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업체가 약국 운영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서 법원이 유통업체의 개입 정황은 인정되지만 면허대여 약국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유통업체는 해당 약국과 거래가 상당했는데 약국이 경영 악화로 부도처리 될 경우 유통업체 또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개입한 정황이 법원의 판단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수원고등법원은 최근 검사측이 면대약국 운영 혐의로 유통업체 사장 A씨를 기소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동일하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7년 9월 이후 면대약국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사측은 A씨가 거래 약국이 부도날 위기에 처하자 이를 막기 위해 약사에게 상당한 돈을 빌려주고 약국의 경영을 위임받는 약정을 체결했으며 자신이 알고 지내던 두 명을 약국 내 취업시키고 급여를 결정하는 등 약국의 운영에 일부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약사와 약국 임대인의 임대차계약이 연장될 수 있도록 소송을 앞장서서 처리한 것 또한 면대약국 운영 근거로 제기했다.
법원은 검사측이 제기한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지만 이는 기존 채권 확보를 위해 약국 경영에 제한적으로 관여한 것이지 약국 개설, 운영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실제 경영 위임계약서에는 약사가 지급받기로 한 급여 액수가 정확히 기재돼 있지 않았으며 급여를 일정하게 받은 것도 아니었던 점을 꼽았다. 또한 A씨가 임의로 자금을 유출한 적도 없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아울러 비록 2017년 9월 이후에도 A씨가 약국에 의약품 거래를 지속하며 빌려준 금액 등이 줄지 않았지만 이는 2013년부터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며 그 대가로 어음을 지급받는 등 이미 상당한 규모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A씨가 약국 부도를 막지 못하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도 고려됐다.
A씨의 행위가 단순히 약국 부도를 방지해 받을 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
법원은 A씨가 2018년 4월 경 다른 약사에게 약국을 인수하게 하려 했는데 그 과정에서 권리금 15억원을 A씨가 아닌 약국 운영 약사가 받아 빚을 갚게 하려한 점도 면대업주가 아닌 근거로 보았다.
A씨의 변론을 맡은 정연 법률사무소 박정일 변호사는 "일반인이 약국 운영에 관여한 경우라고 해도 무조건적으로 무자격자 약국개설로 볼 것이 아니라 동업의 내용, 운영 형태, 급여, 자금조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누가 주도적인 입장에서 약국에 개설운영을 처리했는지 판단한다는 취지의 판례"라며 "약사가 주도적으로 약국 개설, 운영했을 경우 면허대여 약국이 아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