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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됐던 국산 글로벌신약…이제 얼마 안남았습니다"

[제약전문평론위원 1] 이종욱 우정바이오 회장, "평생의 노하우 전수할 것”

2020-09-01 05:50:57 감성균 기자 감성균 기자 sgkam@kpanews.co.kr

약사공론은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 최고의 석학 15명을 초빙해 ‘제약전문평론위원’ 제도를 운영한다. 이들은 9월 첫째 주부터 정기적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신약개발 및 마케팅 분야에서 최신의 트렌드는 물론 그간 쌓아온 경험의 ‘정수’를 선보일 전망이다. 이에 약사공론은 각 평론위원의 첫 번째 평론에 앞서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진단해 보고,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일본이 지금 세계 20위권 이내에 들어가는 글로벌 기업들을 갖고 있는 제약 강국입니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글로벌화 된 시발점이 지금 우리나라의 상황과 유사해요. 지금이 중요합니다.”

우정바이오 이종욱 회장은 신약개발 1세대로 통한다.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을 거쳐 대웅제약 부회장으로 그리고 현재 우정바이오 회장으로, 서울약대 졸업 후 한 시도 쉼없이 제약산업의 현장에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 유수의 글로벌 제약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점을 10년 안팎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는 일본의 1/10, 미국의 1/50에 불과하지만 분명히 세계 수준에 도달할 것입니다. 시간의 문제일 뿐이죠. 정부도 비슷하게 전망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5~10년 정도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울러 현재 우리나라의 수준은 일본이 신약 기술수출을 왕성하게 하며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마케팅을 배우던 글로벌화의 초입에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이 어떻게 글로벌화가 됐는지 보면 그들도 국내 시장에서 신약을 만들어, 외국에 기술 수출을 하고, 그 신약을 어떻게 마케팅 하는지 배우고, 그리고 똑같이 따라해 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을 했어요. 우리도 그 수순을 밟을 것입니다. 지금은 기술 이전 단계에요. 앞으로 우리의 기술이 외국에서 팔리면 세계를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시기가 옵니다. 블록버스터로 키우느냐가 문제라는 거죠. 현재는 우리가 기술수출을 해도 실제 팔리는 것이 없는 상황이고 매출액도 미미하죠. 하지만 단계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글로벌 파마가 되는 것도 시간의 문제입니다. 세계 50위권 안으로 들어”

그런 탓에 지금 국내에서 신약개발과 관련해 지적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 특히 한두가지 특정 표적만을 타깃으로 신약을 개발해 경쟁력이 없다거나, 체계화된 바이오뱅크와 임상전문가 그룹의 부재, 글로벌진출 역량 부족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물론 노력을 하고 개선을 해나가야겠지만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임상 전문가가 부재하다면 외국 임상을 활용하면 됩니다. 독성실험도 맡길 수 있어요. 다만 신약 디스커버리를 우리가 했고 미국에서 허가받아 블록버스터로 키우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것들이 가능하려면 번듯한 신약이 있어야 한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신약 개발의 지론은 '퍼스트인클래스(세계최초 혁신신약)‘ 보다는 계열 내 최고인 ’베스트인클래스‘다.

“글로벌 레벨에서 볼 때 ’괜찮은 약이네‘ 하는 것이 있어야 하겠죠. 하지만 꼭 퍼스트 클래스만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퍼스트인클래스 중에서도 성공하지 못하는 것 상당히 많습니다. 또 그게 성공할 것 같다고 하면 수많은 글로벌사들이 경쟁적적으로 달려듭니다. 거기서 또 경쟁을 거쳐 이겨야 하는게 쉽지 않죠. 그러니 베스트 인 클라스를 생각해야 합니다. 기존에 이미 알려진 약이지만 현재 나와있는 어떤 약보다 효능이 우수하고 안정적이면 베스트 클라스가 되고, 블록버스터가 됩니다.”

아울러 여기에 ’세렌디피티‘가 어우러져야 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세렌디피티란 ’완전한 우연으로부터 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는데, 단, 그저 ‘운’이 아니라 최선의 노력을 다한 이후에 주어지는 행운을 일컫는다.

