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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다 죽어요" 중처법 D-DAY, 제약 '불안한 시선'

임상·불순물 등 관리 잘해도 '혹 걸릴까' 우려…"첫 번째 될 순 없다" 긴장도

2022-01-27 05:50:59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법이 소비자와 노동자를 지키자는 건 알겠는데,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좀 과한게 아닌가 싶은 거죠. 이렇게까지 처벌해야 할 사안인가 하는 이야기가 많죠.(중략)"

"그, 오징어게임(드라마)에 나오는 그 대사 있잖아요. 이러다 다 죽는다고. (중략) 발사르탄 때도 그 전까지 모르던 불순물 때문에 난리가 난건데, 앞으로 이런 사안이 또 생겼다가 위해 문제가 터지면 결국에 중처법 위반이잖아요? (중략)"


오늘, 1월 27일 시작되는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 이른바 중처법을 놓고 아직도 제약업계에서는 고민이 앞서는 모양새다.

그나마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자 등을 통해서 대비는 했다지만 기존 약사법과의 이중처벌 문제, 비의도적인 불순물 혼입이나 사고, 임상 등 업계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에서다.

지난 26일 중처법 시행을 앞두고 국내 다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모아보면 해당 법안이 발효되면서부터 제약업계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단어도 어려운 '중대시민재해'
제약업계에게는 더 어렵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간단히 설명하면 회사 혹은 교통수단 등의 사업을 하는 곳에서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다 인명피해를 발생시킬 경우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중 중대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중 일부인 '중대산업재해'와 원료 및 제조물 취급으로 인한 재해인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이중 제약바이오업계와 관련성이 더 큰 것은 바로 중대시민재해다.

조금 더 풀면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나 제조물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 문제가 벌어져 △사망자가 1명 이상 나오거나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벌어진 경우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해당 법안의 특징은 국내 모든 제약사가 안전 민 보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5인 이상의 사업주는 해당 법안의 적용을 받는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는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 대책, 지적사항 이행, 관리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경영책임자가 위반행위를 할 시 최대 처벌 조항은 최대 징역 7년,  벌금 10억원까지 부과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업계가 문제를 삼는 부분은 중대시민재해를 어떻게 볼 것인지부터 시작된다. 대표적으로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사상 및 사고 그리고 임상 등에서의 사상사고다.

의약품의 경우 해당 법안에서 언급되는 원료 혹은 제조물의 부작용 등으로 인해 사망이나 부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특정 의약품 복용 이후 제조 또는 관리상 결함으로 볼 수 없음에도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례에서는 중처법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임상시험용 의약품에서 사망자 혹은 부상자가 벌어졌을 경우 서류 등을 작성해 이에 따른 피해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확인받지만 정작 중대재해에 해당될 만한 사고가 일어날 경우 이에 따른 보고와 보완 등 조치 혹은 안전성 관리가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외에도 불순물 이슈로 인한 회수 상황에서 재해로 인정될만한 상황이 생기면 해당 문제의 원인 보고와 보완이 재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처벌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안전 장치로도 문제가 벌어질 수 있는 사례는 벌어질 수 있다고 언급한다. 앞서 나온 예상치 못한 불순물 이슈가 벌어지면 각 회사가 자사의 의약품을 회수하는 데 이 때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엄격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실제 의약품 회수가 100%를 기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져오던 회수 조치는 문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혹여 중대재해가 벌어질 경우 제약사가 안전성을 입증할 수 있는 제조 과정에서의 서류 및 원료 등의 자료를 갖추지 않으면 관리상 결함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게다가 회사의 책임 범위는 커서 제네릭을 위탁생산하는 업체나 유통업체 등의 문제도 최고경영자의 책임으로 작용한다. 국내 제약업계가 서로가 서로의 제품을 위수탁하는 사슬에 묶여있음을 감안하면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터질지 장담할 수 없는 것.

이 때문에 업계 내에서도 여러 대책을 세워놓고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상당수 제약사의 경우 안전 및 보건을 책임지는 최고안전보건책임자 혹은 최고안전책임자 등에 생산부문 장을 겸임하거나 별도의 직책으로 배치시키는 방식으로 문제의 소지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사건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만큼 불안함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정작 그 규정과 위법의 사이가 명확치 않다는 주장도 있다. 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중처법 기준으로 보면 국내 제약사는 어느 정도 하고 있는 내용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임상만 해도 정보 전달에 보험 가입, 서류 작성까지 안전성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보지만 어떤 기준으로 위법을 판단할지, 혹여 부주의로 어떻게 위법이 될 지 아직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명확히 교육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그 대사처럼 한 번 문제가 생기면 '이러다 다 죽는 것' 아닌가. 발사르탄 때도 그 전까지 모르던 불순물 때문에 난리가 난건데 향후 사안에 따라 유사한 사건이 벌어질 경우에 대한 구성원의 명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업계 내에서 일어나는 정도의 상황이라면 큰 문제가 벌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다른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일단 제약업의 특성상 안전을 워낙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어 법 조항 자체에 딱 위법이다 걸릴 사항은 적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안전책임자 더 나아가 오너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만큼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약사법 이중처벌 지적에도 때는 왔다
'1번이 될 순 없다'?


또 하나 제기되는 문제는 실제 중대재해가 벌어질 경우 약사법상 부담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처법이 동시에 적용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작용 문제다.

현재 국내에서 의약품은 약사법상 규정에 의해 원료 점검과 관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문제가 벌어질 경우 회수 및 판매 중지 조치가 행해진다.

더욱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 문제에 대비해 크든작든 매출의 일정 부분을 의약품 피해구제제도를 위한 기금으로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혹여 중처법 대상이 되면 약사법과는 별개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같은 주장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약사법 내 이미 규정이 있는 데다가 제약업의 특성상 원료 품질관리 규정과 행정처분 등이 갖춰져 있다는 이유를 들며 의약품을 중처법의 예외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약사법 내에서 더 보면 의약품 제조업자에 대해 제조관리자와 시판후 안전관리를 하는 안전관리책임자가 필요하며 원료 제조 시 유기용매의 종류와 규격, 사용목적, 사용량, 잔류량 등의 기준 설정, 제조기록 의무화까지 있어 제조 및 안전성 문제를 이중으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 이같은 내용이 현실화되지 않은 이상 업계 내에서는 조심해 '첫 번째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국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와 노동자를 지키자는 법의 취지는 알겠으나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이미 규정이 있어) 좀 과한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까지 처벌해야 할 사안인가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결국 첫 번째로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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