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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손에 걸린 불구지천 4년의 '톡신' 대결, 누가 이길까

6일 예비판결 쐐기박을 듯…미국 걸림돌 막을 대웅이냐, 톡신 당위성 찾을 메디톡스냐

2020-07-06 06:00:58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균주 도둑' 논란으로 시작된 보툴리눔 톡신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싸움이 마침내 미국에서 하나의 단추를 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오는 현지시각 7월 6일 예비 판결을 내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대웅제약은 수출 걸림돌인 메디톡스를 막기 위해, 메디톡스는 자사 제품 균주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불구대천의 승부를 벌였다. 특히 이번 판결의 경우 두 측의 입장이 크게 갈릴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네 해 동안의 이야기와 ITC 소송의 쟁점, 두 회사의 '시나리오'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모아 다듬었다.

이른바 보톡스 전쟁은 '보톡스 전쟁'은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4년을 이어져 오고 있다. 2006년 메디톡스가 '메디톡신'을 출시한 뒤 대웅제약은 2014년 나보타를 국내에 출시하며 경쟁했다.

이와 함께 메디톡스는 지난 2013년 미국 엘러간과 액상형 보툴리눔톡신 제제인 '이노톡스'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도 바로 뒤를 이어 국내 출시 전 미국 에볼루스와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경쟁이 한창이던 2016년 메디톡스가 다른 두 회사의 보톡스 균주의 출처에 의혹을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이 과정에서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가 비슷하다는 사실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다. 이 주장은 자연스레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메디톡스는 이듬해인 2017년 나보타의 미국 임상이 진행중이던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과 서울중앙지법에 균주 도용 관련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여기에 미 식품의약국(FDA)에는 도용 의혹을 제기하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중 미국 지방법원의 경우 2018년 4월 소송부적합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막을 내린 분위기다. 미국 법원에서 한국 회사가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에 2019년 2월 FDA가 '허위성을 의심할만한 부정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의신청을 기각하며 현재는 한국에서의 소송만이 진행중이다.

메디톡스는 FDA 결정 이후 미국 측 파트너인 엘러간과 함께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를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nited State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에 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이름과 달리 미국이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대통령 직속 준사법적 연방 기관이다. 미국 기업이 해외 기업으로부터 미국 내 사업 활동에 방해를 받는 행위가 있을 때 미국 행정부에 조사를 요청해 수입금지 조치, 관세율 인상, 수입허가서 발급 정지 등의 조치를 대통령에게 권고한다.

대통령은 ITC의 권고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때문에 ITC에서는 실제 균주 논쟁보다 '미국 내 나보타의 위치가 얼마나 미국 내 기업(엘러간)의 사업활동을 침해하는지'의 여부를 따진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말이다. 단순 덤핑 등이 아닌 시장점유율 축소 등의 최근 불고 있는 미국 내 자국보호주의와 관련된 내용이 들어있다면 ITC 제소가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지난 2018년 시작된 한국산 세탁기 관련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 당시 미국 대형 가정용 세탁기 시장은 월풀이 38% 비중을 차지했고 삼성과 엘지가 각각 16%와 13%의 수준으로 뒤를 따랐다.

불과 몇년 사이 한국 기업의 비중이 높아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연 120만대 물량을 기준으로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세탁기를 덤핑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으나 덤핑보다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당시 ITC가 권고한 2개안 중 더욱 강력한 관세율 징수를 택했다는 것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ITC 재판 결과를 쉬이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겉으로 보면 양사 균주가 실제 얼마나 동일하냐를 따지는 듯 보인다. 실제 재판부는 2019년 두 회사가 선임한 전문가에게 각 회사의 균주를 유전자 염기서열 감정시험으로 확인하도록 했다.

그 결과 대웅제약은 기포 생성 유무 등을 시작으로 두 회사의 균주가 유전적으로 매우 다르다는 점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메디톡스의 균주에서 유래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

하지만 단순 사실 여부 확인이 ITC의 결정에 지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부정하는 이들도 있다. 주변의 상황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 ITC 소송의 경우 로펌과 부수적인 상황이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두 회사는 미국 소송 로펌에 우리돈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대웅제약은 미 연방검사 출신인 김상윤 변호사가 공동 설립한 '코브레 앤 김'을 선임했고 메디톡스는 미국 내 거점을 둔 다국적 로펌인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을 선임하고 그해 10월 뉴욕남부지검 연방검사 출신인 준 킴 변호사를 법정 대리인으로 지정했다.

ITC 소속 변호사인 'Staff Attorney'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메디톡스가 공개한 Staff Attorney의 의견서에는 메디톡스의 주장과 유사한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 측은 ITC 소속 변호사의 의견은 행정판사에게 의견 이상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소송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국내에서의 메디톡스 사태는 미국 내 소송에서 그렇게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린 '메디톡신'의 허가취소 처분이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식약처는 지난 4월 17일 메디톡신이 무허가 원액을 사용한 점, 역가 시험 결과의 허위기재, 제조 및 품질관리 서류의 허위조작 등으로 메디톡신 4개 중 3개 품목의 허가취소와 이노톡스의 제조정지 3개월 갈음 과징금을 처분했다. 이어 6월 18일에는 메디톡신 3개 품목의 제조·판매·사용을 중지한 바 있다.

