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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시작된 자가검사키트 출혈경쟁, 멀쩡한 약국만 '호갱'되나

일부 저마진 판매 업체에 '선 넘었다' 지적도…"판매 명분 없다" 강경발언까지

2021-05-04 05:50:59 이우진·김이슬 기자 이우진·김이슬 기자 wjlee@kpanews.co.kr

"(약국 유통용 제품을) 포털 사이트에서 약국 판매가보다 싸게 파는 건 제가 봤을 때 선을 좀 넘은 것 같은데요. 여기에 특정 제품을 관련상품으로 올려놓고 파는 건데 좀 심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약국 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가 판매중인 가운데 저가 판매가 약업계 안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제품이 저가로 판매되면서 정작 정상적인 판매를 하는 곳이 불필요한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일부 약국 뿐만 아니라 약국이 사실상 도도매를 해 판매고만을 늘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작 약국가나 유통업체가 바랐던 상도덕 문제가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 약국가에 따르면 최근 판매를 시작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의 온오프라인 저가판매가 약사사회 내 설왕설래를 부르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내 자가진단키트를 검색하면 실제 약국으로 보이거나 의료기기 판매업체의 이름을 가지고 제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자가검사키트의 경우 외국에서 나온 키트를 파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최근 등장하는 제품은 약국에 출시를 알린 이후로 나온 제품이다. 이 중 상당수의 품목 설명에는 '약국 유통 제품' 등의 표기가 붙어있다.

현재 시장 내에서는 약국 유통 제품만 판매중이다. 지난달 28일 제품을 판매하기로 한 동원약품그룹과 지오영그룹(가나다 순)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우선적으로 약국부터 유통을 시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실제 약국가나 업계 등에서는 해당 제품이 약국을 거쳐 직접 판매하거나 의료기기 취급 가능업체가 해당 제품을 받아 판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약국가가 우려하고 있는 지점은 해당 제품의 판매가. 특히 일부 제품의 경우에는 포털 사이트 기준 1만4000원이 조금 넘는 금액으로 배송비까지 무료로 책정돼 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당초 기준가보다 2000원 가량 비싼 데다가 택배에 필요한 운임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4000원 이상 저렴한 셈이다.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내 검색 결과. 이중에는 약국은 물론 의료기기 취급업체도 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이렇게 가격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약국가와 업계에서는 일부 약국의 저마진 판매를 이유로 삼는다. 국민들 사이에도 관심이 컸던 만큼 구매 수요도 늘었고 박리다매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추정이다.

또 하나는 현재 판매가 가능한 의료기기 유통업체가 약국과 계약을 해 제품을 다량으로 구매해 판매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약국에 사입가에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제공한 뒤 제품을 받아 판매를 시작했다는 뜻이다. 첫 검사시 검사방법에 대한 지도 등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에서 약국 판매를 시작했으나 결국에는 유통시장의 혼탁화를 초래하는 동시에 약국을 도도매로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제 부산 지역 내 한 판매처는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며 추천상품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콧속 침투를 막아준다는 제품을 걸어놓는 등 낮은 마진을 묶음상품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판매를 맡는 업체에는 약국도 함께 위치해 있었다.

해당 내용을 알게 된 충북 지역 한 약사는 "키트 판매에 묶음 상품 판매까지 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 아니냐. 약국가에서는 제품을 넘기기만 하면서 약국 스스로의 역할을 폄하하는 것은 업체가 유통관리를 잘못해서가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실제 일부 약국에서는 당초 업체 설정 판매가 대비 낮은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다. 조사를 진행한 약국 중 한 곳은 그 이유를 경쟁 약국의 가격 인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움직임이 결국 오프라인까지 퍼지고 있다는 것. 실제 3일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는 서울 관내 수 곳의 약국을 방문해 가격을 확인한 결과 당초 가격보다 저렴한 1만5000원 선에 소비자 판매가 이뤄졌다.

제품을 판매하는 한 약국에서는 가격이 저렴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경쟁 약국이 가격을 내리면서 우리도 판매가를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며 "코로나19 검사 키트 구매 패턴은 처방전과는 다르지 않나. 판매를 하려면 가격을 낮출 수 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돌아오는 것은 당초 출혈경쟁을 하지 않은 약국에 대한 폭리 비난이다.

일부 업체에서는 과열경쟁을 우려해 오프라인 판매를 자제하기도 했지만 특정 제품을 중심으로 이미 판매가 진행되면서 자사 제품마저 출혈경쟁 대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양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약국에 독점공급을 하면서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저마진 판매 이슈가 나올 줄은 몰랐다. 아무리 파는 것이 중요해도 대의명분이 무너지면 약국은 물론 업계에서도 (약국의) 신뢰도를 놓칠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멀쩡한 약국만 욕먹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지 않나. 파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팔기 위해 약국과 약국, 약국과 업체가 아귀다툼을 벌이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약국가도 충격
'이러면 안팔고 말지' 부정적 반응까지


약국가는 자가검사키트의 예상보다 빠른 가격 파괴 소식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약국가는 진단키트 취급 당시부터 '가격문제'를 두고 고심했다. 유통업계에서 약국의 우선 공급을 약속했지만 온라인 등에서의 저가 물량 공세가 시작되면 약국이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이유에서였다.

약사들은 검사키트 판매가 직능을 넓히는 동시에 향후 환자의 약국 방문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취급을 결정했다. 

하지만 일주일도 되지 않아 온라인과 약국가에서 가격 붕괴가 시작됐고 이 같은 사실이 약사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자 약사들은 검사키트 취급이 무색하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대구지역  모 약사는 "약국이 적극적으로 자가검사키트를 취급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온라인 판매 때문"이었다며 "생각보다 가격 붕괴가 빠르지만 약국만 독점 취급이 가능한 게 아니라면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고 밝혔다.

이어 "약국독점 제품도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상황에서 개인 약국은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할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5년 전만 해도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 오는 김에 쇼핑하는 분위기였지만 현재는 그런 분위기와 경쟁력을 잃은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경기도의 또다른 약사는 "온라인은 물론 같은 약국끼리 최저가 물량 공세에 나서면 약국은 판매 시장에서 맥을 못 추게 되고, 소비자 항의에 시달리는 최악의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며 "그렇다고 무턱대고 온라인에 맞춰 판매가를 낮출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격 면에서 오프라인 약국은 이미 온라인에 맞출 수가 없게 됐다. 그간 건기식 분야에서도 약국은 경쟁력을 잃어왔다. 자가검사키트도 일련의 사례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약국가에서는 경쟁력 저하와 온라인 판매로 가격이 무너지면서 진단키트 취급을 포기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곳도 있다. 

서울지역 모 약사는 "아직까지 온라인과 가격을 비교하는 소비자가 없지만 가격 논란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제품을 전부 뺄 생각"라고 말했다.

그는 "약국이 코로나19 감소세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서 취급을 결정한 약국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온라인에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유통된다면 약국에서 키트를 판매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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