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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신전쟁' 희비갈린 대웅·메디톡스, 뒤집기냐 굳히기냐

기회 있다지만 갈길 먼 대웅 vs 분위기 잡았지만 불투명한 메디톡스…11월 최종판결 관건

2020-07-07 12:00:58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5년 가까이 보툴리눔톡신을 두고 끌어온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분쟁이 미국 ITC 예비판결로 새 국면을 맞이했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해 10년간 대웅의 '나보타'에 10년 수입금지를 담은 권고를 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예비판결에서 이길 경우 그 주장이 뒤집히기 쉽지 않다는 점, 향후 연방법원 항소시 소송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 최근 자국보호주의라는 명분 아래 미국 내 무역 관련 조치가 강경하다는 점 등을 따져봤을 때 대웅 입장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메디톡스는 미국에서 대웅의 기세를 한꺼풀 꺾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향후 연방법원 항소가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점, '이노톡스' 상용화와 함께 엘러간이 자사의 액상형 제제를 동시에 상용화하고 있다는 점 등은 앞으로 남겨진 과제다.

우리 시간으로 7일 새벽(미국 현지시각 6일 오후 5시경)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최종 예비판결을 통해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관련 대웅제약의 보툴리놈톡신 제제 '나보타'(미국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며 미국 시장에서 배척하기 위해 10년간 수입을 금지한다는 권고를 내렸다.

해당 판결에 대한 가처분결과는 현지시각 14일, 최종판결은 오는 11월 나올 예정이다.

ITC는 미국이 자국 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대통령 직속 준사법적 연방 기관으로 미국 기업이 해외 기업으로부터 미국 내 사업 활동에 방해를 받는 행위가 있을 때 미국 행정부에 조사를 요청해 수입금지 조치, 관세율 인상, 수입허가서 발급 정지 등의 조치를 대통령에게 권고한다. 대통령(미국 무역대표)은 오는 11월 내려질 최종판결의 권고안을 수용할지 거부할지 결정해야 한다.

예비판결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다소 지난하다.  지난 2016년 메디톡스가 국내 타 보툴리눔톡신 제품을 보유하고 있던 대웅제약과 휴젤을 상대로 균주의 출처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메디톡스는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지방법원에 균주 도용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소속부적합결정으로 진행도지 못했고, 2019년 2월 FDA에 나보타의 허가과정 내 이의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된 상황이다. 이후 시작된 것이 ITC 소송이다.

대웅제약은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와, 메디톡스는 엘러간과 함께 각각 송사에 뛰어들었다. 대웅제약은 미 연방검사 출신인 김상윤 변호사가 공동 설립한 '코브레 앤 김'을 선임했고 메디톡스는 미국 내 거점을 둔 다국적 로펌인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을 선임하고 그해 10월 뉴욕남부지검 연방검사 출신인 준 킴 변호사를 법정 대리인으로 지정하며 각각 100억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했다.

ITC 소송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2019년 7월에는 재판부의 결정으로 약사 균주를 각사가 선임한 전문가에게 제공해 감정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맞춰 보고서가 서로 나왔지만 결과는 달랐다.

대웅제약은 보고서를 통해 메디톡스 쪽이 주장한 방법이 적절치 않으며 전체 유전자 서열분석(WGS)를 진행하면 두 균주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특히 메디톡스가 펼쳤던 '포자형성불가'라는 전제가 틀렸다는 점과 느리게 진행하는 '16r RNA'의 염기서열이 다르다며 두 균주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논리도 폈다.

반면 메디톡스 측은 한국토양에서 균주를 분리동정했다는 근거의 신빙성이 낮으며, 일부 차이는 균주 증식과정에서의 돌연변이로 메디톡스의 균주 역시 동일조건에서는 메디톡스 균주도 포자를 형성하는 등 이례적인 실험조건을 선택공개해 여론을 호도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감정 이외에도 모든 상황은 가시돋힌 듯 날카로웠다. ITC 소송을 돕는 소속변호사(Staff Attorney)가 균주 도용 관련 보고서, 메디톡스의 ITC 허위자료 제출 논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이노톡스의 ITC 소송 적격성, 대웅제약 대표의 소송 미출석 건, 두 회사 사이 합의 등 온갖 이야기가 약 2년간 두 회사와 업계를 휘감았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도 예비판결의 결과를 쉬이 장담하지 못했던 상황. 특히 지난 6월 나오기로 했던 예비판결을, 재판부가 대웅제약의 자료 4개를 증거로 인정하며 한달가량 미룬 상황이었다.

