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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의약분업? 병원 부지 내 약국개설 등 편법 횡행

의사 소유 건물에 약국 임대 등 사례도 가지가지…복지부 대안 제시 필요

2019-08-26 06:00:25 홍대업 기자 홍대업 기자 hdu7@kpanews.co.kr

[기획기사] 편법약국개설 실태와 해법①

약국개설은 약사사회에서 가장 현실적인 사안이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약국의 위치는 의약분업 이후 경영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자연 경쟁은 심해질 수밖에 없고 편법까지 동원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편법약국개설로 피해를 본 약사들은 슬프게도 이웃과 동료가 아닌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이번 호에서는 편법약국개설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살펴봤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편법개설 약국의 사례
②편법개설의 문제점
③편법개설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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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현장을 돌아다니다보면 속앓이를 하고 있는 약사들이 있다. 우습게도 그 이유는 바로 이웃약사 때문이다. 옆 약국이 ’편법으로 개설됐다’, ‘면허대여가 의심된다’, ‘난매를 한다’, ‘불법호객행위를 한다’ 등이 주된 이유다.

△분업 이후 심화된 경쟁, 횡행하는 편법

이런 현상은 2000년 의약분업 이후부터 심화됐다. ‘한걸음이 천릿길’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였다. 약국의 위치는 환자에게 아주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됐고 약사는 의료기관에 더 가까이 가려고 애썼다.

경우에 따라서는 1층이 아니라 의원이 있는 층이면 어디든 쫓아갔다. 그러다보니 층약국이 생겨났다.


창원경상대병원, 천안단국대병원, 대구 동산의료원 등 대형병원의 편법약국개설에 반대 기자회견 및 시위를 하고 있는 약사들.(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의료기관과 약국간 환자의 전용통로 문제가 있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의원과 약국 사이에 비디오대여점, 꽃가게 등 유령 점포를 세우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2019년 현재 너무나 당연한 모습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각 층별로 약국이 들어서자 이젠 1층에 있는 약국끼리 서로 경쟁을 하기도 한다. 기존 약국들이 과잉인데도 다른 약국이 치고 들어와 처방전 갈라먹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자 대형병원과 로컬의원에서는 의료기관 부지를 분할, 변경하는 방식으로 약국을 개설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버젓이 의료기관 건물에 세를 든 의사가 전전세 형태로 약국을 임대하는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웃 약사는 나를 지키는 든든한 우군이자 내가 지켜야 하는 동지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상식적인 나’, ‘합법적인 나’, ‘상도의를 지키는 나’를 위협해 환자에게 충실해온 지난 세월을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존재가 된 것이다.

△편법으로 약국개설하는 사례들

각 지역마다 편법약국 개설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최근 몇 년간 대한약사회는 ‘의료기관 부지 내 약국 개설사례’를 수집했다. 대한약사회에 개별적으로 도움을 요청했거나 분회나 지부 차원에서 지원을 요청하고 약사회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사례다.

약사법 제20조 제5항(제2호∼제4호)에는 약국개설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들 사례는 규정을 교묘하게 피해간 경우다.

관련규정은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ㆍ변경 또는 개수(改修)하여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전용(專用) 복도ㆍ계단ㆍ승강기 또는 구름다리 등의 통로가 설치되어 있거나 이를 설치하는 경우 등이다.

이들 규정은 모두 의약분업을 통해 의료기관과 약국이 구조적, 기능적, 경제적으로 구분되도록 함으로써 의약분업을 공고히 하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편법개설 시도가 잇따르면서 이제는 무늬만 ‘의약분업’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의료기관과 동일건물내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 소유 시설내 약국개설

서울 A병원의 원장은 2018년 4월경 지하 3층 지상 9층 규모의 건축을 신축해 기존 병원을 관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 그러면서 건물 1~2층은 용도를 변경해 1층에는 약국과 편의점을, 2층에는 다른 의료기관에 임대를 놨다. 관할보건소는 그해 10월 약국개설 허가를 내줬다.

구(舊) A병원 건물로 이전한 B병원의 1층에도 약국이 들어섰다. 보건소는 당초 이 자리는 기존 약국이 이전하면 다른 약국으로 허가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한 약사는 그해 초 구 A병원의 옆 건물 1층에 약국을 개설했다.

그러나 A병원과 1층 약국이 관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기존 A병원 자리에 B병원이 들어서자 보건소의 판단이 달라졌다. 자동차대리점과 1평짜리 커피숍 등 다중이용시설이 있어 개설이 가능하다는 식이었다. 그해 4월 1층에 약국이 개설됐고 이웃건물에 개설한 약국은 몇 개월만에 폐업해야 했다.

지역약사회는 당시 “의료기관과 동일한 건물에 약국이 개설됐다”며 강력히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서울 B산부인과의원은 2018년 12월경 기존 의료기관 건물과 연결다리(구름다리)를 설치한 5층 높이의 신축건물을 완공했다. 신축건물 1층에는 소아과의원이 입점을 완료해 영업을 개시했으며 같은 층에는 커피숍과 약국이 들어섰다.

