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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어도, 하려해도 어려워" 못띄워 속 타는 제약사들

[기획] '대박' OTC 나오지 않는 제약업계 해법은<2>

2018-11-06 06:00:23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2017년 기준 국내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2000여개. 이중 일반약은 500여개로 25%에 육박한다. 매달 40여개 이상의 일반약이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정작 100억원 이상의 이른바 '블록버스터' 제품은 흔치 않다. 더욱이 시장 내 안착을 뜻하는 매출 30억원대 이상 제품도 찾기 힘든 상황이다.

너도나도 OTC 부흥을 부르짖지만 정작 시장 내 상황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이 같은 상황에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이유를 든다. 하지만 일반약 시장의 새 얼굴이 없다는 것은 결국 제약사의 이미지 제고의 어려움 및 약국과의 접점하락 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약사공론>은 제약사들이 새 일반의약품을 궤도로 올리지 못하는 혹은 않는 이유와 고민, 문제점 등을 업계 관계자로부터 듣고 이들이 생각하는 대안을 들어보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1) OTC 블록버스터 '씨가 마른다'(?)
(2) "하고 싶어도, 하려해도 어려워" 못띄워 속 타는 제약사들
(3) 'OTC의 침체=업계 침체' 대안 필요하다

제약사가 OTC 못띄우는 이유?
불과 몇년 전 일이다. OTC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A제약사가 있었다. 이 제약사는 자사의 OTC 라인업을 확충하기 위해 다국적사인 B사와 손을 잡았다. 약국시장 내 없는 품목을 확보하고 시장을 넓히기 위한 방안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B사의 일반의약품 및 의약외품 중에는 복약 편의성을 높인 제품을 포함해 다양한 의약외품이 있었다. A사의 입지는 높아졌고 자연스레 약국가에서 운신의 폭도 넓어졌다.

그러나 A사와 B사가 마진 문제로 다투고 난 뒤 B사는 다른 국내 C사와 손을 잡았다. B사는 그동안 유통을 맡았던 제품들을 벤치마킹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쏟아냈다. 하지만 추는 A사의 쪽으로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제약업계에서는 OTC에 힘을 실어줄 수 없는 다양한 이유를 제시한다. 의약분업 이후 소비자의 전문의약품을 선호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의견을 먼저 제시한다.

건강기능식품 등 기존 일반의약품의 위치를 위협하는 ‘상대’가 다수 등장했다는 점도 일반의약품의 공격적 개발과 마케팅을 막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더 깊은 이유를 들여다보면 OTC의 경쟁품목이 너무 많고, 상대적으로 남는 것이 없다는 말을 꽤 많이 들을 수 있다.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약 15조원 상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OTC의 비중은 20% 선이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OTC에 지출하는 홍보비는 모든 부수비용을 포함해도 70%에 육박할 것이라는 평이다.

소비자 대상 미디어 광고를 시작으로 인터넷 매체와 전면·옥외 홍보, 캠페인 등의 행사, 학술행사 지원 등을 포함했을 때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시장 규모를 적용하면 30%를 써서 80%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로도 치환된다. 그만큼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으로도 해석된다.

두 번째는 새로운 OTC의 출현이 곧 미투 제품의 등장이라고 할만큼 최초 등장 품목과 경쟁 제품의 등장 주기가 좁혀지는 데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월 동국제약이 내놓은 치질치료제 '치센캡슐'은 기존에 있던 디오스민 제제의 효과 중에서 부종보다 항문질환을 강조한 사례다. 시장에서의 반응은 좋았지만 불과 4달여만인 올해 1월 동성제약이 '치스민캡슐'을 허가받으면서 후발주자로 따라붙었다. 여기에 다시 8개월여가 지나 일동제약이 '푸레파베인캡슐'을 허가받았다.

이니스트바이오제약이 내놓은 L-아스파르트산-L-아르기닌수화물 제제 '라라올라' 역시 미투 제품이 잇따른 의약품 중 하나다. 지난 2017년 허가 후 라라올라가 출시되자 올해 1분기 사이에만 콜마파마, 명문제약, 동화약품, 구주제약 등이 잇따라 동일 제형의 동일 주성분 제제를 내놓았다. 해당 제제는 현재까지 꾸준히 이와 같은 제품이 나오는 품목 중 하나다.

과거 한 제품이 나오고 미투 제품이 상대적으로 늦게 출시돼 시장에서의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황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새로나온 제품의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은 시간으로도 경제적 상황으로도 제약사에게는 충분치 않을 수 밖에 없다.

이같은 OTC 침체는 결국 개발이나 탐색이 없이 '고만고만한' 제품의 연속적 출시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내 모 제약사 OTC분야 관계자는 "제품을 띄우고 싶어도 쉽지 않고 그만큼 뜨지 않는 것도 이미 주지의 사실"이라며 "버스에 제품을 도배해도(광고를 많이 해도) 제품의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광고 역시 예전과 같은 마케팅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는 견해를 전했다.

이어 "특히 중소제약사의 경우 홍보에 필요한 예산을 한정적으로 운용할 수 밖에 없거니와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더이상 홍보나 제약사의 이미지 메이킹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효율성을 감안했을 때 ETC분야를 더욱 밀어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OTC 침체 해외도 그럴까?…'아니올시다'
그러나 국내 상황과는 다르게 세계적인 추세는 OTC의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2월 세계 약업계는 요 근래 인수합병설에 휩싸였다. 세계시장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화이자의 컨슈머헬스케어 사업부를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인수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던 것이다.

그당시 전문가들이 내놓았던 화이자 컨슈머헬스케어의 기대매각금액은 150~200억달러 선. 우리돈 최대 2조2000억원대의 천문학적인 금액규모였던 인수합병은 결국 사그러들었지만 이같은 인수합병 시도는 아직 세계적으로 OTC의 위상이 높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모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OTC 의약품 시장은 2017년 기준 1327억9000만달러, 우리돈 약15조1572억원 수준이다. 보고서를 보면 2010년부터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던 이 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6.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도 상승세 상위권에 들어가는 제품군은 바로 감기 증상에 먹는 의약품. 국내에서는 벌거죽죽한 '레드오션'으로 불리는 분야다.

다소 의외로 보이는 이같은 결과는 전문의약품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규제와 신흥시장 확보와 더불어 이들이 충분한 캐시카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빅파마의 경우 신약후보물질 도출에서는 아직 국내사가 따라갈 수 없을만큼 많은 파이프라인과 계획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신약 개발까지는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된다.

더욱이 세계적인 약가인하와 의약품 규제 강화 기조에서 회사의 '안전띠'는 OTC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에서는 OTC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지속적으로 리뉴얼되고 새로 자리를 잡아 출시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3월 일본 지바 현에서 열린 2018 도쿄 드럭스토어쇼에서 만난 일본가정약협회 관계자는 "OTC는 이미 '세계적으로 포화상태의 시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지만 외려 그렇지 않다. 충분히 기회가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며 "시장의 규모를 한정짓기보다 다양한 형태(제형) 등의 발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생각했던 것 이상의 시장을 노려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제약사 OTC 관계자는 "현재의 OTC 마케팅이 어느 정도 한정되고 방법 역시 획일화됐다는 점에 공감한다. 새로운 홍보수단과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마케팅 수단의 다변화와 더불어 새로운 OTC의 개발을 통해 타사가 쉽게 따라오지 않을 노력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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