허가취소에 대한 행정소송이 진행중이라지만 비정상적인 제품을 생산한 메디톡스가 원고적격성(원고가 될 자격이 있느냐의 여부)을 입증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 이유는 이 때문이다. 더욱이 대웅제약의 허가 취소 사실이 ITC에 보고서로 제출된 이후 판결이 한 달 미뤄졌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ITC 소송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만 ITC건이 균주의 도용 여부를 밝히는 문제인만큼 허가취소 여부가 원고적격성 여부를 따지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해당 분야 정통한 관계자는 "소송 결과와, 원고가 될 자격이 있느냐의 부분은 다르다. 이 경우에는 엘러간이 있고 메디톡스가 균주의 동일성을 입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ITC에서의 소송은 진실 자체에 대한 판결이라고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다만 시장 내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엘러간이 뒤에 붙었다는 점, 로펌 역시 (메디톡스가) 미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로펌 중 하나를 선택했다는 점 등을 봤을 때 단순히 진실의 여부가 아닌 다른 요소가 재판에 개입될 여지가 많다"고 조심스레 전했다.  

'베스트 앤 워스트'는 하나 '막느냐 못막느냐'
결과에 따라 항소 가능성 바뀔듯


양 측이 기대하는 '베스트'와 '워스트'는 각각 하나다. 먼저 대웅제약이 생각하는 최고의 결말은 ITC 소송에서의 승소와 이로 이어지는 시장 내 점유율 확대다.

지난해 대웅제약이 나보타로 거둬들인 수익은 약 400~500억원 사이. 파트너가 제품을 팔고 회사가 공급하는 것임에도 이정도 수익이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소송에서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보툴리눔톡신의 경우 치료목적의 사용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국내에서는 이른바 리프팅 등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엘러간의 '보톡스'는 이미 14개의 적응증을 가지고 있다. 편두통 개선부터 근육장애 치료까지 비미용적 분야에 사용되는 비율이 절반 수준에 달한다.

업계는 이번 예비판결과 가처분 결과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을 경우 앞으로 해야 하는 후속절차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예비판결의 경우 사실상 최종판결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11월 나올 최종판결에서 대웅에 불리한 상황이 나올 경우 미국 정부의 조치를 지켜보며 항소를 결정해야 한다. 항소의 경우 ITC와 달리 말그대로 진실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수입중지의 경우 공탁금 등을 통해 수입중지조치를 멈추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즉 이번 소송에서 이길 경우에는 전세계에서 보툴리눔톡신의 사용량이 가장 높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반면 혹 소송 결과에 따라 일정기간의 수입금지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메디톡스 입장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나보타'의 미국 진입을 늦추면서 향후 경쟁상대가 될 제품의 부당성을 입증하는 것이다. 

엘러간이 이노톡스를 상용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2018년. 메디톡스와 제품 계약을 체결한 지 5년만의 일이다. 이를 통해 2022년 미국 내 시판허가를 받겠다는 것이 엘러간의 설명이다.

대웅제약과 휴젤이 미국 진출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사이에 메디톡스는 다소 주춤한 모양새였다. 이 때문에 미국 일부 의료계단체에서는 엘러간이 독점을 위해 개발 약물을 보유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송사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엘러간이 이노톡스와 같은 제형인 액상형 '보톡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비판론을 제기하지만 그럼에도 이노톡스의 미국 진출은 회사 입장에서는 호재일 수 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보톡스 대비 가격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진 나보타의 선진입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몇몇 관계자 사이에서는 국내에서의 허가취소 처분에서 이노톡스는 살아남았고 향후 미국 시장에 진입만 한다면 비관론을 깰 수 있는 카드로 작용한다. 

여기에 ITC 소송 결과를 통해 국내외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다. 반대로 대웅 측에 유리한 입장이 나올 경우에는 상황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파트너십을 맺은 엘러간이 항소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엘러간이 2018년 상용화를 선언한 세 제품은 모두 액상형 제제다. 미국 본티로부터 인수한 'BoNT/E'는 E형 보툴리눔 균주를 이용한 것으로 이노톡스의 '홀A하이퍼' 균주와는 다르다.

하지만 엘러간이 개발중인 제품은 이노톡스와 동일한 균주를 사용하고 있고 이노톡스와 출시시점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이노톡스의 미국 진입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이미 보톡스라는 브랜드가 전세계적으로 보툴리눔톡신의 대명사 중 하나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항소를 위해 시간을 기울일 경우 이노톡스의 진출시기는 더욱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정통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여기에 대웅제약이 유리한 판결을 받게 될 경우 이들 제품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명분까지 만들어주게 된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업계 한 정통한 관계자는 "엘러간이 지면 항소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엘러간이 메디톡스를 조금 더 도와주냐 아니냐의 문제에 국한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소송의 경우 패소한 측이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닌, 소송비용과 수입금지 가부 여부만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이를 피하기 위한 대웅제약과 미국 진입을 막으면서 향후 나보타의 당위성을 떨어트릴 수 있는 가능성을 잡은 메디톡스가 판결 이후 어떤 전략을 진행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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