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새로 자리한 재판부 아래서 시작된 발사르탄 소송은 양 측의 숨고르기와 함께 다시 한 번 식약당국의 움직임에 따라 그 흐름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구상권 청구 근거의 핵심이 된 식약처의 중간발표와 이후 내용 변동에서 공단은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업계는 공단이 구상권이 없다는 사실을 강하게 어필한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는 지난 11일 대원제약 등 36개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행하는 발사르탄 구상금 관련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대원제약, 한국휴텍스제약, 한림제약, JW중외제약, 명문제약, 한국콜마, 아주약품, 유니메드제약, 테라젠이텍스, 삼일제약, 바이넥스, 씨엠지제약, 휴온스, 하나제약, 구주제약, 다산제약, 대화제약, 한화제약, 신일제약, 환인제약, 광동제약, SK케미칼, 비보존제약, 대우제약, 삼일제약, 이연제약, 진양제약, 건일제약, 국제약품, 동구바이오제약, 넥스팜코리아, 휴온스메디케어, 이든파마, 마더스제약, JW신약, 종근당 등이다.
이날 변론은 지난 11월과 12월 등 두 번의 지연을 거쳐 여섯 달 여만에 진행됐다는 점과 새로운 재판부를 맞이했다는 점에서 서로 사이의 주장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날 소송을 제기한 국내 제약업계 측은 새 재판부에 기존 소송에서의 주장을 동일하게 주장했다.
당초 지난해 열린 첫 공판에서는 건보공단 측이 과연 구상권을 청구할 만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바 있다. 여기에 국내 업계는 실제 식약처 역시 중간발표의 내용을 바꿀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던 것인만큼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전부 제약업계에 떠넘길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제약사 측 변호인은 이에 더해 건보공단이 공판에 앞서 제출한 답변서에서 환자를 대신해 구상권을 청구할 만한 자격을 입증할 내용 역시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지적했다.
피고 측인 국민겅강보험공단 역시 기존 주장을 한 번 더 어필했다. 현재 건보공단이 재판부에 제약사의 책임으로 지적한 것은 제조물관리를 비롯 일반불법행위, 하자담보책임 등이다.
발사르탄에서 불순물인 NDMA가 검출됐고, 그 의약품을 유통해 보험체계의 악영향을 줬으며, 제품에 보험재정이 들어간 이상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 공단 주장의 핵심이다.
다만 이날 공단 측은 식약처의 협조가 없음을 말하며 실제 자료 요청에 강제성을 둬야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전했다.
실제 제약업계가 주장하고 있는 중간발표의 내용이 왜 바뀐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식약처로부터 알아야 하지만 자료 요청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업계의 주장에 쉬이 답을 내놓기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식약처 측에서 활동하는 암행성을 이유로 자료를 쉬이 넘겨주지 않는 이상 증거를 강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을 공단 측 변호인은 호소했다.
이 때문에 지난 공판에서도 숨겨졌던 '키 플레이어'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앞으로 이어질 재판에서의 향방도 쉬이 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발사르탄 구상금을 둘러싸고 벌이는 세 번째 변론은 오는 5월 6일 다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