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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시행 1년, 변한건 근무시간만이 아니었다

의무 대상 외 제약사 시행중인 곳도…"그렇게까지 야근할 건 아니더라"

2019-07-01 06:00:30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지난 2018년 7월1일 법정 근로시간이 주당 52시간으로 변경됐다. 특히 연구 및 영업을 비롯해 근로시간이 높은 축에 속하는 제약업계는 시행 전부터 혼란에 바졌다.

아직까지 업계 내에서도 52시간 시행에 다른 우려는 남아있다. 올해 계도기간이 끝난데다가 곧 중소제약사까지 이 흐름이 이어지는 탓이다.

먼저 주 52시간을 지키는 제약사의 모습은 어떨까. 주 52시간 근무 시행 이후 주요 제약사의 바뀐 근로형태와 이에 따른 직원의 반응을 물었다.

◇ 주 52시간 시행 1년, 바뀌는 제약업계

'저녁 6시10분. 불은 켜졌지만 책상 위의 컴퓨터가 하나 둘 꺼지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셧다운. 아직 남아있는 이들은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퇴근을 준비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8년 6월 단계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 2020년 1월1일부터 50~299인, 2021년 7월1일부터 5~49인까지도 대상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근로기준법을 시행하고 이에 따른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따라 당장 그해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제약사와 의약품 유통업체는 주 68시간에서 '주52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기존 주당 최대 근무시간은 연장근로와 휴일근로를 구분해 휴일(일반적으로 토요일, 일요일)에 근로한 경우 연장근로에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정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시간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 등 총 68시간이었지만 주당 최대 연장근로를 12시간으로 제한한 것이다. 

휴일근로 할증의 경우에도 휴일에 8시간 이내에 근로를 했다면 50%를, 8시간을 초과했다면 100%의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규정이 포함됐다.

더욱이 52시간을 초과해 근로할 경우 2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다소 가볍지 않은 처벌 규정이 붙으면서 제약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실제 이는 업계 차원에서 논의될 정도로 큰 문제였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해 7월12일 회원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 제약바이오산업 영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고  제약기업들의 대응현황 및 애로사항 등에 대한 현황파악에 나섰다.

내근직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강제 시행이 가능하다지만 생산직 혹은 연구직의 경우 수요 급증 혹은 개발 과정에서의 연속성 등으로 인해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지난해 제약업계 내 생산분야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 사실상 초과근무가 '의무적'일만큼 다반사라는 점을 우려했다.

당시 국내 한 제약사 임원은 "지금도 직원의 초과근무는 의무적일 정도로 공장 내 상황이 다양하게 벌어진다"며 "생산 부족, 품절 등의 문제에는 급하게 의약품을 생산하고 품질을 시험해야 하는 인원이 주말근무 혹은 평일 늦게까지 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욱이 초과근무시 해당 근무시간에 따라 통상임금의 150%를 지급하거나 새 사람을 찾아 공장 내 인력을 충원해야 하는데 적재적소에 일을 할 수 있는 직원이 제때 들어올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업무 자체에 이해도가 있는 이를 선발하는 '풀'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같은 문제가 국내 생산 전반으로 이어지자 정부는 올해 3월까지 처벌 계도기간을 주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런 가운데 제약업계의 근무 분위기는 바뀌는 모양새다. 현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내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대상인 300인 이상 사업장은 유한양행을 비롯해 73개 회사다.

이중 매출 상위제약사와 중견사, 중소사 등을 무작위로 지정해 십수 곳을 확인한 결과 상위사는 100%, 중견사는 대다수의 기업이 주 52시간을 제대로 시행하거나 향후 시행에 대비해 미리 움직이고 있었다.

한미약품 등의 경우 내근직을 비롯해 생산직, 연구직 등에 유연·탄력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보령제약, 삼진제약, 한독 등의 기업도 동일한 근로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마케팅·홍보 등 일부 내근직, 연구직, 생산직의 경우 시간외 근무 시에는 출근시간 자체를 늦추는 것이다.

영업직의 경우에는 식사 접대 등의 시간을 인정하며 연구직의 경우에는 출근시간을 당기거나 대체휴가를 주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여기에 근무 시간 내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줄이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회의 시간을 정해 이상의 회의를 사실상 자제하게 하거나 모바일 등을 이용한 회의를 진행키도 한다. 

반면 아직 강제적 근무 제한을 하는 곳도 있었다. 상위사 A사와 B사의 경우 일부 직역의 경우 유연·탄력근무제를 적용하되 일반 내근직의 경우 특정 시간이 지나면 업무가 가능하지 않게 인트라넷(기업 및 기관의 내부 통신망을 가리킴)을 제한하거나 컴퓨터를 아예 셧다운하기도 했다.

해당 제약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내근 직원이) 적응하지 못했으나 이후 직원들도 자유롭게 퇴근하는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기업이 아닌 곳은 벌써 시행에 대비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기업 내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임원진이 직접 부서별 근무시간을 확인하고 52시간 근무를 지킬 수 있도록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 변한 것은 근무시간뿐 아니었다…"그렇게까지 야근할 것 아니더라"

흥미로운 점은 처음에 우려를 표했던 제약사 역시 바뀐 분위기에 적응되면서 근무 중 집중도를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루틴'(관습화된 행동양식)이 변하고 뜻이기도 하다.

국내 한 상위사 관계자는 "그동안 이 시간에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한다는 시간의 개념이 많이 무너졌다"며 "회사 차원에서 강제를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직원 스스로가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 내부에서도 (주 52시간 근무 전) 우리가 이렇게까지 '야근을 할 필요가 있었느냐', '빨리하고 집에 가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며 "직원의 업무 효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특징은 직원이 원하지 않는 회식 등 불필요한 행사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제약업계는 연구직을 비롯해 최근 여성 직원의 비율이 제법 높은 축에 속하는 곳이다. 반면 예전부터 남아있는 이른바 '군대문화'가 강하기도 하다. 근무 시간이 줄어드니 자연스럽게 대면하는 시간도 적어지고 육아나 개인생활의 비중이 높아졌고 남성 직원 역시 이같은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업계 내 괴리감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또다른 국내 상위사 관계자는 "그동안 영업 등 일부 직종에서 불필요했던 내부 행사가 줄어들면서 직원들 스스로가 개인 취미 등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제약인 역시 똑같은 직장인이다. 제약사 내 분위기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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