지역 약사사회는 ‘원내약국’이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로 인해 5개월 남짓 개설시기가 지연됐다. 논란이 벌어지자 관할보건소는 복지부에 질의를 했고 올해 5월말경 끝내 약국개설을 허가했다. 신축건물 1층에 소아과의원 외에 다중이용시설인 커피숍이 1개월 이상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6층 짜리 병원 건물 1층 용도변경, 약국개설 추진

서울 C병원은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의 건물을 올해 4월경 신축하면서 지상 1층을 제외하고 병원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지상 1층은 용도변경을 해 약국을 포함한 다른 시설의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관할보건소는 약국 개설이 불가능한 입지로 판단, 개설을 불허한 상태다. 이에 대해 약국을 개설하려는 측은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 결과는 9월중 나올 것이라고 보건소 측은 전하고 있다.

행정심판의 결과에 따라 약국 개설이 허가될 수도 있고 불허될 수도 있다. 다만 불허될 경우 약국 개설을 준비하는 약사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건소 관계자는 “하나로마트, 커피점 등이 있다 하더라도 전체가 병원 건물로 사용될 때 일부 약국이 들어가는 게 어렵다는 복지부의 질의응답에 따라 개설불허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행정심판에서 개설허가로 나온다면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의료기관 옆 병원장 소유 건물 1층에 약국 개설

의료기관 경계와 인접한 의료기관 개설자 소유의 부지에 약국을 개설하려다 분쟁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서울지역 D병원 본관 옆에 이 병원 이사장은 개인 소유의 11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했다. 1층~4층을 용도변경해 건물 1층에 약국을 임대했다.

지역약사회는 ‘의약분업 원칙 훼손’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관할보건소는 같은 해 4월 약국개설을 허용했다.

∆창원경상대병원, 약사사회 주목…2심 판결 9월초 예정

창원경상대병원 남천프라자 내 약국개설은 의료기관의 부지를 일부 분할 및 변경 후 약국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 병원은 지난 2016년 2월 개원을 앞두고 같은 필지에 편의시설인 남천프라자를 동시에 신축했다.문제는 남천프라자에 약국 2곳이 개설, 운영할 것으로 전해진 것이다. 전국 지역약사회는 ‘의료기관 부지내 약국개설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창원경상대병원은 직접 약국 임대가 무산되자 제3자 임대 방식을 통해 약국을 개설을 시도했다. 보건소는 의료기관의 시설 및 구내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약국개설을 불허했지만 병원 측은 경상남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2017년 10월 창원시는 끝내 약국개설 허가를 결정했다. 현재 약국 2곳이 개설·운영 중이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28일 대한약사회와 창원시분회, 창원경상대병원 문전약국 2곳의 약사, 환자 2명으로 구성된 원고가 창원시를 상대로 ‘약국개설등록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했고, 2018년 12월 12일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대한약사회와 창원시분회, 문전약국 2곳의 약사 2명은 원고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환자 2명은 공익적 차원에서 원고로 인정된 것이다.

다만 이 재판은 창원시가 항소를 포기했지만 남천프라자에 개설한 약국 2곳의 약사가 항소를 하며 2심에 돌입했고 오는 9월4일 2심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도매상이 의료기관 건물 매입 후 약국개설 추진

충남 천안단국대병원 복지관은 의료기관의 부지내 건물을 매각한 뒤 약국개설을 시도한 사례다. 천안시에 있는 단국대병원 복지관 건물은 병원과 같이 학교법인 단국대학교 소유였지만 2016년말 이를 분할해 의약품도매상인 U사에 매각했다.

단국대병원과 복지관 건물은 별도의 경계가 없어 병원 내 다른 부지에서도 출입이 가능하고 매각 후에도 사무시설이나 기숙사 등 병원 시설이 입주했다.

약국 임대를 추진하던 U사는 약사사회의 반발로 이를 보류했다. 그러나 2018년 1월 한 약사가 이 건물의 일부를 임대해 약국개설신청을 했고 관할보건소는 불허했다. 그러자 약사는 이에 불복, 그해 7월 약국개설등록불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7월10일 1심 판결에서 승소했다. 피고인 관할보건소는 같은 달 24일 대전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해 2심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기관 부지 추가 매입 후 약국 개설

대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은 천안단국대병원과는 반대의 경우다. 학교법인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은 올해 4월 확대 이전을 목표로 성서캠퍼스에 병원을 신축했다. 학교법인은 동산의료원 신축 현장 경계에 인접한 부지를 매입해 부속건물을 신축하고 약국 5곳을 임대했다. 올해 4월2일을 시작으로 현재 5개의 약국이 개설돼 운영중이다.

대구지부를 비롯한 전국 지역약사회에서 성명서를 발표해 약국개설 시도를 저지하려고 했지만 3월15일 대구 달서구청의 구정조정위원회에서 개설을 허용하기로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현재 대구지부는 변호사를 선임, 소송을 진행중이다.
 
이처럼 편법약국 개설 시도는 바로 이웃한 병․의원급 의료기관 건물에서, 전국의 대형병원에서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고 약사사회에는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건강을 위해 의약분업을 시작했던 정부는 이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편법개설 시도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무늬만 의약분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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