와 약국에 던지는 파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참여하는 약국이 없도록 상세한 내용을 알리고, 시범사업을 무력화시킬 수 있도록 약사사회가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참여 약국이 일정 숫자에 이르고 정상적인 시범사업이 가능해진다면 바늘구멍은 둑이 터질만큼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시범사업은 처음 3개월은 약국 10곳 정도에 한해 모형을 검토하고 차츰 확대하는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지난 2019년 사전검토위원회 회의에서 제시된 부가조건을 살펴보자. 여기에는 1단계로 3개월까지 10곳에 한정해 시범사업을 시행한 후 서비스모형을 검토하도록 돼 있다. 1단계 결과를 검토하고 약국 규모와 분포 등을 고려해 장소 확대 여부에 대한 검토와 승인을 거쳐 차츰 2단계와 3단계 사업을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단계적으로 장소 확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진행된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검토와 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처음 10곳의 약국을 대상으로 하는 시범사업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결과가 신통치 않다면 이후 단계적인 시범사업 확대는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약사사회는 약 자판기가 약국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약 자판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에서 '약국의 일반의약품 판매수입 증대'가 기대된다고 하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취급을 위해 들여놓아야 할 자판기가 2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고, 상담이 가능한 약사를 둬야한다는 부담을 고려하면 과연 이익을 말할 수 있을만큼 수익모델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현재 운영중인 공공심야약국의 사례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영중인 심야약국의 방문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지자체가 지원하는 심야약국은 상담과 판매기록을 남기도록 하고 있는데 많아야 십여건 정도의 상담이 대부분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루 10건이 넘지않는 사례도 적지않다. 실적이 자발적으로 운영할 인건비 수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전검토위원회 자료의 부가조건에 따르면 약 자판기 시범사업은 약국 개설자인 약사가 등록된 약국에 설치하고 개설자가 고용한 약사가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도록 하는 형태다. 관리와 감독 의무가 약국개설자에게 있고, 법령을 위반할 경우 설치된 약국과 판매약사를 처분하는 형태가 된다. 책임주체가 명확하다. 

여기에 화면으로 진행되는 복약지도 내용을 녹화해 보관하는 것은 물론 판매기록 역시 일정기간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복약지도를 이행하지 않으면 행정처분도 내려진다.

당장 일주일 뒤부터는 중앙정부가 진행하는 공공심야약국 시범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16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에 60곳 가량의 공공심야약국이 추가로 운영될 전망이다. 기존에 지자체에서 운영을 지원하는 100곳이 넘는 공공심야약국에 이어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심야약국이 운영에 들어갈 경우 약 자판기는 더욱 불필요할 수 있다.

전국 2만 3000곳 정도의 약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의약품 접근성을 갖추고 운영중이고, 심야시간 공공심야약국이 확대되는 시점이다. 여기에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편의점 약'을 고려하면 약 자판기를 들여 수익성을 가져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의문이 생기는 상황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단 하나의 약국에도 약 자판기가 설치되지 않도록 약사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만약 시범사업 이후 법개정이 이뤄진다면 영향은 누구에게 돌아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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