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공론은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 최고의 석학 15명을 초빙해 ‘제약전문평론위원’ 제도를 운영한다. 이들은 9월 첫째 주부터 정기적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신약개발 및 마케팅 분야에서 최신의 트렌드는 물론 그간 쌓아온 경험의 ‘정수’를 선보일 전망이다. ‘제약 전문평론위원’은 이종욱 우정바이오 회장과 심창구 전 식약청장이 공동 좌장을 맡아 전반적인 방향을 설정한다. 아울러 강건욱 서울약대 약물학 교수, 강수연 동국제약 제제기술연구소 상무, 강춘원 특허법인 DKP대표, 고성열 미국 NIH 선임연구원,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김대중 한국다이이찌산쿄 대표, 박일영 충북약대 교수, 배진건 이노큐어테라퓨틱스 수석부사장, 심유란 스마트바이오팜 대표, 안해영 FDA 전 심사국장이자 현 ABC 대표, 유진산 파멥신 대표, 이광현 일동제약 상무, 정세영 경희약대 교수가 위원으로 참여한다. <편집자 주>
특허분쟁은 특허심판원에 심판을 제기하거나,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지만, 당사자들이 심결이나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 또는 상고를 제기하는 경우에 최종 승자는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판가름 나게 된다. 또한, 중요한 의약특허 분쟁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국내 제약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국적 제약사 아스텔라스가 개발한 과민성 방광치료제 '베시케어정'(솔리페나신 숙신산염)의 염변경약 '에이케어정'(솔리페나신 푸마르산염)에 대해 특허권 회피를 인정하지 않았던 '솔리페나신 판결'이다. 솔리페나신 판결은 그 당시 진행 중이던 많은 특허분쟁 사건의 결론에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국내 제네릭 업체의 개발전략을 완전히 바꾸어 버릴 만큼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판결이었다.
특허분쟁에서는 매우 다양한 쟁점들이 다투어지는데, 특히 의약분야는 다른 기술분야와 달리 용도발명, 선택발명, 약리효과 데이터와 기재불비의 문제, 제조방법으로 특정된 물건 발명 등 정말 많은 특허의 쟁점들이 끊임없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다. 전공이 기계공학인 국내 유수의 법학전문대학원의 어느 특허담당교수는 약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의약분야는 특허 분야의 ‘꽃’이라고 할 만큼 연구할 쟁점이 많아서 정말 부럽다고 할 정도로 의약분야는 특허연구 또는 특허분쟁에서 새로운 쟁점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2개의 의약특허 분쟁사건은 이제까지 제기되지 않았던 새로운 쟁점에 대하여 다투어지고 있는 사건인데, 흥미롭게도 두 사건 모두 하급심의 결론이 서로 엇갈려서 판단된 상태에서 대법원에 상고된 사건이라는 점인데, 향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게 되면 솔리페나신 판결 못지않게 국내 제약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 진행경과와 쟁점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선택발명의 진보성이 쟁점인 '아픽사반' 사례>심혈관 치료제 ‘엘리퀴스 정(성분명: 아픽사반)’에 관한 특허에 대하여 다수의 국내 제약사들은 선행발명으로부터 진보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는데, 특허심판원은 상위개념으로 기재된 선행발명에 대하여 하위개념의 화합물을 청구하는 아픽사반 특허는 선택발명에 해당하는 것인데, 아픽사반 특허의 명세서에는 현저한 효과를 인정할 만한 기재내용이 전혀 없으므로, 선택발명의 진보성에 관한 기존의 대법원의 판단기준에 따라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심결하였다.
한편, 특허권자가 신청한 가처분 사건에서 서울 중앙지법은 아픽사반 특허가 선택발명에는 해당하지만, 선행발명에 개시된 수많은 화합물 중에서 아픽사반 특허의 특정 화합물을 선택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경우’에 해당하므로,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고, 아픽사반 특허의 약동학과 병용투여 효과는 선행발명에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아픽사반 특허의 진보성을 인정하는 결정을 하였다.
이후에 진행된 항소심에서 특허법원은 아픽사반 특허는 선택발명에 해당하고 특허심판원의 심결의 결론과 같이 진보성이 부정된다고 판결하였고, 서울 중앙지법의 가처분 결정과 같이 구성의 곤란성을 인정하면, 선행발명의 권리범위를 형해화 시켜버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서 가처분 결정의 논거를 부정하였는데, 특허권자가 이러한 특허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상고한 것이다.
아픽사반 사건에서 대법원이 기존의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기준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아픽사반 사건에서 나타난 특별한 상황, 즉 선행발명에 너무 많은 화합물이 상위개념으로 기재되어 있어 그 중에서 특정 화합물을 선택하는 것에 구성을 곤란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기준을 변경할 것인지 여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너무 많은 화합물이 상위개념으로 기재된 선행발명을 과연 아픽사반 특허와 같이 특정한 화합물에 관한 후행발명의 진보성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 즉 선행기술의 지위 인정에 관하여 대법원이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할지 여부도 우리가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할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제네릭 출시로 인한 약가인하 손해배상책임, '올란자핀' 사례>정신질환 치료제 ‘자이프렉사 정(올란자핀)’에 관한 특허에 대하여 국내 제약사들이 무효심판을 청구하였는데, 특허심판원은 무효가 아니라고 심결하였고, 특허법원은 반대로 무효라고 판결하였는데, 대법원은 특허법원 판결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다시 무효가 아니라고 판결하였기 때문에 올라자핀 특허는 최종적으로 유효한 특허로 존속하게 되었다.
그런데, 특허권자는 국내 제약사가 올라자핀을 유효성분으로 하는 제네릭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고 약가등재 절차를 완료하였기 때문에 오리지날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된 부분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국내 ㄱ사를 상대로 특허권자가 제기한 소송의 2심에서 서울고법은 ㄱ사의 약가등재 행위가 위법하거나 ㄱ사의 약가등재 행위와 특허권자의 손실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특허권자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한편, ㄴ사를 상대로 특허권자가 제기한 다른 소송의 2심에서 특허법원은 ㄴ사가 제네릭의약품의 약가등재로 인하여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되어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사정을 잘 알면서, 제네릭 의약품 시장을 선점하는 이익을 얻기 위해 약가등재 및 판매를 추진하여 올라자핀 특허의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가진 자의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었는바, ㄴ사의 행위는 위법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ㄴ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위와 같은 서울고법과 특허법원의 판결은 동일한 특허에 대한 동일한 쟁점에 대하여 서로 다르게 판단한 매우 이례적인 판결들이라고, 관련분야의 전문가들조차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위와 같은 2개의 사건들은 모두 대법원에 상고가 제기된 상태이고, 대법원의 최종 판결에서는 어느 쪽이든 한쪽 방향으로 일치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제네릭의약품 출시로 인한 약가인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문제는 앞으로는 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왜냐하면, 최근 들어서 제네릭의약품의 약가등재로 인하여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되는 경우에 오리지널 의약품 제약사들은 그러한 약가인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약가인하 집행정지’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 법원은 대부분의 사건에서 이를 받아들여 약가가 인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네릭의약품 출시로 인한 약가인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문제는 향후에 발생하는 다른 의약특허 분쟁사건에서 손해배상책임의 인정 여부에 관한 판단기준을 정립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선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