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좀 시장이 뜨겁다. 주요 제약사들이 엑소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기업들과의 제휴를 잇따라 체결하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

엑소좀은 세포에서 유래된 지름 50-200nm의 세포외 소포체의 일종으로, 단백질, 지질, 핵산 등 다양한 생체 활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고 세포간 신호전달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엑소좀은 그 자체로 치료제로서 개발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약물 전달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엑소좀에 약물을 탑재할 경우 부작용을 줄이면서 원하는 표적에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최근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만 아직 세계적으로도 엑소좀을 기반으로 상업화된 신약은 없는데, 그러다 보니 글로벌 기업 역시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국내 기업과 큰 격차가 없어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한 것.

시장조사업체인 DBMR 리서치는 글로벌 엑소좀 시장은 2021년 117억7400만 달러(약 14조원)에서 2026년 316억9200만 달러(약 38조원)까지 연평균 약 21.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엑소좀 신약을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엑소좀산업협의회'가 공식 출범했으며 식약처와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주요 제약사 중에서는 대웅제약이 지난 1월 줄기세포 유래 엑소좀 치료제 회사인 엑소스템텍과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자사의 줄기세포 플랫폼 'DW-MSC'에서 엑소좀을 추출, 정제하는 기술을 확립하고 엑소스템텍과 엑소좀 치료제 확장 연구 및 신규 적응증에 대한 공동 개발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종근당의 자회사 종근당바이오도 프로스테믹스와 의약품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맺었다. 종근당이 엑소좀 임상의약품을 제조하면 프로스테믹스가 이를 활용해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임상 1상 IND를 신청한다.

앞서서는 알리코제약이 엑소좀 기반의 세포 리프로그래밍 전문 벤처 기업인 스템온과 협약을 맺고, 다양한 여성 건강관리 제품의 공동 연구개발을 진행키로 했다.

이런 가운데 HK이노엔도 엑소좀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엑소좀 기반 약물전달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와 협약을 체결한 것.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는 엑소좀과 관련해 국내사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곳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엑소좀 내부에 고분자 약물을 자유로운 형태로 탑재하고 이를 표적 세포 내부에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5개국에서 관련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엑소좀 기반 항염증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1상을 호주에서 승인받았다.

HK이노엔은 바이오연구소를 중심으로 만성 질환과 급성 호흡기 감염병에 대한 엑소좀 치료제를 개발하며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을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엑소좀 기반 신약개발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량 생산, 규제 등의 한계가 극복되지 않으면 시장 규모가 확대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김지운 연구원은 "엑소좀 치료제의 상업화를 가로막는 장벽은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이라며 "순도가 높은 엑소좀을 분리해내기가 어렵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생산 수율이 낮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타깃 물질을 탑재한 엑소좀을 생산해 제품화까지 진행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