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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르탄 파동 후 1년, 라니티딘에 또 속쓰린 약업계

'잔탁' NDMA 혼입 이후 번진 사태…당국·제약·약국 앞으로 방향은?

2019-09-25 06:00:30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최근 미국 및 유럽 등지에서 판매되는 '잔탁'(성분명 라니티딘) 일부 품목에서 지난해 환자를 불안에 떨게했던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검출되면서 약업계 및 의료계 등에서 긴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라니티딘 성분 제제의 전수조사 결과가 공개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진다. 당초 업계 일각에서는 오는 9월25일을 '디-데이'로 삼아 이런저런 추측을 내놓았지만 실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까지 나오는 등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이들의 관심이 초미에 다다른 상황. 이번 라니티딘 관련 일련의 내용과 향후 전망을, 약업계 안팎의 이야기를 모아 담아봤다.



 '속쓰림약' 속 발암유발 가능성 물질이
당국 일거수일투족 초집중 '촌극'도

이번 사태는 현지시각 지난 1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GSK의 잔탁에서 미량의 NDMA가 검출됐다는 발표로 시작된다.

식약처는 이들의 발표 이후 한국GSK가 허가받은 3개 품목 29개 제품과 해당 잔탁에 사용된 라니티딘을 사용한 6개 제품을 긴급 수거해 검사를 진행했다.

식약처는 국외 발표가 있은지 3일만에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제품들에서는 NDMA가 검출되지 않았으나 발사르탄 사태 당시 전수조사를 통해 NDMA 검출품목이 추가 확인된 만큼 현재 수입·국내 제조중인 모든 라니티딘 원료와 이를 사용한 완제의약품 395개 품목의 전수조사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이 빠른 진화에 나섰지만 약업계와 의료계는 조금씩 흔들렸다. 약국가에서는 큰 혼란은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방심은 이르다는 의견이 앞섰다.

약사회 역시 일반약과 함께 조제된 약과 환자들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전문약의 특성상 다시 발사르탄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반응과 함께 발사르탄 당시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늦어져 약국의 혼선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조사과정에서 NDMA가 검출된다면 발표와 함께 빠른 후속지침을 마련해 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의료계에서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3일 의사회원을 대상으로 환자의 요구가 있기 전까지는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을 교체 처방해달라는 권고를 내린 것이다.

의협은 발사르탄에 이어 잔탁 등 라니티딘 계열에서 발암 우려 불순물 검출로 인한 진료현장의 혼란 방지와 국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의사, 의료기관은 환자의 라니티딘 계열 의약품 교체 요구 시 우선적으로 다른 약물을 처방할 것을 권고했다.

성급하게 의약품을 교체하라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은 있었으나 이번 권고가 라니티딘 사태의 흐름을 조금은 급격하게 바꿔버린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풀이했다.

이후 24일 업계 안팎 다수 관계자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늘(25일) 오전 유관단체와 만남을 가진 뒤 오전 해당 내용의 브리핑을 발표한 뒤 오후 3시경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각 업체에게 이를 설명할 예정으로 알려졌었다.

실제 식약처가 보건복지부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등을 방문해 회의를 진행한 탓에 이같은 이야기가 약업계에 급히 퍼지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5일 라니티딘 관련 브리핑과 발표 등은 예정에 없다"며 "협회와 복지부를 방문한 것은 맞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논의하러 간 것으로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약업계 유력 관계자는 "당초 식약처가 유관기관 여러곳과 회의를 열려고 했던 것은 (NDMA 혼입 의약품의) 범위와 조치 등을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취소된듯 하다"고 언급했다.

 라니티딘, 위장병 치료제 중 4분의 1 수준
조마조마한 제약업계

업계가 이처럼 라니티딘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의 입지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다다랐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공하는 2018년 수입 및 생산실적을 보면 소화성궤양을 포함한 위장병 치료제는 1조500억원이 넘는다. 특히 라니티딘 성분 제제 전체의 25%에 해당하는 2664억원에 달한다. 위장질환 치료제의 4분의 1이 같은 성분 제제라는 점은 흥미롭다.

또 하나는 라니티딘 성분 제제가 대표적인 '세트 처방'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다수의 의약품을 복용하는 경우 위산이 올라와 속쓰림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위산을 억제하는 탓에 기존 의약품과 함께 붙어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의약품 처방 중에는 라니티딘 성분 제제가 함께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래 붉은 동그라미 안이 라니티딘 함유 제제(해당 사진은 예시로 특정 사건 혹은 인물과 관계없음)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탓에 다른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이번 조사에서 검출항목이 나올 경우 라니티딘 성분 제제 중 꽤 많은 수가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라니티딘이 사실상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처럼 특정 약물에 대한 반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발사르탄 내 NDMA 혼입 문제 당시 회수 조치가 해제됐던 제품 상당수의 매출이 급감한것이 이유다.

