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M&A는 암젠-호라이즌 테라퓨틱스, 화이자-바이오헤븐, BMS-터닝포인트 테라퓨틱스의 합병이었다. 업체들은 거래 시 개발 초기 단계의 물질보다 상업화가 완료돼 수익이 보장된 약물의 도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 기획팀 김효인 연구원은 최근 '주요 적응증별 2022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사례'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M&A는 항암, 신경계, 면역 질환 분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업체들은 거래 시 신규 물질보다 상업화가 완료돼 수익이 보장된 자산이나, 임상단계에 진입해 차세대 약물로 이미 주목받은 상태의 후보물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종양 분야에서는 항체, 저분자, 백신,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 CAR-T, ADC 등 다양한 모달리티의 약물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금액대의 딜이 성사됐다.
종양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거래는 41억 달러에 성사된 BMS와 터닝포인트 테라퓨틱스의 합병 건이었다. 터닝포인트 테라퓨틱스는 '레포트렉티닙', '엘조반티닙', 'TPX-0046' 등 다양한 항암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던 회사다. BMS는 레포트렉티닙이 올해 하반기 미국 승인 시 ROS1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를 위한 새로운 표준요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인수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
두번째로 큰 규모의 거래는 33억 달러에 성사된 GSK와 어피니벡스의 M&A였다. 어피니벡스는비오틴과 리자비딘 단백질의 결합력을 이용해 물질의 모듈형 조립을 가능하게 하는 다중항원제시플랫폼(MAPS) 기술과 폐렴구균백신 'AFX3772'를 보유하고 있던 회사다. GSK는 MAPS 기술을 이용해 기존 자사 백신을 개선하고 예방접종 전략이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감염성 질환에 대한 백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MSD가 13억5000만 달러에 이마고바이오사이언스를, 아스트라제네카가 12억6500만 달러에 테네오투를 인수했으며 노보노디스크는 11억 달러에 포르마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면역질환 분아에서는 암젠, GSK, 길리어드 등 글로벌 제약사가 면역질환에 특화된 벤처를 인수해 해당 질환 분야의 파이프라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면역질환 분야의 가장 큰 딜은 다케다의 '님버스 락쉬미' 인수였다. 님버스는 중증 판상 건선 치료제인 'NDI-034858'을 연구 중인 회사로 활동성 건선성 관절염에 대해서도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케다는 NDI-034858가 BMS의 ‘소틱투' 보다 높은 표적 선택성을 가진 것에 주목해 인수를 추진하게 되었으며, 염증성 장질환(IBD)이나 루푸스, 아토피 등 기타 자가면역질환에 대해서도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암젠이 인수한 케모센트릭스는 혈관염 치료제 '타브네오스', PD-L1 면역항암제 'CCX559',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CCX507'을 보유하고 있었다. 암젠은 자가면역질환 핵심 제품인 '오테즐라'와 '엔브렐'의 특허 만료(2028년~2029년)를 앞두고 염증·신장학 분야의 파이프라인을 보강하고자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신경질환 분야는 10억 달러에서 122억 달러에 이르기까지 특히 큰 규모의 M&A 딜이 많이 성사됐다.
화이자는 122억1000만 달러에 바이오헤븐을 인수함에 따라 공동 개발한 경구용 편두통 예방 및 치료제 '너텍 ODT'의 전체 권리와 비강스프레이 방식의 '자베게판트'를 확보했다. 화이자는 CGRP 계열의 약물이 기존 트립판 계열의 약물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편두통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UCB는 '빔펫'과 '브리비액트'의 특허 만료로 인한 뇌전증 파이프라인의 공백을 보강하고자 19억 달러에 '조제닉스'의 인수를 진행했다. 조제닉스가 보유한 세로토닌 수용체 작용제 'Fintepla'는 희귀 소아 뇌전증인 드라벳 증후군의 치료제이자 중증 뇌전증성 뇌병증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대사질환 분야는 저분자 저해제, 세포치료제 등의 자산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30억 달러까지 다양한 금액대의 M&A가 성사됐다.
이 분야에서는 비아트리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부가 인도의 바이오시밀러 기업 바이오콘의 자회사인 바이오콘 바이오로직스에 인수돼 이목을 끌었다. 바이오콘은 비아트리스의 사업부 인수를 통해 사노피의 블록버스터 인슐린 치료제인 렌터스 바이오시밀러 '셈글리'를 비롯, 10개의 바이오시밀러 소유권을 확보했다.
희귀 및 기타질환 분야에서는 최대 283억 달러짜리 딜을 포함한 다양한 규모의 M&A 딜이 성사됐다.
이중 283억 달러에 성사된 암젠의 호라이즌 테라퓨틱스 인수가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분야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M&A였다. 호라이즌 테라퓨틱스는 '테페자', '크라이스텍사', '업리즈나'를 비롯한 20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희귀질환 전문 개발사다.
희귀질환의 경우 항암보다 시장은 작은 편이나 약가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고 임상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어 글로벌 빅파마들이 선호하는 M&A 대상 분야다. 이번 호라이즌의 인수에도 암젠 외 J&J와 사노피가 함께 입찰해 희귀질환 분야에 대한 글로벌 빅파마들의 관심을 확인시켜줬다.
화이자는 54억 달러에 겸상 적혈구 빈혈 등 희귀 혈액질환 치료제 전문 제약사인 글로벌블러드 테라퓨틱스를 인수했다. 화이자는 글로벌블러드 테라퓨틱스의 겸상 적혈구증 치료제 '옥스브리타', 'GBT021601', 'Inclacumab' 등이 3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희귀 혈액질환 파이프라인 강화를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