결국 예비판결의 결과로 메디톡스가 미국 시장에서 먼저 승기를 잡으면서 둘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날 예비판결 관련 정보. 실제 이날 판결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내 업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예비판결'에 조심스러워진 대웅제약
판결 뒤집기·국내 소송, 항소까지 갈길 멀다


소송 결과에 두 회사의 반응은 엇갈렸다. 대웅제약은 "예비결정은 명백한 오판"이라며 최종결정에서 뒤집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실제 대웅이 판결 후 보낸 보도자료 역시 'Initial Determination'이라는 단어를 '예비판결'이라 부르지 않고 '예비결정'이라고 부를만큼 사안에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대웅제약은 “예비결정은 행정판사 스스로도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균주 절취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명백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16s rRNA 차이 등 논란이 있는 과학적 감정 결과에 대해 메디톡스측 전문가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인용했거나, 메디톡스가 제출한 허위자료 및 허위 증언을 진실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특히 메디톡스의 제조기술 도용, 관할권 및 영업비밀 인정은 명백한 오판임이 분명하므로 이 부분을 적극 소명해 최종판결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해당 결정에는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결정이 단순히 판결로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

여기에 ITC의 절차가 연방지방법원 소송 대비 빠르고 일반 사법기관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법적 절차가 없다는 점, 행정판사의 결정만으로 민사적인 배상책임이나 형사적 형벌을 물을 수 없다는 점, 원고 입증책임의 기준이 낮다는 점 등을 들며 사실관계 오류 결정까지 제시했다.

ITC 예비판결의 내용이 실제 최종판결의 내용과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미 미국 내에서도 대다수의 의견으로 보인다. 여기에 향후 연방법원에 항소할 경우 구속력은 없지만 '설득력있는 증거'(Persuasive Evidence)로 쓰인다는 점은 대웅 입장에서는 난관이다.

이로 인해 대웅제약 측은 실제 ITC 결과가 뒤집힌 사례 등을 통해 먼저 ITC의 결정을 번복하도록 하는 전략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혹 최종판결에서도 결과가 같을 경우 대웅제약은 항소를 진행할 가능성이 사실상 명확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수출 첫해, 실제 판매가 아닌 제품 제공가격으로만 4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는 점, 미국이 치료 및 미용 분야에서 보툴리눔톡신을 가장 많이 쓰는 지역 중 하나라는 점 등이 그 근거다.

실제 최종판결을 뒤집는다고 해도 미국 무역대표(대통령)가 ITC의 결정을 거부할 경우 소송을 통해 승리를 꾀하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대웅에게는 국내에 남은 균주 관련 소송도 과제다. 미국 ITC의 결정이 단순 사실에 근거했다보기 어려워도 해외의 소송이 현재 진행중인 국내 소송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은 상황.

특히 최근 소송의 진행양상이 빨라지며 자연스레 이번 ITC의 예비 '결정'이 급물살을 이끄는 골로 작용할 확률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예비판결'에 허들 넘었다, 공세 나선 메디톡스
이노톡스 상용화·엘러간 움직임 등 관건


예비판결로 허들을 하나 넘은 메디톡스는 승기를 굳히기 위한 분위기를 띈다. 메디톡스의 보도자료는 같은 단어를 '예비판결', 나보타를 개발명인 'DWP-450'로 칭하며 대웅제약이 몇 년동안 거짓 주장을 해왔다고 전했다.

메디톡스 측은 대웅제약의 보도자료 이후 내놓은 보도자료로 "이번 판결로 국내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임이 입증됐으며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해 나보타를 개발한 것이 진실로 밝혀졌다"며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에서 도용한 균주와 제조기술로 DWP-450을 개발했으며 현재 나보타, 주보, 누시바라는 이름으로 국내와 여러 해외 국가에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와 제조기술을 도용했음이 이번 판결로 명백히 밝혀졌다"며 "이번 판결은 대웅제약이 수년간 세계 여러 나라의 규제 당국과 고객들에게 균주와 제조과정의 출처를 거짓으로 알려 왔음이 객관적으로 입증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영업비밀 도용이 확인된 미국 ITC의 예비판결은 번복된 전례가 흔치 않아 예비 판결은 최종 결정이나 다름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메디톡스와 대웅은 같은 해인 2013년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불과 한달 차이의 일이다. 그러나 제품 진입이 상대적으로 빨랐던 대웅제약과는 달리 메디톡스는 2018년 상용화 계획이 있기 전까지 출시 관련 내용이 전혀 없었던 상황.

또 하나는 국내에서의 소송에서 향후 조금이나마 유리한 상황을 점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민사소송과 형사고소 등을 두고 다투고 있다.

다만 문제는 지금 미국 파트너인 엘러간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 2018년 엘러간이 상용화 계획을 전할 당시 대상이 됐던 약제는 본티로부터 받은 'BoNT/E'와 '액상형 보톡스' 그리고 이노톡스였다.

이중 본티의 경우 E형 보툴리눔 균주를 이용한 것으로 이노톡스의 '홀A하이퍼' 균주와는 다르지만 엘러간이 개발중인 제품은 이노톡스와 동일한 균주를 사용하고 있고 이노톡스와 출시시점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

소송에서 이기고도 엘러간이 자사 제품을 우선한다면 메디톡스 입장에서는 다소 빛바랜 승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편 이번 '예비판결' 혹은 '예비결정'으로 두 회사 사이 한껏 낮아진 발화점이 향후 최종판결까지 어떤 사건으로 어떻게 다시 터질지 여부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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