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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은 '왜' 다케다를 인수했나?

샤이어 인수대금 620억불+희귀질환 기업 전환=매출비중 낮은 사업부 매각?

2020-06-12 12:00:59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주식시장 및 바이오의약품업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셀트리온이 다케다의 아태지역 사업부문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더욱이 자체적으로 덩치를 키웠던 회사의 첫 인수합병(M&A) 사례라는 데서 관심을 모은다.

이번 인수의 경우 그동안 합성의약품 시장에 꾸준히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던 셀트리온과 희귀질환 치료제 전문 기업인 샤이어 인수 후 막대한 양의 부채를 짊어진 다케다의 이해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인수 진행에 따라 한국지사를 비롯 현재 코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와의 관계는 어느 정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지난 11일 글로벌 합성의약품 사업부문의 R&D 역량 강화를 위해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품군의 권리 자산을 인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다케다로부터 인수할 사업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프라이머리 케어'(Primary Care) 사업으로 회사는 계약을 통해 일본을 제외한 한국·태국·대만·홍콩·마카오·필리핀·싱가포르·말레이시아·호주 등 9개 시장에서 판매 중인 전문의약품 및 일반의약품 브랜드 18개 제품의 특허, 상표, 판매에 대한 권리를 확보한다.

이들 제품은 2018년 기준 약 1억4000만달러(우리돈 약 17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회사는 향후 한국과 동남아, 호주 시장에서 각기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제약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판매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인수 금액은 총 3324억원으로, 올해 4사분기 내 사업인수가 끝날 것이라고 셀트리온은 설명했다.

셀트리온이 인수하는 제품군에는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네시나', '액토스', '이달비' 등 전문의약품과 '화이투벤', '알보칠' 등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일반의약품도 있다.

이들 제품은 공급을 위해 당분간 다케다의 제조를 진행하되 향후 기술 이전도 받을 예정이다.

회사는 향후 다케다의 전문의약품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해당 제품군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에 조기 안착시키는 한편 그동안 만들어온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암제 등의 바이오의약품의 새로운 판매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합성의약품 발판'-'샤이어잡은 선택과 집중' 맞물렸나

이번 인수는 그동안 시장에 진입하려 했으나 쉽사리 덩치를 키우지 못했던 합성의약품 분야에서의 셀트리온의 입지를 키운다는 의미와 함께 샤이어 인수 후 상당했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한 다케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케다는 지난 2018년부터 기존 제품을 정리하고 희귀질환사업을 새 수종사업으로 삼았다.  그리고 희귀질환치료제 전문기업인 아일랜드의 샤이어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다케다가 샤이어에 총 5번의 인수제안을 한 것이 알려지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된 인수 금액은 650억달러(우리돈 약 78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문제가 뒤따랐다. 다케다의 사업구조는 상당히 안정적인 축에 속했음에도 인수자금을 마련한 융자 등의 문제로 주주 불만이 이어진 것이었다.

다케다 크리스터프 웨버 대표는 2018년 열린 주주충회에서 향후 인수를 통해 약 300억달러의 매출이 기대되며 실제 현금창출능력인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로 이자 및 법인세/감가상각을 제하지 않은 총이익을 말함)가 1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시키는데 애썼다.

그 결과 당시 주주총회에서 인수건이 최종 가결됐고  2019년 1월 미국에서 열렸던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를 통해 샤이어와의 인수합병 절차가 종료됐음을 알렸다.

인수를 마친 다케다는 향후 △종양 △소화기 △신경계 △희귀질환 △혈장제제 등 5개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파이프라인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이들 5개 분야의 매출은 전체의  75%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반년 이후 인수에 대한 불만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다케다가 2019년 11월 공개한 상반기결산에서 정작 희귀질환 분야의 매출이 감소하면서부터다. 특히 샤이어의 제품이었던 '애드베이트'의 경우 경쟁약물과 미국 내 약가 압력 영향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16%나 줄어들어들며 주주의 우려감을 자아냈다.

미국의 경우 당시 기준 약 35%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일본보다도 매출이 높은 곳이었다. 더욱이 매출을 늘려 부채를 막겠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긴 셈이다.