국내의 경우 현재 식약처에 등록된 라니티딘 DMF 수는 총 54건(회사수 11곳)으로 이중 전세계에 라니티딘 원료의약품을 DMF로 등록한 곳이 29개에 이를만큼 많고 이례적으로 SMS그룹이 성명을 통해 'NDMA 문제에서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이미 성분 제제 자체에 대한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발사르탄 제제의 경우 고혈압 약물이라는 만성질환 처방으로 부작용 관리를 위해 해당 성분 제품을 계속 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라니티딘은 이미 시메티딘과 니자티딘, 파모티딘 등 대체제가 매우 많은 편이며 장기복용 확률 역시 발사르탄보다 적다.

여기에 일부 제품이 시장에서 퇴출될 경우 제제 자체에 대한 의료진 혹은 국민의 불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라니티딘(관련 사태)이 일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국내에서의 신뢰도는 크게 떨어졌다고 본다"며 "게다가 지난해 발사르탄이 터진 탓에 (비처방 혹은) 불매 분위기가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생산실적이 낮은 일부 회사는 이미 자사 품목의 회수 준비에 돌입한 상태. 국내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품목이 (매출 내에)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 않아 식약처가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제품을 회수하자는 논의가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품목 매출이 큰 제약사들은 울상이다. 또다른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 제품의 매출이 전체 라니티딘 시장에서 10위 안에 들 정도로 매출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번 발표로 제품을 한동안 취급할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발사르탄 파동 후 1년만에 '다시 만난 사태'
약업계, 정부·제약·약사사회 향후 관측도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이 논란이 어떻게 이어질까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먼저 정부 입장에서 보면 전수 조사 후 함량과 관계없이 NDMA가 검출된 제품에 대한 회수가 정답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반약과 전문약 모두 회수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지난해 발사르탄 당시 업계를 비롯해 정치권, 국민까지 보건당국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을 했다는 점, 식약처의 조치가 여러번 바뀌면서 혼란을 겪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강한 조치로 문제의 소지를 막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것이다.

실제 식약처가 최근 제약사들에 라니티딘제제의 사용현황을 확인하는 한편 사용 빈도가 높거나 타 성분 등에서 의심사례가 있던 DMF 제조시설의 사용 내역을 제약사에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 약업계 관계자는 "국감 등을 준비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라니티딘 문제가 터졌다. 복지부나 식약처에서 강한 조치를 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도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넌지시 전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다소 난처한 상황. 판매 회수는 둘째치더라도 아직 끝나지 않은 발사르탄 사태에 라니티딘까지 겹치는 모양새가 된 탓이다. 금액은 적지만 문제가 된 제품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벌어질 수 있다.

현재도 진행중인 소송은 복지부가 '제조물책임법'을 적용해 현재 제약사와 법리를 다투고 있다. 금액은 몇 십만원에서 2억 수준으로 낮지만 제약사가 정부와 다툼을 벌여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약사사회에서는 회수과정에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약국이 난처한 상황에 놓일 것을 우려한다. 전문의약품은 DUR을 통해 처방을 막고 일반의약품은 판매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혹 모를 피해 우려는 없어지지만 남아있는 약은 결국 약국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의약품 회수 선례는 지난 2013년 있었던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 사례를 되짚어볼 수 있다. 제조사인 한국얀센은 당시 약액(시럽) 충전 공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동화설비인 액체충전기로 충전하지 못한 나머지 약액을 작업자가 수동으로 주입하도록 했는데 이로 인해 일부 제품에서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의 함량이 초과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회수 대상은 당시 2011년 5월3일 자동화설비 교체 이후 생산·판매한 제조번호 172개 단위 167만병에 달했다. 얀센은 약사회를 통해 약국 보상 기준을 알리고 제품 1개당 5500원(약국판매)과 6500원(안전상비약)에 각각 약국에서 회수하도록 했다. 조제용 역시 환불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약사사회의 노력으로 해당 제품은 3일만에 판매 제품의 50%에 육박하는 회수율을 기록하기도 했는데 라니티딘 함유 의약품 역시 이 과정과 유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의약품의 경우는 동일한 성분으로 회수됐던 발사르탄. 하지만 양상은 조금 달랐다.

지난해 7~8월 사이 약사공론 취재가 이어지던 당시 약국가는 한동안 전쟁을 치렀다. 혈압약을 확인하는 민원전화부터 대체조제 혹은 재조제, 보험 재청구, 반품에 이르기까지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이는 나아가 결국 약사와 유통업체의 갈등, 유통업체와 제약사의 갈등으로 번졌다.

한편 식약처가 곧 라니티딘의 전수조사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는 분석이 줄이어 나오면서 향후 사태가 어떻게 바뀔지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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