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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안제 약가인하 상고심에 제약업계 우려 '왜?'

일각선 '승소 가능성 낮음에도 시간끌기' 지적도

2019-08-06 06:00:48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일회용 점안제를 두고 벌어진 약가 인하 첫 소송에서 제약업계가 쓴잔을 마신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점안제의 약가 인하 시점을 늦추기 위해 법정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약가인하를 막기 위한 소송 진행이 '유행'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온다. 법이 보지 못하는 부분으로 파고드는 이른바 '법 위에 잠을 자려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목소리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회용 점안제 관련 약가인하 1심 소송에서 패소한 다수 제약사가 항소장을 제기했다.

항소장은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26일 일회용 점안제 품목을 보유한 20개 제약사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제 급여 상한금액 조정 고시 처분 취소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린 데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1심 소송에 참가한 제약사는 국제약품, 대우제약, 대웅바이오, 바이넥스, 삼천당제약, 신신제약, 영일제약, 이니스트바이오제약, 일동제약, 종근당, 태준제약, 풍림무약, 한국글로벌제약, 한림제약, 한미약품, 휴메딕스, 휴온스, 휴온스메디케어, CMG제약, DHP코리아(가나다 순) 총 20개다.

실제 이들 제약사 중 일부는 최근 제약업계에서 비공개 회동을 열고 항소 등의 여부를 논의했다. 회의 과정에서는 대용량 제품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소송을 진행할 필요가 있느냐 등의 반응도 나왔지만 큰 틀에서는 항소를 진행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약업계 내부 관계자는 "당시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몇몇 업체는 자사가 총대를 맬테니 소송을 끝까지 이어가자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며 "점안제 관련 회사(가 약가인하로 인해 입을) 타격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단 항소심에서는 제약사가 1심 당시 주장했던 내용에 '플러스 알파'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2심에서 뒤집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1심을 제기한 제약사들은 용량과 별개로 동일한 약가상한을 정한 것은 보건당국의 재량을 남용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해당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았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1심 당시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주장을 폈다. 재판부는 판시를 통해 △약가를 기준 규격 내 가중평균가로 맞췄으며 공익의 가치가 더 크다는 점 △허가사항 변경 이후 행정예고, 회의, 간담회 등을 진행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점안제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의 한 관게자는 "(소송을 제기하는) 제약사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업계 내에서는 1심 패소를 어느 정도 예측한 상황이었다"며 "정부 측의 논리가 명확하다. 필요이유도 (재판부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항소가 나온다고 해도 새로운 무엇인가가 나오지 않는 이상 소송에서 제약사가 유리해질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 시시비비 가릴 재판이 약가인하 방패로?

다만 이번 소송이 시시비비를 위한 것이 아닌 하나의 전략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보인다는 부정적 시각도 업계에서 나온다. 업계 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약가인하 방어전략'의 한 예가 아니냐는 것이다.

점안제 분야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시장 내에서 (일회용 대용량) 점안제가 소용량으로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소송 당시 (시장 내 추이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며 "그 기간동안 업체 내에서 물량(대용량 점안제)을 빼기 위해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소송이 잠깐이나마 약가 인하를 막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지적도 내놓는다. 이 관계자는 "소송과 함께 가처분을 진행했고 (재판 기간 중) 약가를 (떨어지지 않도록) 잡아 그 이익을 노린 것으로 추측된다"며 "고용량 (1회용) 점안제를 내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다수 관계자가 소송과 약가를 연결하는 것은 이같은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법률 논쟁에서 흔하게 나오는 가처분은 사실판단을 위해 싸우는 두 사람 혹은 한 쪽이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하게 닥칠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가처분 신청이 이뤄질 경우 약업계 입장에서는 약가인하를 막을 사유가 없음에도 소송중이라는 이유로 약가가 보존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제네릭 관련 약가인하. 올해만 해도 한국BMS제약과 한국화이자제약의 '엘리퀴스'를 비롯해 한국노바티스의 '써티칸',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의 49개 품목 등으로 다양하다. 약가인하의 이유는 제네릭, 불법영업행위 혐의 등 다양하지만 전부 가처분신청으로 약가를 붙잡은 사례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소송이 제약사의 약가인하 방어를 위한 '헛점 찌르기'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약가 인하가 정지될 경우 제네릭이나 대응품목이 나옴에도 보험약가를 내릴 수 없어 건보재정이 낭비될 수 있다는 점, 약국 내에서는 계속해 바뀌는 약가로 인해 반품과 사입, 공급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업계의 움직임을 달갑게만은 볼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약가인하 소송이) 또 다른 전략일 수 있지만 일반 국민, 약국, 의약품 유통, 보건당국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며 "사실을 밝히자는 소송이 약가 인하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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