다케다는 미국 내 매출 증대와 함께 상대적으로 필요가 없는 지역 내 사업권을 매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러시아-CIS 지역에는 비핵심자산을 독일의 Stada에, 중동 및 아프리카는 스위스 회사인 Acino에 판매했다. 중남미 지역에는 Hypera와 Orifarm에 각각 권리자산을 넘겼다. 더불어 샤이어의 안구건조증 신약이었던 '자이드라'는 결국 노바티스에 넘어갔다.

실제로 아시아 지역 내 인수 역시 지난 2월말부터 꾸준히 제기됐고 그 인수 대상에는 셀트리온이 들어있었다. 결국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권리자산을 셀트리온에 넘기면서 다케다는 샤이어 인수 부채 중 약 100억달러를 손에 넣게 됐다.

다케다의 2019년 중반기 각 지역별 매출 및 구성비(출처=일본 다케다제약 홈페이지)


다케다의 2019년 4월 1일~9월 30일 중간기 결산보고서를 보면 실제 이 기간 중 미국의 매출이 8059억엔(우리돈 약 8조2000억원)으로 4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과 캐나다가 3218억엔으로 19.4%, 일본이 2994억엔으로 18.0%를 차지한다. 반면 러시아 및 중남미,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등은 모두 합쳐도 15%가 되지 않을만큼 매출이 적은 편에 속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의 지역의 사업권리를 포기해 신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인 셈이다. 더욱이 일본의 OTC 분야를 약 4000억엔 수준으로 판매한다는 계획까지 세간의 입에 오르면서 이같은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 역시 바이오의약품 대비 상대적으로 낮았던 합성의약품 시장에서 새로운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지난 2009년 한서제약을 흡수하며 합성의약품 시장에 진출했다.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곳이었지만 제약업계 내에서 '기둥'이 돼 줄만한 전통적인 의미의 제약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당시의 반응이었다.

더욱이 단순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아닌 제약사를 통한 유통 및 판매라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기존 제약업계로의 진출이 필수적이었던 상황.

성장세도 작지 않았다. 실제 2019년 기준 셀트리온제약의 매출은 172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1394억원 대비 꾸준하게 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제네릭을 비롯 '고덱스' 등 특정 제품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투자자 사이에서 다소 아쉬움으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다케다가 보유하고 있는 100억원대 이상의 품목을 손에 넣으면서 시장 내 입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한국만 보면 2019년 기준 한국다케다제약의 매출은 2116억원 상당. 절대 다수가 의약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셀트리온의 제약 부문만 계산해 약 3000~4000억원대에 육박하는 규모를 갖춘다.

최소치로 봐도 2019년 매출 기준으로 약 15위, 최대치로 보면 11~12위 수준의 덩치로 올라서는 셈이다.

여기에 기존 다케다가 가진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영업 및 판매망 활용, 이들 제품의 매출 등까지 감안했을 때 단순 바이오의약품 제약사가 아닌 전통적인 제약사 개념으로도 크게 밀리지 않는 인프라를 갖출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바이오가 여기까지? '업계 인식 변화' 분석도

제약업계 내에서는 이번 인수가 당장의 큰 변화보다 장기적으로 줄 파장에 영향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이른바 전통적인 제약사 내에서 바이오의약품 회사는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편에 속하는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끊임없이 불거졌던 회계 및 연구 부정 문제, 주가 부양을 위한 일부의 행태가 '명분 없는 산업'으로 보인다는 비판도 이어졌었다. 

합성의약품만 놓고봤을 때 이번 인수 역시 셀트리온제약 자체가 여타 제약사 대비 영업망 혹은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놓고 봤을 때 당장의 변화는 없겠지만 향후 매출규모와 제약-바이오라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회사가 됐다는 점에서 향후 업계에 주는 파장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 제약사 중 일부는 바이오산업을 '사짜'라는 표현으로 무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던 매출이라는 지점에서 회사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진입한 이상 보수적이었던 업계 관계자도 생각의 틀이 깨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제약 부문은 상대적으로 기존 영업망이 아닌 CSO 등 다른 형태의 방식을 통해 영업을 하던 곳이다. 당장 합성의약품에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부정적이었던) 인식 측면은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인수와는 별도로 기존 국내사의 판권은 변함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다케다의 경우 동아ST와 고혈압치료제 '이달비'를, 제일약품과는 만성변비치료제 '아미티자'를 비롯 소화성궤양용제 '란스톤LFTD', 항궤양제 '덱실란트DR' 등 매출규모가 큰 제품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한국다케다제약 역시 현재 상황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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