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의 주체인 제약사가 약가인하를 막기위해 소송을 남발해 발생한 책임은 방기한 채 권리만 주장하고 있다. 약국 입장에서는 반복되는 소송으로 인한 피해가 너무 크다.”
지난 2월 9일 국회 본회의로 넘어간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두고 제약계가 불편한 입장을 밝히자 약사사회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의료계가 간호법 등을 반대하는 틈을 타 입법을 막으려는 의도로 '물타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국회는 지난달 간호법을 비롯해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 등 7개 법안을 국회 본회의로 바로 회부한 바 있다.
당시 의료계의 반대가 컸던 간호법으로 인해 다소 가려졌지만 건보법 개정안은 약사사회의 큰 환영을 받았던 법안이다.
이는 약가인하·급여정지 처분이 확정된 제약사가 무작정 처분 취소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 또는 남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 지난 2018년 점안제 약가인하로 불거진 약국 청구불일치 사태를 포함해 잦은 약가인하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 약국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법안으로 환영을 했다.
그동안 약국은 약가인하를 둘러싼 제약사와 복지부의 반복되는 소송으로 인해 약가가 수시로 등락을 반복해 반품 및 차액정산을 위한 리스트정리, 재고파악, 실물 반품준비 등 과중한 행정업무 부담이 발생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 또한 감내해야 했다.
또한 약국의 정확한 약제비 산정을 어렵게 하고 요양기관별 구입가중평균가 산정에 영향을 줘 추후 구입약가 사후관리나 현지조사 행정처분의 위험이 높았다.
하지만 이번 건보법 개정안은 약가인하 소송 결과에 따라 인하된 약가를 환수-환급이 가능하게 해 결국 무분별한 소송을 방지한 것이고, 이는 반복된 약가 등락으로 인한 약국의 어려움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 법안은 직전 집행부에서 추진한 회무를 이번 집행부가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잘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회무의 연속성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선례로 평가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제약계가 이 개정안이 제약바이오산업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회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약가인하 처분에 대해 기업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집행정지 시도를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인데,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고 권리구제를 약화시킨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지역 한 약사는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한 부분에 대해 처분을 하는 것인데 이로 인한 약가인하를 고의적으로 막기위해 무분별하게 소송을 한 것 아니냐”며 “최근 간호법 등에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도 한데 이 시류에 편승해 법안 통과를 막으려는 의도가 불편하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약사회 역시 "리베이트 금지 위반, 직권 조정 등에 따른 약가조정 이후 제약사의 무분별한 집행정지 신청, 인용, 기각 등 약가조정 불복 및 행정쟁송이 반복되면서 그간 계속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약국은 의약분업 이후 지난 20년간 과중한 행정업무와 경제적 손실을 감내해 왔다"며 "특히 구입약가 사후관리 및 현지조사 행정처분 대상에 포함되는 등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왔다"며 개정안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국회에 전달한 바 있다.
한편 이 법안은 제약사가 정부를 상대로 약가인하 행정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을 때, 집행정지 인용 여부와 최종 본안소송 결과에 따라 제약사에게 지급한 약제급여액을 환수 또는 환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남은 절차는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표결과 최종 처리를 위한 재석 의원 전체투표 뿐으로, 사실상 입법이 유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