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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참조국 A9 확대' 업계 반발에도 그대로 시행되나

정부 "충분한 의견 수렴" vs 업계 "의견 전혀 반영 안돼…일방적 추진"

2022-12-08 05:50:50 배다현 기자 배다현 기자 dhbae@kpanews.co.kr


최근 복지부와 심평원이 행정예고한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호주 참조국 신설'과 관련해 업계의 반발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를 강행하고 있어 얼마간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1월 2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 약제평가부는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여부 등의 평가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일부개정 규정안'의 '별첨 5. 외국 조정가격 산출 기준 및 방법 규정화'와 관련해 기존 A7 약가 참조국(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태리, 스위스)에서 캐나다와 호주를 추가해 A9 참조 국가로 확대한다는 행정예고를 발표했다.

심평원은 오는 12월 11일까지 의견을 듣고, 내년 1월 1일부터 이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측은 지난 2019년 실시한 정책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올해 5월부터 4개월 간 제약계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개정을 논의해 왔으며,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협의체에서 업계 의견이 수렴된 부분이 거의 없다"며 "특히 호주를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 계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얘기했고 오랜 기간 논의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행정예고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번 참조국 확대의 목적을 두고도 정부와 업계의 이야기는 갈린다. 심평원 측에서는 오랜 기간 동안 사용된 외국 약가 참조식의 근거가 명확치 않아 이를 개편해 정확한 산식을 만들고자 하는 차원이며, 약가 인하의 목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정부가 오직 약가 인하에만 관심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참조국에 호주가 추가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심평원 측은 캐나다와 호주가 우리나라와 경제 수준이 비슷하며, 의약품 급여 결정 과정에서 HTA(의료기술평가)가 중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호주는 우리나라에 비해 제약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고 대부분의 의약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라며 "필수 의약품도 스스로 생산할 수 없는 국가를 우리나라가 참조국에 넣는 상황에 대해 업계에서는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가 무엇보다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나라보다 약가가 낮은 호주가 참조국에 편입될 경우, 국내 약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국내 약가가 낮아 신약 도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증·희귀질환 신약의 접근성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PRIA)도 반대를 표명했다. 협회는 입장문 발표를 통해 해당 행정예고가 "중증·희귀질환 환자를 위한 신약의 접근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산업 발전을 저해시킨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협회는 "현재도 국내의 너무 낮은 약가 및 보험등재의 어려움으로 급여가 지연되거나 포기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항암신약 및 중증·희귀질환치료제의 국내 도입 시기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제약사는 신약을 출시할 때 각국에 대해 출시 순위를 정한다. 그러나 신약이 먼저 출시된 국가의 약가는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참조가 된다. 따라서 국내 약가가 호주를 참조함으로써 더욱 낮아지게 되면 글로벌 제약상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신약을 출시하는 것을 기피하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는 글로벌제약사의 신약 출시 우선순위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으며 신약 도입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글로벌제약사 관계자도 "한국의 낮은 약가로 인해 본사에서 약가 승인을 계속해서 거절하고 있어 상황이 어렵다"고 말한다. 

KRPIA는 "현재 전세계 허가된 신약 중 A7 국가는 평균 58%의 신약을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것에 반해 한국은 35%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 따라 호주 약가 참조로 인해 국내 약가가 현행보다 더 낮게 책정된다면 코리아 패싱이 더욱 심각해지고 현재 평균 2년여가 소요되는 항암·중증희귀질환치료제의 급여 기간이 훨씬 더 지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오는 1월부터 약가 참조국 확대가 이뤄지면 업계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과거 일괄적으로 약가가 인하됐을 때와 2017년 이후 경제성 평가 면제 및 위험분담제 도입 등 이후 신약 도입이 활성화 됐을 때를 비교해보면 신약 접근성에서 굉장히 차이가 났다"며 "이번에도 전체적으로 일괄 인하와 비슷한 충격이 주어지게 되면 또 코리아 패싱이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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