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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말았다" 의약품 일본 불매운동 현실화되나

약사 인플루언서에 지부 차원 대응까지…업계 '전전긍긍'

2019-07-19 06:00:30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혹시나 싶었는데 결국 올게 왔네요."

지난 7월 초 일본의 이른바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결국 약사 사회로 번지는 모양새다. 인기 유튜버 등 약사 인플루언서를 시작으로 지부 차원의 공식 논의까지 진행된 상황에서 이번 문제가 다소 장기화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
 
특히 이번 불매운동의 양상이 특정 제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국내 제약업계의 많은 제품이 일본에서 도입한 품목이라는 점, 의료 커뮤니티 사이에서 전문의약품에 대한 대체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때라는 점 등에서 문제가 생각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번 불매운동이 혹여 애먼 약국이나 환자, 업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커뮤니티에서 인플루언서로, 지부로…업계 우려 현실화

전북지부(지부장 서영훈)는 18일 한국을 향한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이날 지부는 "아베 정부는 지금이라도 경제보복조치를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통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인권과 존엄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할 것"이라며 "아베정부의 경제보복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우리는 모든 일본 제품과 일본의약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카카오톡 단체방 등 일부 약사 커뮤니티에서 이야기하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지부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화된 것이다.

일부 커뮤니티를 비롯해 인기 유튜버 등 약사 '인플루언서'(타인에게 영향을 끼칠만큼의 발언력을 가진 이들을 뜻하는 신조어) 중 일부가 일본 제품을 불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경우는 있었다.

약 관련 동영상으로 인기를 끌며 구독자 16만명을 보유한 '약쿠르트' 박승종 약사는 지난 16일 영상을 게재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로 밝힌 바 있다.

또 '정 약사의 건강나눔 블로그'를 비롯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정세운 약사도 지난 8일 일본 의약품의 대체품을 소개하며 불매운동 의사를 전했다.

이들은 일반 대중을 향한 영향력은 있지만 단체 차원이 아닌 개인적 의견을 피력했는데 이번 전북지부의 성명은 그간 나왔던 약사사회의 지적을 공적으로 표출했다.

특히 지부 차원의 입장이나 성명서가 나올 경우, 같은 생각을 가진 타 지부나 분회 등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약사사회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올것이 왔다' 약국가 외면에…수출 타격 우려도

당초 이번 불매운동은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대한민국에 대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플루오린폴리아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 등 3종) 수출 제한 및 화이트국 지정 해제를 공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때문에 IT 및 가전 업계 등에서의 우려가 이어졌다.

이어 불과 하루 뒤인 7월2일 소위 '블랙리스트'가 인터넷에서 퍼지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산됐다.

더욱이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자영업자 단체의 일본제품 매대 치우기를 비롯해 반품 처리, 신규 발주 금지 등의 조치가 이어졌다. 여기에 의류 및 여행에 이르기까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업계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한 여행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불과 1주일만에 일본 여행상품 판매율은 30% 정도 감소하고 예약 취소가 70% 증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계 의류회사인 유니클로의 일본 본사 임원이 결산발표에서 "장기적으로 매출 영향을 줄만큼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결국 18일 한국 유니클로가 공식사과를 하는 등 국민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건도 일어났다.

일본측이 향후 추가 수입수출 제제를 시행할 것이라는 우려 등이 나오면서 불매운동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국민적 관심이 결국 의약품 분야에까지 이어지자 업계에서는 매우 크게 경계를 하고 있는 눈치다. 결국에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사의 제품이 불매운동 대상으로 들어있음을 알게된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제품이 '일본약'으로 찍히고 있다. 실제 최근 도매에서 반품 요청이 한 두건씩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게 왔다"고 우려를 표했다.

직접적인 타격대상이 된 일본계 제약사들의 난처함도 크다. 한 일본계 제약사 관계자는 "제품의 품질 관련 이슈는 해결이 가능하지만, 정서적인 문제로 낙인찍히면 해결이 어렵다.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는 있지만 아직 어떠한 대책도 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더욱이 소비자 혹은 약사의 직접선택을 받는 일반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이 아닌 전문의약품에까지 타격이 있으리라는 걱정도 나오기 시작한다. 또 다른 일본계 제약사 관계자는 "최근 의료계 커뮤니티 등에서 만성질환 치료제 중 몇몇 제품의 처방을 하지 않겠다는 움직임이 있다. 전문의약품이지만 (불매운동의) 여파를 받을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가 또 하나 우려하는 것은 원료의약품 수출에도 혹여 '경제 전면전'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혹 모를 '최악'을 대비해야 한다는 조금은 먼 미래의 이야기도 나온다.

통계청이 제공하는 국가통계포털(KOSIS) 내 원료의약품 수출액 상위 10개국을 보면 국내 제약사가 일본에 수출하는 원료의약품의 액수는 총 3억3874만1000달러(우리돈 3992억원가량)에 육박,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각에서 한국이 주요 품목의 대일 수출 제한 등 무역보복에 나설 경우 전체 산업군 내 비중은 높지 않지만 타격의 가능성은 남아있다는 것이다.

◇ 업계도 정서적 대응에 '불만' 조금씩 새어나와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제약업계 내부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국내의 상황과 환자의 안전을 담보하지 않은 감정적 불매운동이 결국에는 문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계 제약사의 전문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일본의 약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만성질환은 복용하는 약에 따라 환자의 치료에 해가 될 수 있다"며 "단순히 감정적으로 처방을 해주지 않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담보삼는 위험한 행동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만성질환 등은 환자의 상태에 맞춰 처방을 정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성분과 완전히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없다면 처방의약품을 교체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의약품을 가지고 있는 제약사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 기대 효과나 환자 편의성 등에서 개선된 제품이 있음에도 일본산 제품이라는 이유로 과한 낙인을 받고 있다는 것.

일본 유명 일반의약품을 판매하고 있는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일본 제품 중에는 우리 제약업계가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구현하거나 실제 국내 시장에서 대체품이 없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며 "의약품의 경우 같은 성분과 제형이 아니면 다른 제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대체가 어려운 유사품을 일방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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