“사실 신약이란게 세렌디피티가 따라줘야 해요. 화이자라고 해서 매번 블록버스터를 만드는게 아니잖아요. 실패하는 약이 수두룩합니다. 시장에 퍼스트 인클라스로 나가더라도 예기치 않은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철수하기도 합니다. 바로 이런게 세렌디피티가 필요한 이유죠. 효능을 검색해서 우수하다는 것은 누구나 연구하면 알 수 있지만 부작용은 시장에 나가봐야 하죠. 그 때 별탈이 없다는 건 운입니다. 세렌디피티가 따라야 하는 이유죠.”

지금은 그래도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지만 돌이켜보면 여기까지 오는데 참 수많은 과정을 거쳤다며 아련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1987년에 우리나라에 물질특허가 도입됐어요. 그러다 보니 방법만 달리해 의약품 원료만 만들수도 없고, 거기다 기술료 줘야 하니 어려움에 봉착했죠. 결국 국산 신약이 필요하다며 산학연이 나섰지만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죠.”

하지만 그는 ‘할 수 있다’는 신념과 젊은 치기로 미국을 수도 없이 들락거렸다. 여러 번 좌절도 겪었다.

“1980년대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가 외국 제품 들여와서 파는게 전부였고 신약개발 경험 전무했죠. 우리나라는 신약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그런데 나는 외국서 들어오는 신약 허가자료 보면서 잘하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실 허가자료에는 discovery(신약후보물질선정)와 develop 두가지가 있었는데 저는 develop만 봤기 때문이었죠(웃음). 실제 정말 어려운 건 신물질을 합성해 결과가 나왔는데 이걸 develop을 할건지 말건지 모르겠더라구요. 경험과 기준이 없었으니까요. 그 때 지금은 함께 일하는 배진건박사가 미국 쉐링프라우에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정말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죠. 1988년에는 반 년동안 60여개 연구실만 돌아다니며 공부를 한 적도 있어요. 클라리틴 개발 주역을 만나기도 했고, 폴 얀센도 우여곡절 끝에 만나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사진 좌측부터) 우정바이오 배진건 고문, 이종욱 회장, 창업주 천병년 사장



그렇게 '신약개발 1세대'이자 연구원 출신 CEO 1세대로 평가받는 그가 말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신약개발 의지의 불꽃을 고스란히 가져온 곳이 ‘우정바이오’다. 

우정바이오클러스터를 통해 기업친화적 민간주도 신약개발 플랫폼을 목표로 후보물질부터 투자에 이르기까지 기업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신약클러스터를 기반으로 전임상실험 서비스가 필요한 벤처들을 위한 '공동체'를 마련하면 '윈-윈'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신약클러스터 입주업체 및 연관 업체가 우정바이오 시험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우정바이오가 이들에게 용역을 제공하는 것이 '청사진' 중 하나다. 실험동물 및 항체 제작 등 하드웨어적 인프라는 이미 구축된 만큼, 입주기업은 이를 활용하고 우정바이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신약개발공동체 모델을 통해 더 큰 이익을 바라보겠다는 복안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꿈을 쫓아가고 있는 그는 먼 훗날 100년쯤 시간이 흘러 대한민국이 글로벌 제약 강국이 되어 있을 때 후학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길 바라고 있을까.

“지금은 그저 뿌듯합니다. 지금은 누구도 대한민국이 글로벌 신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불가능하지 않는 세월을 만든 의미있는 역할을 해왔구나 생각하면 벅차죠. 미래가 굳이 나를 기억해 준다면 우리나라의 신약연구개발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하고 기획해 조금이라도 글로벌 신약개발의 시기를 앞당긴 사람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을 ‘운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제약바이오산업 종사자들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모든 것은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몇십년을 일할 수 있었던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다만 그 ‘운’은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만 따라오는 것이라 믿습니다. 다행히 나는 ‘세렌디피티’가 따라줬습니다. 앞으로 제약평론을 통해서도 최선을 다해 실력을 쌓고 죽을만큼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어요. 시키는 것만 하면 보람이 없어요. 목표를 설정하고 몰입해서 목숨을 걸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하늘에 맡길 것! 당신에게도 꼭 ‘세렌디피티’가 따르기를 기대합니다.”

한편 약사공론은 2일 이종욱 우정바이오회장의 첫 평론을 시작으로, 제약전문평론위원제도를 본격 가동한다. 15명의 위원은 순차적으로 제약바이오분야의 트렌드를 반영한 평론을 게재하며, 일주일에 두 차례 전격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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