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가 등에서 쏠쏠하게 쓰이던 올드드럭이 최근 하나둘씩 모습을 감추고 있다. 이번에는 소화제인 '판부론'과 골다공증치료제인 '케어본정' 등이 결국 시장에서 사라졌다.
원료수급 등을 비롯해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하지만, 일선 약국에서 쓰이던 제제가 처방목록에도 이름을 지우고 있어 약국가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여러 의료기관 등에서 그동안 원외처방용으로 사용되던 일부 의약품의 처방코드를 삭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코드의 경우 해당 의약품을 처방하기 위해 넣는 기호로 코드가 사라질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서는 다시 코드를 넣지 않는 이상 처방전에 해당 약물을 적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는 대원제약이 판매하던 '판부론정'(성분명 판크레아틴/메토클로프라미드). 판부론정은 위용부내 염산메토클로프라미드와 장용부내 판크레아틴이 소화작용을 하도록 도와 기능성 상복부질환 및 소화불량 등에 처방되던 의약품이다.
소화장애를 비롯, 속쓰림, 상복부불쾌감, 복부팽만감 등을 해결하면서도 보험급여가 적용돼 한 때 의료현장에서도 자주 처방되던 약이다.
흥미로운 점은 판부론정과 함께 동일 성분의 전문의약품 소화제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판부론정이 출시되기 전 2005년 동일 성분으로 허가받은 신풍제약의 '판자임정', 티디에스팜의 '슈프라제정', 크리스탈생명과학의 '멕소자임정'은 모두 2020년 5월과 2021년 1월 허가가 취하됐다.
2006년 가장 늦게 허가받은 판부론정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2021년 1월 허가가 취하됐고 결국 시장에서의 재고마저 사라진 상황이라는 뜻이다.
이는 이들 약제의 낮은 약가와 판매 부진 등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대체할만한 판크레아틴/시메티콘/우르소데옥시콜산 제제 등으로 처방이 넘어간 경우가 많고 정당 급여 역시 50원 남짓이라 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이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표기된 판부론정과 멕소자임정의 생산실적은 모두 2019년 가장 낮은 수치인 6600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2018년 가장 높은 생산실적을 기록한 판부론정이 그나마 4억원 선이었지만 이 역시 처방시장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은 아니다.
이와 함께 처방시장에서 사라진 품목은 골다공증치료제인 '케어본정'(오소판물질). 케어본정의 주성분인 오소판물질은 송아지의 뼈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뼈에 들어간 다양한 성분이 들어있어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취급하고 있는 제약사가 많지만 원료공급 중단으로 인해 생산이 어려워졌고 이때문에 일부 의료기관 등에서는 다케다의 '카비드츄어블정'(칼슘/콜레칼시페롤)을 비롯 명문제약의 '마이칼디정'(칼슘/콜레칼시페롤/엽산) 등을 대체로 처방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이들 제제의 경우 실제 약국에 재고가 일부 비치돼 있음에도 인근 의료기관의 처방코드가 없어지거나 실제 재고를 처리하지 못한채 반품을 해야 하는 경우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
한편 이밖에도 최근 들어 원료수급 등 다양한 이유로 품절 및 공급중단, 생산중단 등을 겪고 있는 사례가 있어 약국가의 주의가 필요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