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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사 신설 타당성 없다…업권분쟁만 커질 것"

[기획2] 1993년 복지부가 규정한 한약사 제도 방향은

2020-10-15 05:50:57 감성균 기자 감성균 기자 sgkam@kpanews.co.kr

해묵은 한약사 논쟁으로 약사사회가 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약사와 한약사 재야 단체들이 한 날 한시에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집회를 가지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약사공론은 대한약사회 좌석훈 부회장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최근 논란을 둘러싼 대한약사회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아울러 복지부가 명쾌하게 정리한 한약사와 약사, 한약과 한약제제의 정의에 대한1993년의 자료를 순차적으로 전격 공개한다. 

---------------------<글 싣는 순서>--------------------------
1. "한약학과 폐지가 해법 될 것…통합약사는 복지부 몫"
2. 1993년 복지부가 규정한 한약사 제도 방향은
3. 한약-한약제제의 개념과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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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라면 누구나 어렴풋이라도 알고 있는 1993년의 봄. 

한약조제권 분쟁이 다시 일어난다. 같은 해 3월 5일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에서 ‘재래식 한약장 조항’이 삭제된 데서 시작됐다.

이미 약사와 골이 깊던 한의사들은 이 조항의 삭제를 약사의 한약취급을 전면 허용하는 것으로 해석, 거세게 반발한 것이다.

이 조항은 더 거슬러 1980년 8월 시행규칙에서 약계와 한의계의 이해관계를 감안해 신설된 임시방편적 조항이었다.

근원적으로 우리나라 의료제도가 양-한방으로 이원화 되어있는 반면 약사제도는 일원화 되어있는 구조 때문이지만 한약취급권에 대한 명확한 법적 해결을 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가장 컸다.

양측의 갈등이 끝을 보이지 않자 복지부는 1993년 5월 ‘약사법개정추진위원회’를 가동한다. 의사 한의사 약사 소비자단체 및 보건전문가 23명이 참여했다. 5차례 회의와 공청회도 개최했다.

하지만 역시 합의안은 도출되지 못했다. 한의계는 약사의 한약취급과 한의약분업을 반대했고, 약사는 한약을 포함한 모든 의약품의 조제 그리고 의약분업을 원했다. 소비자 및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렸다.

결국 정부는 반강제적 반설득적인 약사법 개정방안을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마련한다. 이 두가지 자료는 거의 대동소이한데 다만 9월에는 반대했던 한약사 제도를 11월에는 정반대로 신설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리고 복지부는 11월 자료에 대한 입법예고를 거쳐 1994년 약사법을 개정한다. 한약사 제도가 신설됐고, 약사의 한약조제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그리고 한약 관련 약사법은 이후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한약사 신설, 타당성 없다”

1993년의 자료는 의약분업의 효과와 방향, 한의약분업 시행이 어려운 이유와 향후 계획 및 의약품 유통체계 확립과 동물의약품 그리고 일반약 슈퍼판매 등의 내용까지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한약사 정책의 논란과 관련해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역시 한약사에 대한 당시 정부의 입장이다.

당시 보건사회부는 9월 자료에서 ‘별도의 한약전문인 제도를 신설하지 않는 이유’를 “타당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복지부는 “한약 조제권 해결방안으로서 의사-약사 구도와 같이 한의사-한약사 구도를 만들기 위해 약사와 별도로 한약사제도를 두자는 의견이 제시될 수 있으나 보건경제학적인 면에서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 의약분업의 원리상 한의사와 한약사를 걸어갈 수 있는 거리 범위 내에서 ‘짝짓기’ 할 수 있도록 분포시키자면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많은 수의 한약사를 배출해야 하기 때문에 인적-경제적 손실요인이 많다고 분석했다.

또 “별도의 한약사를 둠으로써 국민이 얻는 이익은 ‘한의학 이론에 맞는 한약’을 조제받게 된다는 것이지만, 약사가 조제할 때와 비교해서 그 질(quality)의 차이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며 반면에 부담해야 할 한약사 교육 및 한약국 설치 비용은 매우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의약분업을 전제로 할 때 ‘한약의 보관-감별-조제 등’ 기술적 범위에 국한되는 제한적 지식만이 필요해, 약사가 한약-양약 두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오히려 한 사람의 약사가 두 의학 체계를 실천해 본 경험이 양측의 의학체계와 이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와 연계해 약사의 한약 조제 자격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다. 

복지부는 ‘일부에서 약사가 한약을 취급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약사가 한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조제하는 것은 당연히 약사의 기능에 속하고, 약대 교육 과정도 이를 전제로 이뤄지고 있으므로 한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한약을 취급하는 것은 법적-자질적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약사의 불필요성과 약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설정한 것이다.

기획 3편에서 다룰 한약과 한약제제의 개념과 범위에서도 살펴보겠지만 이같은 직능에 대한 정의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약사와 한약사의 업무 범위 논란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약사 신설하면 업권분쟁 더 커질 것”

더구나 보사부는 한약사 제도가 신설되면 그렇치 않아도 보건의료계 내 갈등이 큰 상황에서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경고까지 덧붙였다.

“한약조제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한약사를 별도로 두는 것은 앞으로 한의사-약사-한약사간 이중 삼중의 업권 분쟁을 파생시킬 우려가 있다.”

하지만 1993년 9월 보사부의 이같은 방안은 단 두달 후 11월에 무참히 변경된다. 한약사를 신설키로 한 것이다.

보사부는 11월 약사법개정방안을 설명하며, “한약조제의 전문인인 한약사를 두기로 한 것은, 우리 의료제도가 양-한방 이원화되어 있는 실정에서 약사가 양약과 한약을 모두 취급하면 직종간 관계설정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계속 마찰의 요인이 되며, 한약이 양약과 달리 자연과학적 원리에 의해서 사용되기보다 전통한방이론에 의해 사용되고 있어 이러한 측면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약사 제도 신설을 극도로 우려했던 복지부가 단 두 달만에 입장을 바꾼 배경과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많지만 여기서는 논외의 것으로 하자.

어찌됐든 보사부가 9월 자료에서 밝힌 한약사 제도 신설에 따른 분석과 예측은 27년이 지난 현재 놀라우리만치 정확히 들어맞고 있다.

아울러 그렇게 어렵게 만든 한약사 제도에 대한 전망을 명확히 하고 있었다면, 그런 부분을 감안해 제도를 추진했어야 할 텐데 왜 여전히 지금까지 이런 상태로 두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과연 한약사 양성에 대한 의지가 있었던 것일까.

결국 이는 한약사를 방치해 현재의 '한약사가 개설하는 약국'의 만연된 불법행위를 정부가 사실상 방조했다는 점에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대한약사회 좌석훈 부회장은 “이미 복지부는 1993년 당시 한약사 제도를 신설할 경우 발생할 문제점을 예측하면서도 정치적 논리에 밀려 한약사를 만들었고, 결국 이렇게까지 문제를 키웠다. 약 30여년전의 자료로 치부할 내용이 아니다. 이에 따른 약사법 개정을 1994년 했기 때문에 정부는 이 기조를 가지고 관련 법 및 하위법령 규정을 두거나 유권해석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황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복지부의 책임과 문제 해결의 의지를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한편 다음 기획에서는 이렇게 약사와 한약사의 업무 범위 구분의 기본인 한약과 한약제제에 대해 당시 보사부가 정의 내린 개념과 범주에 대해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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