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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 붙였을 뿐인데, 자격 정지?" 약사가 알면 좋은 도핑 사례

2022도핑방지위반 사례집, 운동선수 약국 방문 시 상담 활용...금지약물 복용 위험 차단

2022-11-17 05:50:00 김용욱 기자 김용욱 기자 wooke0101@kpanews.co.kr


도핑은 금지약물 복용에만 해당하는 걸까?

한국도핑방지위원회(위원장 이영희, 이하 KADA)가 발간한 '2022도핑방지위반 사례집'에서는 도핑방지 조항을 위반한 국내외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KADA의 도핑방지규정위반 조항은 제13조 제1호~11호, 제65조 제3항 제1호로 분류된다. △선수 시료에서 금지약물 검출 △ 금지약물 또는 금지방법 사용 및 시도 △금지약물 또는 금지방법 부정거래 시도 △선수 소재지 정보 불이행 △도핑 사실 관련 당국 제보 제지 및 보복 행위 등이 조항 위반에 해당한다.

도핑 위반 조항 및 사례를 알아두면 운동선수의 약국 방문 시 복약지도 및 상담에 도움 된다. 또한 예기치 못하게 도핑 사건에 휘말리는 선수를 보호하는 1차 수호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약 안 먹고 보관했을 뿐인데" 선수 자격정지  
선수 A의 부모는 지도자의 권유로 아젠트로핀(Agentropin) 성분의 성장호르몬을 구매했다. 아젠트로핀은 소마토트로핀을 성분으로 하는 성장호르몬으로 상시 금지약물 S2에 해당한다. 구매 사실은 KADA 정보 활동을 통해 적발됐다.  

A는 KADA 측에 부모의 약물 구매 사실을 알고 "사용 생각이 없는데, 왜 구매했냐"며 쓰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A의 부모도 구매한 약을 바로 환급해 선수가 소지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ADA는 선수가 금지약물을 고의로 보유한 사실을 인정하고 4년의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조사 과정에서 금지약물 구매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고, 선수가 금지약물 투여방법과 약물을 전달받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답변했으며, 보유한 금지약물 확인 요청 때 해당 약물이 맞는다고 답변한 점을 고려했을 때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친구가 건네준 파스 붙였다가...금지약물 검출 
선수 B는 도핑검사에서 부프레노르핀(Buprenorphine) 및 대사물질(Norbuprenorphin)이 검출됐다. 부프레노르핀은 '경기기간 중 금지약물' S7에 해당한다.  

B는 도핑방지규정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기존에 지속적인 상부통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고 친구가 건네준 파스에 금지성분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 못했다면서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KADA는 자격정지 8개월을 부과했다. 참고로 B가 위반한 제13조 제1호, 제2호 규정의 기본 자격정지 기간은 2년 또는 4년이다. KADA는 파스 1매를 부착하면서 양성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고, 고의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통증 완화를 목적으로 '경기기간 외'에 사용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성분 확인 없이 처방약 복용, 선수 주의 소홀 
선수 C의 시료에서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Hydrochlorothazide)가 검출됐다.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는 금지목록 S5로 이뇨제 및 은폐제에 해당하는 상시 금지약물이다.

C는 근육통으로 동네약국을 방문해 약사에게 선수임을 밝힌 뒤 약물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C가 방문한 약국은 의약분업 예외 지역으로 전문의약품 처방이 가능한 곳이었다. C는 약사가 자신에게 말하지 않고 이뇨제 성분을 넣은 것이라며, 경기력 향상을 목적으로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KADA는 C에게 자격 정지 2년 처분을 내렸다. 경기력 향상을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처방약 복용 전 금지약물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점 △과거 해당 약국을 이용한 소속 팀 선수가 규정 위반으로 자격정지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선수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약물명 착각으로 금지 성분 섭취...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판결은? 
선수가 약물명을 착각해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건도 있다. 

크로아티아 테니스 선수 D는 크레아틴의 쓴맛을 줄이기 위해 당분과 니코틴아미드(Nicotinamide)를 섞어 섭취했다. 그러다 모나코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했고, 현지 약국에서 구매한 포도당 파우더 '니케타마이드' (프랑스어:Nicotinamide, 영어:Nikethamide)를 섭취했다. 니케타마이드는 금지약물 S6로 흥분제에 해당한다. 

D는 조사에서 직접 제품 성분 목록을 확인했고, 포도당파우더 성분인 니코틴아미드가 니케타마이드와 음운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을 주장했다. 또한, 니케타마이드는 '경기기간 중 금지 약물'이지만 자신은 '경기기간 외'에 복용했으므로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울러 약물이 경기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못해 경기에서 졌다는 점도 덧붙였다. 

D의 주장에 국제테니스연맹측은 선수가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제품 앞면에 표시된 목록을 검토하지 않았고, 테니스연맹에도 확인 연락을 안했다는 것이다. 

특히 D가 평소 먹던 제품과 파우더 형태, 제조사, 포장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며, 기존 섭취 제품과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는 D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지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는 선수에게 경미한 수준의 과실로 판단하고 자격정지 4개월 부과로 끝냈다. 

재판소는 선수 D가 프랑스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고, 성분명을 읽었을 때 즉각적으로 니케타마이드를 니코티나미드라고 오인한 점은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오랫동안 포도당을 섭취했기에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 점, 경기 참가 2~3일 전에는 섭취를 중단한 점을 반영해 고의성이 없다고 봤다. 

한편, 2022도핑방지규정위반 사례집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 홈페이지 교육자료 카테고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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