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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평가도·불순물도·공동생동도…고민은 깊어진다

[창간특집] 코로나 뒤 숨겨졌던 업계의 위기 ②

2021-08-17 12:00:02 이종태 기자 이종태 기자 leejt@kpanews.co.kr

제약업계가 코로나19를 극복하더라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산적해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해부터 보험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약가 위주의 제네릭 정책은 업체들에게 기존의 간판 의약품일지라도 한순간에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제약산업의 특성상 규제가 불가피하겠지만 어느정도는 예측가능한 행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는 경우 연구개발비 축소 등 소극적인 경영이 불가피해져 결국에는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포스트코로나 이후 제약산업이 돌파해야 할 이슈들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복지부는 2021년 급여재평가 대상약제로 포도씨건조엑스, 실리마린, 아보카도소야, 빌베리건조엑스, 은행엽엑스(지정취소) 성분 의약품을 선정했다. 재평가 대상은 △청구현황(약 200억원 이상의 청구액) △주요 외국 급여현황 △정책적·사회적 요구 등의 기준에 따라 선정됐다.

포도씨건조엑스 성분은 한림제약의 '엔테론', 실리마린은 부광약품의 '레가론', 아보카도 소야 성분은 종근당의 '이모튼', 빌베리건조엑스는 국제약품의 '타겐에프'가 대표품목으로, 각 업체에서는 모두 효자품목이다.

지난 6일 복지부는 4개 성분 제제에 대한 급여적정성 평가결과 포도씨건조엑스를 제외하고 모든 성분에 대한 급여적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포도씨건조엑스도 정맥림프 기능부전 관련 증상 개선과 안질환 관련 적응증에 급여적정성을 인정받고 유방암치료로 인한 림프부종 보조요법에 대해서는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대상약제 선정부터 적정성 판단기준도 제약사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를 나타낸다. 특히 정부가 보험재정을 위해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한 재평가를 강화하고 지속하는 과정에서 업계 의견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정감사 이후 서면질의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한 약제에 대한 급여적정성 재평가를 지속적으로 추진·확대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허가단계부터 보험급여 등재 후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의약품의 전주기에 대한 약품비 지출 효율화를 통해 재정절감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데 따른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대상약제를 선정하면서 제시됐던 조건인 사회·정책적 요구도라는 기준은 모호하다"면서 "기준을 선정할때 보편성이 있어야 업체에서도 수용할 수 있고 결과에 불복해 소송으로 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제약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는 제약정책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12월 고시한 제네릭 제조원의 변경 제한규제다. 해당 규정은 다른 의약품 제조업자에게 제조를 위탁해 해당품목의 허가신청 또는 신고 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자료 제출을 갈음받은 전문의약품의 경우 자사제조를 변경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제조원을 변경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국회에서 1+3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식약처에서는 제조소 단위별로 제네릭을 묶고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식약처는 위탁생동 품목의 제조원 변경이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고 의사와 약사 등 전문가는 물론 소비자들의 제네릭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행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업체간 자유로운 제조소변경이 지속된다면 동일한 제품명을 가진 의약품들의 실제 제조원과 원료의약품 및 분량, 제조방법, 품질관리 기준이 지속적으로 바뀌면서 장기 복용하는 환자들은 물론 전문가들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업계에서는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제조소를 변경하는 것은 시장원칙에 따른 결정이라고 반박한다. 자연재해 등 불가피한 이유로 제조소를 변경해야하는 상황에서 품목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이미 '1+3 제한법안'과 '계단식 약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원칙을 무시해가며 제네릭 품질관리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최근 제약바이오협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식약처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규제안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있는 상태로 통과가 되는 경우 변경고시를 통해 효력을 발휘할 수 있게된다.

이른바 발사르탄 사태 이후 대두되기 시작한 NDMA 등 불순물 생성·혼입에 대한 책임을 제약사에게 부담시키는 법안이 제기되면서 업계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달 5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국내 유통 의약품에서 비의도적인 불순물이 검출되는 경우 회수·및 폐기, 재처방·재조제 비용을 업계에서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부담금관리 기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의약품의 특성에 따라 암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이 생성·혼입되는 경우 발생되는 사회적인 비용에 대한 부담근거가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공단에서도 발사르탄 당시 발생됐던 비용부담을 두고 관련제약사들과 소송을 진행중에 있다.

이에 남 의원은 식약처장으로 하여금 불순물 모니터링 등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관련 부담금을 의약품의 제조업자 등으로부터 징수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관련규제에 따라 의약품을 제조판매했지만 ‘비의도적인’ 불순물이 발생한 것을 두고 업계에만 책임을 지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당시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못해 검출에 한계가 있었으며 관련 기준이 미비해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에서도 책임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최정인 보험정책팀장은 "불순물로 인한 품질 문제는 제약사의 관계법령 위반 정도나 환자 피해정도가 워낙 광범위해 고려할 점이 많다"라면서 "약사법상 적합한 원료를 사용했음에도 발생한 비의도적인 불순물 문제는 거짓으로 인한 위법행위와 위반정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가 부당한 방법으로 국민건강에 피해가 발생했다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행정적인 징수가 가능하고 적법했지만 환자 부작용이 발생됐다면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를 이용하면 된다"면서 "품질문제에 대한 제약사 배상은 과실이나 귀책이 확실한 경우로 제한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결국 제약사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것.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가환수나 재평가가 계속 진행되면서 새로 허가되는 제네릭뿐 아니라 기존에 매출을 유지하고 있던 부분에 대해서도 이제는 업체들이 안심할 수 없게 됐다"면서 "제약산업이 규제산업이기는 하지만 경영활동에 대한 불확실성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 정부와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정책이 생겨날지 예측하기 어려워 업계에서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규제산업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육성할 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에서도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해주는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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