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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약 성장세, 전문약의 10분의 1 불과...이대로는 안된다

[기획] 확대되는 표준제조기준, OTC 살릴 카드 되나 <1>

2019-07-31 12:00:30 이우진 기자 이우진 기자 wjlee@kpanews.co.kr

[기획] 확대되는 표준제조기준, OTC 살릴 카드 되나

국민 스스로가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는 '셀프 메디케이션'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뒤쳐진 말로 보일만큼 컨슈머헬스케어 분야는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 등이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일반약은 소비자와 외려 멀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일반의약품의 '표준제조기준'을 확대하기 위한 방침을 세웠다. 일반약 접근성 강화를 위해 제조 허들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또 다른 씁쓸함이 나온다.

약사공론은 세 편에 걸쳐 국내 일반의약품을 둘러싼 국민의 소비 관련 이슈, 표준제조기준 확대를 위한 진행상황, 약업계가 필요로 하는 일반약 활성화 방안 등을 추려봤다.<편집자 주>


◇ 전문약 생산 5조 늘때 일반약은 1/10…OTC 활성화 제언도

우리나라의 일반의약품은 얼마나 소비자와 가까워져 있을까. 아쉽게도 국내 전문의약품의 성장에 비해 조금은 멀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김은진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이 내놓은 '의약품 사용 양상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자세히 나타난다.

김 조사관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의 1인당 약제비 지출 규모는 A7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으로 OECD 31개국 평균인 550달러(우리돈 65만원가량)보다 낮은 509달러(60만원가량)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전체 의약품 지출 중 일반의약품의 비중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약 2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약가 결정 혹은 약가 재평가시 참고하는 의약분야 주요 선진국인 A7 국가(Advanced country 7,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일본)와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의 1인당 약제비 중 일반의약품의 비중은 약 20%로, A7 국가 중 스위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이렇게만 보면 일반의약품 시장은 어느 정도 고정된 위치를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난 10여년 간 의약품 생산 금액을 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일반의약품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반면 전문의약품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1인당 처방의약품 약제비 지출은 319달러(38만원가량)에서 408달러(48만원가량)으로 10만원이나 증가한데 반해 일반의약품 약제비 지출은 77달러(8만원가량)에서 101달러(12만원가량)으로 상대적 정체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품목수에서도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동안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의 생산 금액 변화를 살펴보면 일반의약품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반면, 전문의약품은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일반의약품 생산 금액은 2008년 2조4000억원에서 2017년 2.조9000억원으로 고작 5000억원이 늘어난데 반해 전문의약품은 2008년 9조6000억원에서 2017년 14조4000억원 생산으로 일반의약품 생산 금액에 비해 그 추이가 컸다.

실제 물가인상과 제조단가 등을 고려하면 일반의약품의 '도돌이표'는 더욱 크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변화가 나타나게 된 것은 건강보험체계 개선 등으로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향상돼 전문의약품 시장이 성장한 것에 기인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김 조사관은 "고령화, 만성질환의 증가 등 국민의 의약품 소비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미한 질병으로 인해 지출되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 유지를 위해 일반의약품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작년에는 안유면제 늘리더니 올해는 없앤다? 업계도 당황

이런 가운데 최근 정부의 갈 지(之)자 행보는 업계에서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수입 일반의약품의 경우 외국 의약품집에 수재된 경우만 안전성 유효성 심사가 면제됐으나 내년 2월까지 면제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일반의약품 자료 제출 범위 합리화 등 허가제도를 개선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후 11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 개정안'을 통해 일반의약품의 종류를 국내외 사용경험이 충분한 일반의약품 신약과 자료제출의약품으로 분류했다. 이중 일반약 신약은 △독성 △약리작용 △임상시험성적 제출이 무의미하거나 불가능하다면 면제하기로 했다.

자료제출의약품도 △새로운 염을 유효 성분으로 함유한 의약품 △새로운 효능군 의약품 △유효성분의 새로운 조성·함량만의 증감 △새로운 투여경로 △새로운 용법·용량 △새로운 기원의 효소·효모·균제제(약리학적으로 거의 동등) △새로운 제형(동일 투여경로)으로 총 7개 유형에 따라 신약과 동일하게 독성과 약리작용, 임상시험성적 제출을 면제하도록 했다.

이 밖에도 일반약 중 개개 의약품에 따라 임상시험 자료집 중 약제학, 약동학, 약력학, 용량반응시험자료를 낼 수 있도록 하고 복합제 배합에 대한 명확한 근거자료 제출시 약리작용 서류 면제, 병용투여시의 부작용이 유사 처방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현된 복합제는 허가 과정에서 독성·약리작용·임상시험 성적 자료 면제 등 일반약 규정을 정해뒀다.

그런데 올해 2월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장·제약업계 CEO 간담회에는 업계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만한 내용이 나왔다. 그전까지 선진국 8개국의 일반의약품 해외 의약품집 수재를 근거로 한 안전성·유효성 심사 면제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일반의약품에 관심을 두는 업계는 '멘붕'(정신이 나간다, 혼이 나간다라는 뜻의 용어)에 빠졌다. 새로운 일반의약품을 도입 혹은 그동안 없던 일반약을 만들려는 제약사는 그동안 해외의 자료를 통해 시장 진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자료를 받아주지 않는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새 일반의약품을 제조 혹은 도입하는 회사는 해외에 수재된 내용이 있더라도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는, 즉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입 첫해 매출 30억원을 기록하는 제품이 '블록버스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 일반의약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1~2억원 수준의 안전성·유효성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전성·유효성 자료 면제가 폐지될 경우에는 업계가 고만고만한 감기약, 비타민제 등을 만들 수 밖에 없다. 그런 제품이 소비자에게 주목받으려면 마케팅에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데 이 역시 인력이나 비용에서 부담이 있다"며 "일반약 제조업체의 의지를 꺾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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