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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든 제약 무너질라' 신풍 자사주 매각에 업계 '우려' 이유는?

기존 제약업계 저평가 가능성, 투자자 손실 등 "업계 신중해야 하는 일" 지적도

2020-09-23 05:50:57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이런 사태가 나올 거라고 예측은 했죠. 하지만 투자자에게 가장 관심을 받는 회사에서 2000억원이 외국계 투자자로 빠지면 실망감이 더 클 수 밖에 없잖습니까? 지금은 '주식을 해야 된다'는 분위기니까 제약업계에 대한 투자가 쉽게 변하지는 않겠지만 선례가 쌓이면 제약산업 자체가 저평가받을 수 밖에 없는거죠."

"자사주를 파는 일이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 상황이 문제인거죠. 사람들이 피라맥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부 주식을 산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자사주를 매각하면 회사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없다는 이야기로 들리잖아요. 신약개발이라는 이유로 2000억원을 한꺼번에 판다면 더 좋은 약이 나온다고 해도 투자자를 속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죠."


주가가 과열됐다는 논란이 이어지던 신풍제약이 자사 주식을 2000억원 이상 매각하며 업계 내에서 우려의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진정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투자자로부터 가장 주목받았던 회사가 정작 주식을 처분한 것이 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신풍제약이 장 마감 후 자사주 128만9550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한 것과 관련 관계자들이 우려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회사는 20일 이사회에서 해당 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하기로 결정했다. 전체 가격은 2153억5485만원 상당. 전일 종가인 19만3500원에 할인율 13.7%를 적용한 것이다.

매각된 주식은 홍콩계 헤지펀드 세간티 캐피털이 자사주의 절반가량을 사들일 예정이다.

신풍제약은 이번 매각 결정을 생산설비 개선 및 연구 개발 과제를 위한 투자 자금 확보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소식에 주가는 흔들렸다. 22일 기준 신풍제약의 종가는 16만6000원으로 전일 19만3500원 대비 14.21% 줄어들었다. 21일 장이 시작되던 때 20만9000원과 비교하면 그 폭은 더욱 크다.

신풍제약은 자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올랐다. 실제 작년 말 기준 대비 현재 1주당 주가는 약 2800% 수준, 28배 올랐다.

글그런데 주식시장에서 자사주 매각은 악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내부에서 '이 정도면 오를만큼 올랐기 때문'에 주식을 파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최근 꾸준히 올랐던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사실상 자사주 매각은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반응이다. 다만 그 규모와 주목도에서 자사주의 매도는 쉬이 예측할 수 없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약업계 IR 분야 관계자는 "주식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도해 재정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일반적이다. 예측가능하지만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제약업계에서 이정도 규모의 자사주 매도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역사가 깊은 제약사가 주가 부양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만 이들이 실제로 하나둘씩 자사주를 내놓기 시작하면 기존 제약업계의 저평가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처음 극성을 부리던 3월 당시 국내 여러 회사가 제품을 개발한다면서 나섰지만 한동안 시장이 혼탁해진 뒤에야 개발을 꾸준히 진행하는 회사가 나타났고 남지 않았느냐"며 "이번 매각 역시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하나 우려할만한 문제를 제기한다. 결국 국내 제약사의 주식이 투자라는 이름의 도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의 손해 가능성 역시 높아져 결국 첫 번째 문제인 업계 전체 신뢰하락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2일 이날 거래원별 매수매도 추이를 보면 외국인 투자자는 회사 주식을 1932억원 순매도한 반면 개인투자자가 187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악재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임에도 국내 투자자가 매수에 나선 것은 '펀드가 주식을 살만큼 향후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다른 국내 제약사 IR 관계자는 "국내사가 개발하는 치료제의 가치와는 별개로 투자자가 국내 제약업계를 보는 눈은 어느 정도 왜곡돼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업계 스스로가 불신을 만드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투자자의 손실도 예상된다"며 "업계가 어느 때보다도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그로 인한 이익은 투자자가 아닌 제약사나 외국인이 가져갈 수 있어 우려된다. 업계의 움직임은 그만큼 신중해야 하는 일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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